오오, 뮌헨에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 생겼다. 요즘 열리는 뮌헨 영화제의 일환으로 김장희 화가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Gasteig의 필하모니 로비로 들어가면 앙증맞은 박스가 눈길을 잡는다. 온통 한국식 작약 문양으로 뒤덮혀 있어 앙증맞은 느낌이 든다. 그것이 바로 Dream Box, 이름하여 꿈의 상자? 그 안으로 들어가면 꿈처럼 생긴 유화 넉 점이 걸려 있다. 유명한 서양 영화의 명장면 위로 예의 작약 문양이 야금야금 번져 있다. 작약 문양은 그림 속의 물건을 살짜기 만지며 휘돌기도 하고 불쑥 침범하기도 한다. 순전히 화가 맘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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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에 가장 드는 그림은 리즈 테일러와 폴 뉴먼이 열연한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장면이다. 속치마 바람으로 침대에 걸터 앉아 있는 여자. 여자 옆의 침대 한 쪽은 아무도 누웠던 흔적이 없이 말짱하다. 그 뒤 침대 저편으로 지팡이를 짚은 남자가 옷을 다 갖춰 입고 나가면서 여자의 뒤통수에 애절한 눈빛을 날린다. 그림 전체에 배경으로 깔린 듯한 작약 문양은 어느새 자기가 주연인양 자리를 잡고 있다. 조용한 장면인데도 마치 화산 폭발 일보직전의 긴장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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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림도 좋다. 마초같이 총을 어깨에 걸고 서 있는 남자와 그 앞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여자의 구도가 제법 에로틱하다. 몽글몽글 퍼져나가 금빛 풀밭을 뒤덮은 후 남자의 바지를 타고 기어올라가고 회색 구름을 그리는 작약 문양 덕분일까? 앗, 이건 또 뭥미? 갑자기 내 눈에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과 그 앞에 꿇어앉은 마리아가 보이는 건?

화가는 참 좋겠다. 자기 맘대로 세상을 만들 수 있어서…

장소는 Gasteig, Foyer Philharmonie로 필하모니 공연시에만 관람할 수 있으나 입장은 무료다. 전시 기간은 7월 13일까지다. 며칠 안 남았다. 나도 한번 더 가서 보려고 한다. 이번에 가서 보면 또 다른 세상이 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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