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9일 대한민국 국정홍보 사이트인 ‘공감 코리아’에 독일의 베른하르트 교수를 반박하는 기사가 올라왔다. 제목은 국가의 공식기관이 사용하는 용어치고는 참으로 진중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물씬 풍기는 ‘..4대강 발언 ..사실왜곡’.
제목보다 더 참담한 것은 본문 내용이다. 그 반박 논리가 참으로 허술하고도 빈약하여 급조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음은 그 전문이다.
<독일 베른하르트 교수의 4대강 발언은 사실 왜곡>
국토해양부 4대강추진본부는 한스 헬무트 베른하르트 독일 칼스루헤대학 교수가 4대강사업과 관련해 발표한 성명에 대해 사실 왜곡이라며 19일 해명자료를 냈다.
4대강추진본부는 베른하르트 교수가 독일에서는 보를 더 이상 건설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라인강 상류 165km(바젤~이훼츠하임)에는 이미 치수용 보가 10개나 설치돼 있다며 4대강 사업은 2000km 본류 구간에 16개의 보를 설치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독일 수로청과 수자원기술연구소에 따르면 보가 완성된 1977년부터 홍수예방 효과를 보고 있으며 보 철거사례나 계획도 없다고 추진본부는 주장했다.
추진본부는 독일은 최근에 보가 설치되지 않은 하류 지역에서 홍수 피해가 빈발하자 보 상류지역 추가 준설과 하천 폭을 넓히는 프로젝트도 시행하고 있다며 더구나 환경영향평가 후 수자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보 설치를 권장하고 있으며 4대강과 같이 어도설치 등의 생태보전 대책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진본부는 국가마다 기후나 하천 특성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각 나라에서 정책을 수립할 때 국내외 사례를 참고하되 나라에 맞는 고유한 정책을 채택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독일과 유럽에서는 이러니 한국도 그래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수긍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우가 연중 일정한 독일과 집중폭우가 일상화된 우리나라의 기후상황은 상이라며, 하천 특성도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예컨대 라인강은 전 구간의 수심·경사·하천폭이 일정하고 유속이 빨라 하천 유량의 연중 변동 폭을 나타내는 하상계수가 1:18에 불과하지만 4대강은 연중 유량 변동이 심하고 하상계수가 한강 1:90, 낙동강 1:260이며 유속도 느려 퇴적물이 계속 쌓이고 있어 준설의 필요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강 주변 제방을 획일적으로 콘크리트로 조성하는 건 학계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베른하르트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는, 4대강 사업은 전체 구간의 6%만 콘크리트를 사용했고 나머지 94%는 나무나 풀 등 자연형으로 조성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225곳의 수변생태공원을 조성함으로써 지역주민의 문화여가공간을 크게 확충하고 삶의 질을 제고하고자 했다며, 이러한 사실은 올 하반기에 사업이 마무리되면 모든 국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추진본부는 또 준설로 물의 흐름이 빨라져 강이 직선화된다는 주장과 관련, 보 건설과 준설로 유속이 다소 느려져 수질이 악화된다고 주장이 있으나, 4대강 사업을 통해 하천변에 방치돼 있던 경작지를 철거하는 등 오염원 유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충분한 수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환경기초시설 확충 및 수질 기준을 강화함에 따라 사업이 완료되면 수질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우렵에서는 준설을 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하고 2003년 독일과 네덜란드 정부간 준설토에 관한 협의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준설작업에 의해 연간 수천만㎥의 토사가 준설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뿐만 아니라 4대강 반대측에서 생태하천 복원의 모범으로 주장하는 독일 ‘이자르 강’도 복원 과정에서 준설작업을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준설보다 제방을 뒤로 물려 강에 더 많은 공간을 주는 방식으로 홍수를 예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자연스런 범람을 유도하기 위해 하천 주변 토지를 홍수터로 매입 관리해야 하지만 막대한 재원과 토지 이용의 제한 등을 감안하면 모든 지역에 적용할 수는 없는 방식이며, 특히 우리나라는 4대강 주변에 지가가 비싼 대도시가 인접하고 있어 하천 주변 토지를 일괄적으로 국가가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추진본부는 오랜 기간 자국 하천을 연구하더라도 결과 발표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게 전문가의 자세라며, 베른하르트 교수는 자국과는사정이 크게 다른 우리나라 하천을 며칠간 둘러보고 ‘자연에 대한 강간’ 등의 극단적 단언을 한 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결례라고 지적했다.
또한, 4대강 사업에 대해 큰 관심과 기대를 나타내는 해외 전문가도 많이 있는 만큼, 4대강 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개인의 견해가 마치 독일·유럽의 정론인 것처럼 소개되는 것은 문제라며, 작년에 반대단체에서 초청한 독일의 하천 전문가 헨리히 프레이제가 보와 준설로 홍수 피해가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4대강 준설로 6~7월 장마철 홍수위가 낮아져 주변 침수 피해가 크게 저감됐고 지역 주민들도 이를 피부로 느끼고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부는 앞으로 사업 현장을 철저히 모니터링해 혹시나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철저히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며, 본류 사업이 올해 말 마무리되면, 갈수기 물 확보, 수질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고 수변공간은 지역 주민의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의: 국토해양부 4대강추진본부 정책총괄팀 02-2110-6081
이 기사를 보고 헛웃음이 나다 못해 한심스럽기까지 한 것은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첫문장에서부터 보이는 오류다.
1) 4대강추진본부는, 베른하르트 교수가 독일에서는 보를 더 이상 건설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라인강 상류 165km(바젤~이훼츠하임)에는 이미 치수용 보가 10개나 설치되어 있다며, 4대강 사업은 2,000km 본류 구간에 16개의 보를 설치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우선 라인강 본류의 길이는 165km가 아니라 1,233km이다. 반면 4대강 본류의 길이는 한강 494km, 낙동강 510km, 금강 398km, 영산강 137km를 합하여 1,539km.(*1) 반올림을 해도 2,000km에 못미친다. 이 중 보가 건설되는 사업구간은 한강 69.7km, 낙동강 302.8km, 금강62km, 영산강 50km이다.
따라서 비교를 하려면 비교대상을 같은 기준에 두어야 한다.
라인강 상류 165 : 남한강 70km 또는 라인강 1,233km : 4대강 본류 1,539km 하는 식으로
사기꾼이 아닌 이상, 어떻게 한쪽은 보가 건설된 구간만을 그리고 다른 쪽은 물이 흐르는 전 구간을 동일 선상에 올려놓고 비교할 수 있단 말인가!
더우기 독일에서 온 독일학자가 현재 독일이 보를 더 이상 건설하지 않는다고 하는데도, 30년 전에 지어진 보를 근거로 삼아 독일이 현재 보를 짓고 있다고 주장하니, 옆에서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할 말을 잃게 된다. 내 개인적인 경험 때문일까? 내가 독일에 처음 와 여러 나라 사람들과 섞여 독일어를 배울 때 수업 중 우연히 삼성 핸드폰을 보며 내가 한국제품이라고 하니까 많은 학생들이 삼성이 일본회사라고 우기며 내 말을 안 믿어 주었다. 그 때의 기억이 떠올라 마구 불쾌한 기분이 더해지는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두번째 문장도 마찬가지이다.
2) 또 독일 수로청과 수자원기술연구소에 따르면 보가 완성된 1977년부터 홍수예방 효과를 보고 있으며 보 철거사례나 계획도 없다고 추진본부는 주장했다.
베른하르트 교수가 성명서에서도 언급한 아우-노이부르크(Au/Neuburg) 보는 건설이 취소된 보로, 최소된 이유는 라인강 연속보가 완성된 이듬해인 1978년 마지막 보의 바로 아랫지방에 큰 홍수가 났기 때문이다.(*2) 여기에서 마지막 보란 라인강 상류에서 문제를 가장 많이 안고 있는 이페츠하임(Iffezheim)보다.
그런데 이어지는 셋째 문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앞의 둘째 문장과는 정반대로, 이제 홍수피해가 빈발한다고 서술되어 있다.
3) 추진본부는 독일은 최근에 보가 설치되지 않은 하류 지역에서 홍수 피해가 빈발하자 보 상류지역 추가 준설과 하천 폭을 넓히는 프로젝트도 시행하고 있다며 더구나 환경영향평가 후 수자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보 설치를 권장하고 있으며 4대강과 같이 어도설치 등의 생태보전 대책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문장이 한심스러운 이유는, 여기에서 언급하고 있는 하천의 폭을 넓히는 프로젝트가 바로 라인강 통합프로그램으로 라인강 주변에 있는 주정부가 주관하는 재자연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3)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유는 보 설치로 인한 부작용으로 피해가 속출했기 때문이고 현재 막대한 예산을 잡아먹고 있는 돈 먹는 하마이다. 이 프로젝트로 강에서 걷어내는 흙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보로 막혀 더 이상 흘러내려가지 못해 보 상류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진흙과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이 섞인 진창이다. 아래 그림에 진한 흙색으로 표시된 것이 바로 그런 퇴적물이다. 4대강에서와 같은 준설이 아니다.
<그림1> 보가 설치된 후 생기는 하천지형의 변화
다음은 이어지는 문장이다.
4) 강우가 연중 일정한 독일과 집중폭우가 일상화 된 우리나라의 기후상황은 상이하고 하천 특성도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예컨대 라인강은 전 구간의 수심·경사·하천폭이 일정하고 유속이 빨라 하천 유량의 연중 변동폭을 나타내는 하상계수가 1:18에 불과하지만, 4대강은 연중 유량 변동이 심하고 하상계수가 한강 1:90, 낙동강 1:260이고 유속도 느려 퇴적물이 계속 쌓이고 있어 준설의 필요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나는 이 4번째 문장을 작성하신 분이 하천지형이나 수리수문학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비전문가라고 확신을 한다. 강의 유량과 유속의 관계는 하천수리학을 배우는 기초과정에서 나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홍수로 강물이 불면 물의 흐름이 빨라지듯, 유량과 유속은 비례관계에 있다. 강폭이 작은 상류는 유량이 적고 유속도 떨어지는 반면 유량이 많은 하류는 유속도 빠르다.(*4) 라인강의 길이는 한강의 길이보다 3배 가까이 길기 때문에 라인강 하구는 한강 하구보다 물이 많고 빨리 흐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이 세상 어느 강이건 수심, 경사, 하천폭이, 그리고 유속까지 전구간에서 일정한 강은 없다. 연속보가 있는 라인강 상류도 현재와 같이 직강화되기 전에는 다양한 강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림2> 라인강 상류의 망류상으로 발달한 물길 (자연상태 1828년)
라인강의 수심, 경사, 하천폭이 일정해진 것은 19-20세기에 걸쳐 진행된 하천사업의 결과였다. 그 결과 침식과 홍수라는 피해가 현저해졌고 그래서 이를 경험한 독일의 학자가 우리나라까지 와서 하천사업의 참담한 말로를 전하며 경고하는 것이 아닌가?
<그림 3> 라인강 같은 장소에서 직강화된 모습 (1963년)
뿐만 아니라 추진본부는 하상계수와 유속 및 퇴적의 관계에 대해 아주 요상한 설명을 하고 계신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하상계수가 높은 하천은 강바닥에 퇴적물이 쌓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겨울 갈수기 때 유량이 줄어들고 유속이 약할 때 강바닥에 쌓인 퇴적물이 여름 홍수기의 불어난 급류에 의해 다 씻겨 내려가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에 떠 다니는 사진들 중에 강바닥이 허옇게 드러난 강의 사진들을 공개하며 그 흙이 퇴적토이고 때문에 준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강바닥이 들어나는 이유는 수백년간 강바닥에 퇴적물이 쌓였기 때문이 아니라 오늘날 강물의 이용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강물을 많이 끓어다 쓰면 수위가 낮아지고 특히 갈수기인 겨울철에는 수위가 훨씬 더 떨어져서 수심이 얕은 여울에서는 강바닥이 밖으로 허옇게 들어나게 된다. 이런 강물의 과도한 이용으로 인한 유량의 감소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 도도한 흐름으로 유명한 중국의 황하조차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5)
5) 강 주변 제방을 획일적으로 콘크리트로 조성하는 것은 학계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베른하르트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는, 4대강 사업은 전체 구간의 6%만 콘크리트를 사용했고 나머지 94%는 나무나 풀 등 자연형으로 조성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225곳의 수변생태공원을 조성함으로써 지역주민의 문화여가공간을 크게 확충하고 삶의 질을 제고하고자 했다며, 이러한 사실은 올 하반기에 사업이 마무리되면 모든 국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고소를 금할 수 없었다. 다음의 두 사진은 여주로 흘러드는 남한강 지류인 간매천으로, 같은 장소에서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찍은 것이다.
<그림 4> 경기도 여주군 간매천(2010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