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4, 2011

(우리의 글) 국토부 해명자료의 비참함

나보다 실력이 뛰어난 상대와 싸워야 할 때, 비참하다. 슈퍼플라이급이 헤비급과 한 링에 서서 한 방에 경기를 날리면 허탈할 것이다. 그런데 나와 상대가 안 되는 자와 싸우는 것은 끔찍하게 더 비참할 것이다. 윤리 의식까지 발동하여 상대에게 한 수 한 수 가르쳐가며 싸워야 할 것이니 몹시 어려울 것이다.

국토해양부에서 베른하르트 선생님를 향해 ‘해명 자료’를 발표했다. 이 ‘해명 자료’는 한 나라의 정부에서 다른 나라의 개인에게 맞서 발표한 ‘해명’이다. 중국 지방 정부에서 고구려를 중국 역사로 편입시켰을 때에도 해명 자료를 내지 않았던 우리나라 정부가 독일의 한 학자 분에게 ‘해명 자료’를 발표한 것이다. 얼마나 원통하면, 고구려라는 나라를 우리 역사에서 잃어 버려도 ‘해명’이나 ‘반박’ 자료를 내지 않는 우리 정부가 베른하르트 선생님 때문에 무슨 엄청난 손해를 입었다고 ‘해명 자료’를 발표했단 말일까?

공개된 ‘해명 자료’를 읽어보니 한심하다. 인신공격성 ‘해명 자료’인 데다 논리에 허점이 너무 많아서 반박이 불가능해 보인다. 우선 국토해양부 사람들은 베른하르트 선생님께서 ‘유럽에서는 준설로 홍수 예방을 하지 않는다’라고 하신 것을 ‘유럽에서는 준설을 하지 않는다.’로 읽은 뒤에 ‘독일 등 유럽에서 준설을 금지한다고 주장했다’며 확대 해석하며 길고 긴 해명에 나섰다. 해독도 못하면서 해명은 무슨 해명이란 말인가. 개인의 해독 또는 해석 능력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 발표 ‘해명 자료’에서 이렇게 저급한 실수를 저지르면 정부 전체의 공신력이 떨어지게 되어 온 국민이 부끄럽게 되는 줄 왜 모르는가.

국토해양부 사람들은 이 ‘해명 자료’에서 독일과 한국의 하천은 사정이 크게 다르다고 못을 박으면서 베른하르트 선생님의 말문을 막으려고 한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은 ‘해명 자료’ 전반에 걸쳐 독일의 강 이야기가 도배되어 있는 것이다. 예컨대 이자르강 복원 공사를 4대강의 모범 예로 드는 것 등.

김철문이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사업지원국장은 한 술 더 뜨고 나서서 베른하르트 선생님이 ‘4대강 사업에 대해 지금이라도 중단하거나, 그게 안 되면 보를 열어 두어야 한다’고 간절하게 부탁하신 것에 대해 ‘아무리 전문가라도 남의 나라 프로젝트에 이렇게 단정적으로 결론내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참으로 대단한 민족주의자의 거대 선언이다. 전문가더러 국적을 가려가며 결론을 내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미국의 도움이 없으면 발전할 수 없다는 논리가 몇십 년 지배해 온 나라의 백성답지 않게 갑자기 웬 자력갱생 주장? 갑자기 외국인의 소리가 귀에 거슬리는가? 그저 반대의 소리라서? 찬성해 주면 듣고?

김철문이란 자는 또 베른하르트 선생님께 전문가들의 피땀어린 노력을 모독하지 말기 바란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의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쪽 전문가들은 도대체 무슨 피땀어린 노력을 했다는 말인가? 혹시 24조원이 넘는 예산을 쓰는 거대한 사업에 꼭 해야 할 작업을 한 것을 가지고 ‘피’니 ‘땀’이나 하는 표현을 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24조원을 쓰면서 가슴을 졸이며 밤새 고민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 교만하게도 스스로 고생했다고 공치사나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 베른하르트 선생님께서는 급수가 맞는 상대를 만나고 싶은 심정이 아니실까 싶다. 급수도 안 맞고 교만하기까지 한 상대에게 한 수 한 수 가르쳐야 하나 고민하고 계시지는 않으실지 모르겠다.

참고 기사: 베른하르트 교수, 그 입 좀 다물라! http://frontiertimes.co.kr/news_view.html?s=FR06&no=73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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