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3, 2011

(우리의 글) 영주댐 건설로 사라지는 낙동강의 보석 - 내성천 이야기

낙동강 최상류에 안동댐이 있다. 하회마을 북쪽 계곡을 막아 큰 물을 모아 둔 거대한 댐이다.

그 곳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져 있는 영주 지방으로 가면 남쪽으로 흘러 낙동강과 합류하는 ‘내성천’을 만나게 된다. 소백산맥 자락을 따라 흐르며 자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300리의 긴 낙동강 지류다. 1998년 김대중 정부는 이 내성천 상류에 송리원댐을 지으려고 했으나 야당인 한나라당과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 댐의 계획이 취소되었다. 내성천이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은근히 비경을 많이 갖춘 곳이라 댐 건설이 취소된 후 안도의 한숨을 쓸어 내린 사람은 그 곳 주민들만은 아니었다.


그림 1   내성천이 끼고 돌며 흐르는 고장-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 무섬마을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2009년 6월 이명박 정부는 다시 그 곳에 ‘영주댐’을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다음 달 7월에 발표된 ‘4대강 마스터 플랜’에 포함되어 2009년 12월부터 삽질이 시작되었다. 댐을 짓는 목적은 가뭄에 대비한 용수확보였다. 98년에 계획된 댐이 취소된 후에도, 바로 아래 동네에 안동댐이 있기도 하려니와 그 일대에 용수가 부족해서 곤란을 격은 일은 전혀 없었기에 정말 아닌 밤 중에 홍두깨 식으로 시작된 공사였다.

계획 발표에서 첫 삽질까지 6개월도 채 안걸린 영주댐. 송리원 댐에서 영주댐으로 이름만 바꿔 4대강 사업에 슬그머니 끼어든 것이다.

지금 그 곳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그림2   2008년 봄, 내성천의 모습                                     그림3   2010년 겨울, 내성천의 모습

2009년 11월에 발표된 ‘낙동강 환경영향평가서’는 영주댐 건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가벼이 다루고 있다. 내성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특히나 소홀하여 상류의 토사공급이 워낙 풍부하기 때문에 공사를 해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얼렁뚱땅 넘기고 있다. 하천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내성천은 낙동강변에 퇴적되는 총 모래량의 70%를 공급한다고 한다.

그러나 토사 공급원인 상류에 하천을 가로지르는 댐을 세우면 토사 공급을 원천봉쇄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공사가 시작된 지 1년도 안되어 내성천의 모래는 눈에 띄게 줄었다. 소백산지에서 풍부하게 공급되던 토사가 강변에 형성한 너른 백사장은 모습이 변하여 더이상 백사장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다. 건설 중인 영주댐이 모래 공급을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내성천에는 준설도 없었고 준설에 따른 역행침식도 없었지만 댐 건설만으로, 심지어 댐 건설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엄청난 모래가 사라졌다.

지금 한창 건설 중인 영주댐에서 하류로 조금 내려오면 무섬마을을 연결해 주는 수도교가 있다. 수도교 아래는 얕은 여울이 지고 맑은 물이 많이 흘러 인근 주민이 즐겨찾는 가족 휴양지이기도 하다.

2009년 12월 공사가 시작한 후에도 사람들은 여느 때와 같이 그 곳으로 나들이를 갔다. 2010년 5월 찍은 사진(그림 4)를 보면 모래밭이 이미 얕아져서 수도교 교각(3)의 아래가 휑하니 비어있고 두 달 후 2010년 7월 찍은 사진(그림5)을 보면, 이 교각(3) 하단을 보수한 상태다. 그런데 그 옆의 오른쪽에서 두 번째 교각(2)은 침식현상이 안 보인다. 그림 6을 보면, 이 교각(2)은 야영하는 시민의 임시 주방이 되고 있고, 주변에 야영텐트도 보인다.


그림 4   2010년 5월, 내성천 수도교


그림 5   2010년 7월, 내성천 수도교

그림 7 은 그림 6 을 찍은 이가 반 년 뒤 2011년 2월 초 다시 찍은 사진이다 그림 6과 그림 7을 비교하면 모래로 덮혀있던 교각(2)의 하단이 반 년 만에 휑하니 뚫릴 정도로 모래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주댐이 토사가 흐르는 길을 막아버렸기 때문에, 하류의 모래밭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림 6   2010년 7월말, 수도교 2번 교각                           그림 7   2011년 2월초, 수도교 2번 교각

단지 모래만 사라진 게 아니다. 그림 6 과 그림 7 에서 교각 앞에 선 사람의 키로 가늠하면 지면도 훨씬 내려갔음을 알 수 있다. 강바닥과 둔치까지 내려간다는 뜻이다. 토사의 공급이 풍부하던 곳에서 갑자기 토사공급이 끊기자 생겨난 일이다.

위태로운 교각은 보수공사로 보강할 수 있지만 없어진 모래밭은 다시 만들지 못한다. 낮아진 강바닥을 다시 높일 수도 없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이를 멈추고 다시 회복시켜주는 자연의 치유효과는 발생하지 않는다. 강바닥이 저절로 다시 높어질 수 없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문제는 예쁜 모래밭이 없어졌다거나 아름다운 자연이 망가졌다는 것에서 심미적인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강바닥이 내려가면 그 위를 흐르는 강의 수면도 떨어진다. 강의 수면이 떨어지면 지하수 수위도 같이 떨어진다.

여름철에 비가 많이 와서 강물이 불면 지하의 물도 충분하지만 가뭄이 들어 강물이 줄면 지하의 물도 준다. 가뭄 때 우물이 마르는 이치는 바로 지하수면이 우물 바닥 보다 더 아래로 떨어져 형성되기 때문이다. 하천수와 지하수는 서로 손을 잡고 연결된 형제 관계이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 실감하지 못하지만 지하수는 강과 호수를 합친 것 보다 35배가 더 많은 양으로 넓은 지역에 퍼져 흐른다. 땅 위에서 자라고 있는 모든 식물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줌은 물론, 우리 인간이 마시는 식수의 주요 공급원이기도 하다.

독일에서 하천 공사 후 지하수면이 내려간 현상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하수면이 내려가자 그 위에 자라고 있던 나무의 뿌리에 물이 닿지 않아 숲 전체가 고스란히 고사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현재 독일은 라인강과 다뉴브 강 주변의 지하수위 변동을 여러 측정소 건설을 통해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그림 8   라인강에 보를 설치한 유역에서 고사한 참나무 숲 (출처:2009년 17회 도나우강 학술대회)

우리나라처럼 건조한 긴 겨울과 여름 집중호우라는 특징을 지닌 기후에서 지하수위가 오랫동안 내려가서 그 위 지표면의 식생에 변화가 생긴다면 산지 침식과 홍수 피해는 더 커질 우려가 충분하다. 그 곳에 사는 멸종 위기의 보호종들은 그 서식처를 잃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낙동강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내성천에서 멸종위기 1등급으로 분류되어 보호종으로 지정된 수달이 없다고 보고되고 있지만 주민의 증언에 의하면 수달은 내성천에 서식하고 있고 2011년 초 이 곳을 찾은 환경보호가에 의해 그 서식이 확인되기도 하였다.


그림 9   내성천 곳곳에서 발견되는 수달(멸종위기 1등급 보호종)의 배설물

그 땅의 400년 동안 대대손손 지켜온 주민도 그 거처를 잃게 되었다. 아무리 보상금이 나온다 한들 농민이 농사 지을 땅을 잃는 것은 생활 전체를 잃는 것이다. 이렇게 잃어버린 고향과 선산은 설사 댐을 다시 부수어 재자연화를 진행하다고 해도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그림 10   매몰된 지경에 이른 영주댐 공사장의 한 민가

자연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지는 따로 설명이 필요없는 당연하고 자명한 것이다. 우리는 그 자연을 고스란히 잃게 되었다.

소백산맥 자락을 휘감고 유유히 흐르던 내성천, 인간에게 아낌없이 혜택을 주었지만 인간의 끝없는 욕심에 의해 댐 건설로 인해 이제 원래의 모습을 영원히 잃게 된 내성천,

지금이라도 영주댐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금수강산의 또 한 자락을 영원히 소멸시킨 채 후손에게 물려주는 죄를 짓게 되는 것이다.


그림 11   2008년 여름, 댐 공사가 시작되기 전의 내성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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