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연대가 생긴 지도 벌써 석 달이 지나고 넉 달째에 접어들고 있다. 한국에 계신 분들께 4대강사업과 관련하여 독일에서 (그리고 더 나아가 다른 여러 나라에서) 축적된 하천공사 관한 지식과 정보를 왜곡 없이 정확히 전달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온라인에 번역 공간을 마련하신 빨간치마 임혜지 님(과 실제로 공간을 뚝딱뚝딱 설계하신 빨간치마님의 옆지기님)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위태위태한 독어실력을 가지고 덜커덕 참여했는데 다른 참여자 여러분들과 힘을 모아 일하다 보니 벌써 십여 개의 문서가 번역되었다.
작업장이 마련되자마자 전 세계 방방곡곡에서 달려와 주신 회원들 가운데에는 지리, 하천 분야를 전공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독어가 모국어 수준인 분, 한국어 교정에 매우 능한 분, 오래 전에 독어를 배웠으나 잊었다고 주장하시면서도 때때로 다른 이들이 미처 못 보고 놓친 부분을 지적해주시는 분들, 다른 회원들을 살갑게 챙겨주며 지치기 쉬운 번역작업에 기운을 북돋아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덕분에 보람있는 일이 즐겁기까지 하니 고마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고, 이런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니 결과적으로 번역의 질이나 신뢰도도 어디다 내놓기 부끄러운 수준은 절대 아니라고 자부한다. 최근에는 마케팅에 능한 분들까지 가입하셔서 트위터 등 각종 매체를 통해 번역연대의 결과물을 널리 알리고 있는 중이다.
국민 대다수는 외국에 존재하는 정보, 특히 학술정보 등의 전문지식은 스스로 일일이 찾아보며 확인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보여주고 해석해주는 사람한테 크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종의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자는 그런 현실을 이용해 외국 정보를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왜곡할 여지나 유혹이 충분이 있고, 실제로도 그런 일들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번역을 하면서 보니까 4대강사업은 정말로 시작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었다. 정보 왜곡 여부를 떠나 그냥 독일 정부의 방침이나 학계에서 나온 자료를 한 번 잘 읽어만 보아도 4대강사업의 실행 내용은, 독일에서는 이미 한참 전에 도입해 철저히 고수하고 있고 일반인에게도 거의 상식이 되다시피 한 하천정책과는 정면으로 충돌하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활동가들이 현재 여러 현장에서 농성을 벌이고 찬성자들에게 수모를 받아가며 투쟁 중인 것을 알고 있다. 외국에 거주하는 까닭에 현장에 참여치 못하는 죄스런 마음을, 정확한 정보 번역이라는 봉사활동으로 다소나마 갚으면서 이 모든 국내외 활동에 하루라도 빨리 확실한 결실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더불어 정부는 이제 시대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어 정보를 어물쩍 왜곡해 국민의 눈을 가리는 일은 심히 불가능해졌다는 엄연한 사실을 좀 깨달았으면 한다.
(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