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2, 2011

(우리의 글) 묘한 블러그의 묘한 사진 – 허무맹랑한 준설논리

요즘 인터넷 상에 한국 하천의 인공위성 사진을 잔뜩 모아 둔 묘한 블러그(*1)가 나타났다. ‘옛사진으로 진단하는 4대강 문제’라는 이름의 이 블러그가 묘한 이유는 거창한 이름과 달리 포스팅 된 글이 단 하나 뿐이고 왜곡된 그 사진들이 ‘사실’로 둔갑하여 사람들을 통해 인터넷상에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블러그와는 달리 주인이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다. 단지 4대강 살리기 본부 공식 사이트로 바로 연결되는 링크가 있을 뿐이다. 이 블러그는 우리나라 강에 오랜 세월 퇴적된 모래 때문에 강물이 줄었으므로 준설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그 사진들이 교묘히 편집되었다는 데 있다. 다음의 사진은 그 중 하나인데 이 부분만 보면 정말 우리나라 강에 모래가 물보다 많은 것 처럼 보여진다.

[경북 상주 낙동면 낙동강 중류]

<그림1> 블러그’옛사진으로 진단하는 4대강문제’에서 오랜 세월동안 퇴적되었다고 주장하는 모래밭

그러나 이 사진은 큰 장면에서 교묘하게 발췌된 한 조각이다. 전체 모습을 보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사진의 출처는 구글맵스의 인공위성)

<그림2> 구글맵스의 인공위성 사진 – 낙동강 경북 상주군

이 지역은 자연상태가 완벽히 보존된 곡류하천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물길이 구부러지는 방향으로 따라 침식을 받아 가파른 강변(물길의 공격면, cut bank)이 있고 그 반대쪽에는 퇴적작용으로 형성된 넓은 모래톱(point bar)이 보인다. 문제의 블러그 사진(그림1)은 이 인공위성 사진에서 모래사장 부분(그림 2의 붉은 색 네모 안)만을 교묘히 오려낸 것이다.

우리나라 강의 강바닥에는 토사가 잘 퇴적되지 않는다. 갈수기에 물흐름이 느려져서 강바닥에 모래가 퇴적된다해도 장마철에 급속히 차오른 급류가 이를 죄다 씻어내리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4대강 살리기 환경영향 평가서’에도 분명히 적혀 있다. 강바닥은 강의 전 구간에 걸쳐 과거보다 더 내려갔으며 그 이유는 침식과 준설 때문이라고.(*2)

다음의 그래프는 ‘낙동강 환경영향 평가서’에 제시된 것으로 낙동강의 강바닥 높이를 20년 전과 비교한 것이다. 그래프에서 분홍색 막대는 강바닥이 침강한 깊이를, 하늘색 막대는 강바닥이 상승한 높이를 보여준다. 낙동강 하구둑에서 160km 떨어진 지점까지 보여주는데, 낙동강 전체 길이가 510km이니 그래프는 낙동강 하류지역의 조사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낙동강 하류 전 구간에 걸쳐 강바닥이 깊어졌다. 중력의 법칙 때문에 지구 상 모든 강은 상류에서 침식이 발생하고 강이 운반한 토사는 하류에 퇴적되는데 낙동강은 하류에서 반대현상이 나타난다. 지난 반세기 동안 모래와 자갈을 퍼내어 건축자재로 사용한 결과이다.

<그림3> 낙동강 살리기사업 1권역, 환경영향 평가서, 본안 제 7장, 858쪽

그런데도 4대강 사업의 홍보를 맡으신 교수님은 우리나라 강에 수만년동안 토사가 퇴적되었으니 4대강 사업으로 그것을 걷어내야 한다고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당당히 말씀하시니(*3), 그 분은 담당한 업무의 평가서 조차 읽어보시지 않은 것인지, 워낙 상상력이 풍부하신 것인지, 아님 그 분의 전공이 소설학이었는지 아리송할 따름이다.

우리나라 하천에 물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강물에서 빼어내는 용수의 사용량이 많아졌기 때문이지 토사가 퇴적되었기 때문은 아니다.

구글이 제시하는 인공위성 사진(그림2)은 실시간 사진이 아니다. 과거에 촬영되었기 때문에 4대강 사업으로 준설이 진행된 현재, 사진 속의 풍부한 모래밭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이 사진이 곡류하천에서 생기는 전형적인 범람원의 모습, 즉 살아있는 하천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미 공간이 충분히 갖추고 있어서 새삼 ‘강을 위한 공간(room for river)‘을 더 부여할 필요가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강이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페디아가 보여주는 곡류하천의 사례(그림4의 왼편)도 이와 비슷하다. 아니, 공격사면(cut bank)과 퇴적사면(point bar)등 범람원은 우리 낙동강(그림4의 오른편)이 훨씬 더 잘 발달되어 있다. 과연 외국학자가 하천학 교재로 삼고 싶어할 만큼 완벽하다. 아니 완벽했다.(*4)

<그림 4> 위키페디아에서 설명하는 사행하천과 우리나라의 낙동강

물은 항상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른다. 그리고 상류에서 깍여나와 물을 따라 운반된 물질은 강 하류에 쌓인다. 강하구에 퇴적되어 만들어지는 삼각주 평야가 그 대표적인 예다. 그러므로 4대강 사업 추진본부의 주장대로 퇴적된 토사를 걷어내는 준설이라면 당연히 강의 하류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그 반대로 진행되었다.

다음 낙동강 종단면도에서 보이듯이, 강의 상류부분에서 준설의 규모가 가장 크다. 이것이 퇴적토라면 우리나라강은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기라도 한단 말인가?

<그림5> 낙동강 사업 종단면도 (출처:김좌관(2009)*5)

더 묘한 이론은 강의 모래를 퍼내면 강물이 풍부해진다는 주장이다. 용수사용이 늘었으니 강의 유량은 과거보다 줄었다. 물이 줄었으면 그 대책을 강구해야지 땅을 파내면 강물이 저절로 불어나는가? 집의 쌀통 속에 쌀이 없다고 쌀통을 큰 것으로 바꾸면 저절로 쌀이 채워지는가? 세상 어느 나라도 가뭄에 대비하여 준설을 하지는 않는다.

다음 그림은 유럽 라인강의 종단면도이다.

<그림6> 라인강 종단면도와 준설구간 (출처- 독일연방수운청*6)

라인강에서도 준설은 한다. 그러나 준설은 토사가 쌓이는 하류에서 집중적으로 한다. 강의 상류를 준설하는 낙동강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2003년 독일과 네덜란드 사이에 준설에 대한 협약이 이루어졌다. 우리나라가 강을 준설하면서 이웃한 중국이나 일본과 상의하는 일은 없었고 있을 수도 없다. 하지만 독일과 네덜란드는 상황이 다르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1/3이 바다보다 낮기 때문에 침수 위험을 늘 머리 위에 얹고 산다. 라인강 물길에 토사가 쌓여 물이 바다로 빠져나가는 것이 막히면 바로 침수로 이어지므로 네덜란드는 이 문제에 예민하다. 그런데 이 토사의 대부분이 독일땅에서 발생하여 네덜란드땅으로 흘러드는 것이다. 라인강 하구에 쌓이는 퇴적토 처리에 골머리를 앓은 네덜란드는 라인강을 준설할 책임을 독일에게 물었다. 그리고 독일과 네덜란드는 준설에 대한 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의 머릿말에 쓰여 있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에 쌓이는 대량의 퇴적물질이 문제이며 이를 처리하기 위해 양국이 협약을 맺게 되었다고.

협약에 따르면 양국은 라인강 1055km구간에서 연간 8,500만m3의 준설을 계획하고 있다.(*7)

우리나라 4대강 사업은 낙동강 298km구간에서만 3억7.100만m3의 준설을 계획했다.(*8)

라인강에서 걷어낸 준설토는 많은 양이 강 속의 다른 지점으로 되돌려진다. 그러나 4대강의 준설토는 전부 강 밖으로 운반되었다.

4대강 사업의 준설은 퇴적된 모래를 걷어내는 그런 준설이 결코 아니다.

강가의 넓은 모래벌판은 퇴적토가 쌓인 불필요한 공간이 아니다. 여름에 강물이 급속히 불어나는 우리나라에 필수불가결한 강의 공간이다. ‘Room for river’를 외치는 네덜란드가 이상적으로 그리는 바로 그 강의 공간이다. 이 넓은 모래밭은 홍수가 나면 불어난 물을 담아내는 저류공간으로 바뀐다. 또 모래 속으로 스며든 강물은 땅속으로 퍼져 지하수층에 닿는다. 지하가 홍수를 처리하는 공간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이 공간의 모래를 파내고, 강둑을 높게 쌓고, 물길을 좁고 반듯하게 닦아버리면 강물과 지하수가 연결되는 통로는 막혀버린다.

모래와 자갈을 퍼내는 것도 모자라 남한강의 여주에서는 암반을 폭파하면서까지 준설을 진행했다. 운하를 만드는 것도 아니라면서 왜 이렇게 무리하게 강바닥을 파내려가야만 하는 걸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참고자료

*1. 블러그 ‘옛사진으로 진단하는 사대강 문제’ http://blog.daum.net/river333/3

*2. 낙동강 살리기 사업 1권역 환경영향평가서 본안, 2009년 9월, 국토해양부, 858쪽

*3. 조선일보 2010년 5월 19일 기사 http://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5/19/2010051900123.html

*4. 오마이뉴스 2011년 8월 21일 기사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13786&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6

*5. 낙동강 수질 세미나 2009년 7월 15일‚ 김좌관, ‘낙동강 보 건설이 낙동강에 미치는 영향’

*6. 독일 연방수운청 프라이부르크 보도자료‚ ‘하천사업과 운반작용에 대한 일반적 고찰’ Wasser- und Schifffahrtsverwaltung des Bundes : Wasser- und Schifffahrtsamt Freiburg Präsentation – Allgemeines, Flussausbau und Geschiebe

*7. 네덜란드-독일 간 준설에 관한 협약서(Dutch-German Exchange on Dredged Material, Sediment and Gredged Material Management – Relevance and Objektives) 2003년 9월 18일http://www.bafg.de/nn_161562/Baggergut/DE/05__Veroeffentlichungen/DGE-RelevanceandObjectives,templateId=raw,property=publicationFile.pdf/DGE-RelevanceandObjectives.pdf

*8. 낙동강 살리기 사업 1권역 환경영향평가서 본안, 2009년 9월, 국토해양부, 29쪽; 낙동강 살리기 사업 2권역 환경영향평가서 본안, 2009년 10월, 국토해양부,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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