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치원 아그들에게서 감기가 옮아서 며칠 일하러 못 갔더니 아그들이 꽤나 보고 싶다.

아이들은 정말 어른의 선생이다. 내가 아이들 가르치는 척하지만 사실은 매일 아이들에게서 배운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점심시간이 좋다. 냠냠 짭짭 식사하는 아이들 사이에 앉아 있으면 내가 아주 부자가 된 것 같다. 엄마의 음식이 아닌 낯선 음식을 접시에 조금 덜어 떫은 표정을 하고 있는 애들 앞에서 “와아, 이거 너무 맛있다. 내가 젤 좋아하는 음식이다.“하고 맛있게 한 입 먹어보이면 아이들은 마음을 열고 먹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잘 안 먹어서 음식이 남아돌아갈 때도 나는 한마디 한다. “암만 맛있어도 한 사람이 너무 많이 먹지마. 음식이 모자랄 땐 다른 사람들도 배려해야지.” 그러면 두 개의 효과가 난다. 식탐이 많은 아이들은 자기 접시에 더는 양을 조절하고, 먹기 싫어 깨작거리던 아이들은 정말로 음식이 동날까봐 갑자기 왕성하게 먹기 시작한다.

갖은 야채를 갈아 넣은 스프가 나왔을 때였다. 내 옆에 앉은 F가 자기 그릇에서 초록색 건더기를 건져 보이며 물었다.
“이게 뭐야?”
“호박이야.”
“난 호박 젤 싫어해.”
“그래? 난 호박 참 좋아해. 맛있고 몸에도 좋아.”
조금 있다 내가 다른 아이 좀 봐주고 왔더니 그 아이 그릇에서 초록 왕건이가 없어졌다. 난 내심 흐믓했다. 내가 맛있다 그러니까 먹었구나. 어이구 사랑스런 놈. 나 이만하면 괜찮은 선생이지?

내가 연방 맛있다며 내 그릇을 싹 비운 후에 F가 내게 자랑스럽게 말했다.
“아까 그 호박을 네게 선물했어. 내가 아까 네 접시에 넣었어.”
으헉, 내가 졌다. 난 그것도 모르고…

감기 걸린 놈이 자기가 먹던 음식을 남의 접시에 몰래 넣으면 어떻게 하냐고 보건 위생 교육을 실시해야 할 순간은 아닐까 번개같이 생각해 봤다. 그리고는 접었다. 아이는 내가 호박을 좋아한다고 호들갑을 떠니까 내게 주었을 뿐. 게다가 자기가 싫어하는 음식을 우아하게 처치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을 뿐. 아이의 천진한 눈빛으로 보건대 그 순간은 인간적 교감의 순간이었지 교육이 끼어들 박자가 아니었다.

내 머리 꼭대기에서 나를 가지고 노는 녀석들 덕분에 나는 지독한 감기에 걸려서 일 주일이나 병가를 내고 집에 있다. 이런 휴식의 시간이 뭐, 나도 싫지는 않다고. 근데 아이들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