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9, 2011

(우리의 글) 너네는 되고 우리는 안 돼?

나는 인터넷을 잘 활용할 줄 모른다. 늘상 들어가는 메일 확인만 끝내고 나면 거기에 무지막지하게 떠오르는 연예인들 기사나 가십거리 제목만 확인하고 나오는 정도가 내 수준이다. 그런데 며칠 전, 그날따라 누군지 모르지만 옷을 요란히 벗은 여배우 옆에 ‘북한 45층짜리 아파트 부실공사 확연히’라는 큼지막한 기사 제목이 얼른 눈에 띄었다.

기사에 실린 사진 두 장은 흐릿한 흑백사진으로 공사중이라는 것말고는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었다. 기사 제목과 내용은 사진으로 보아 멀리서도 한눈에 부실공사임을 알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기사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북한의 살림집 건설공사가 초스피드로 진행되고 있다. 45층짜리 고층아파트 골조 공사를 3개월만에 끝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할 정도다. 물론 부실공사다.

이런 걸 보고 데자뷔라고 하나?

얼마 전 독일의 베른하르트 교수가 한국을 방문했다. 국토해양부가 베른하르트 교수를 향해 쓴 반박문을 보면 남의 나라에 와서 며칠 쓱 훑어 보고 이것이 부실공사인지 어찌 한눈에 아느냐며, 자연에 대한 강간이라는 말까지 썼다고 엄하게 꾸짖고 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지금까지 40년간 강과 보에 대해 연구했고 수많은 강을 돌아보았으며 도면만 봐도 그것이 어떤 하천공사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는 4대강 사업으로 한국정부가 표창까지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도면이나 여타 자료로는 상을 받을 만한 공사라고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고 한다. 4대강 공사의 실체를 현장에서 확인하기 위해 이사용 박스에 가득 찰 만큼의 자료를 가지고 공사 현장을 조사했다. 그리고 역시나 ‘이건 아니다’라고 확신하게 된다.

150년전 독일인들은 인간이 강물을 막아서 홍수도 막고, 막은 강물을 높여서 운하로도 쓰면 큰 배도 다니고, 제방도 높이고 그 위에 자전거 길도 놓고, 범람원은 싹 쓸어서 농토로 쓰고 공장도 지으면 훨씬 이득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런 하천 공사를 계속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서 하나둘 나타나는 헛점을 깨닫기 시작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지금 독일에서는 지난 하천공사에 대해 땅을 치고 후회한다고 말한다. 강에 보를 걸치고 물을 채우고 나니 강변 땅의 지하수위가 높아져서 농토는 늪지로 변하고 농작물의 태반이 썪었다. 몇 년이 지나자 보로 막힌 강과 농토를 잇는 물의 연결고리가 끊어져 지하수위가 내려가고 농작물은 모두 고사했다. 농작물이 그야말로 새카맣게 타버린 것이다.

그래서 베른하르트 교수는 호소한다.

“한국 사람들이여, 제발 우리가 했던 그 무지함을 되풀이하지 말아주시오. 보를 만들지 않아도 홍수를 막을수 있고, 흐르는 물보다 더 나은 수질은 있을 수가 없으니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오.”

그런데 이런 베른하르트 교수가 한국에 가 있는 동안 4대강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너네도 라인강 막고 보 만들어서 잘살았잖어, 우리도 잘살아 보려고 한다. 너네는 되고 우리는 안 되는 이유가 뭐여”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은 흔히 건설의 일인자라고 불린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70년대에는 중동에 나가서 몇 달씩 일하고 오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그렇게 건설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북한이 건설하고 있는 현장 사진 두어 장만 보면 “이건 아니다, 부실공사다.“라는 말이 척척 나오는 모양이다.

그러면 북한 사람들이 과연 우리보고 “지적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할까? “어디서 감히 사진 몇 장보고 부실공사니 뭐니 떠들어? 너네도 부실 공사 많이 하잖아? 너네는 되고 우리는 안 되는 이유가 뭐야?“라고 묻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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