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독일 전역에 홍수가 나서 다뉴브 강변에 위치한 파싸우(Passau)는 1501년 이래 최고의 홍수위를 기록했다. 30년 전에 “다뉴브 강을 이런 식으로 계속 개발한다면 언젠가는 파싸우가 물에 잠겨버릴 것”라고 예견했던 독일의 홍수전문가 베른하르트 교수는 여기저기 불려다니느라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 없어 인터뷰는 전화로 진행되었다. (그 이튿날 라인 강변에서 진행된 TV 인터뷰 사진을 얻었다.)
문: 지난 7월 한국 감사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사업이 운하 건설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었음을 확인한 감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답: 한국의 4대강사업이 운하사업이 아닌 다른 사업으로 여겨졌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죠. 그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 자세히 진단해 볼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홍보책자만 봐도 그렇고, 설계도면에도 배를 띄우는 데 필요한 수치의 하상단면이 확실히 나와 있습니다. 그렇게 깊은 수심은 배를 띄우기 위해서나 필요하지, 배가 다니지 않는 보를 만드는 데는 필요치 않습니다.
문: 교수님께서는 일찌감치 4대강 사업은 운하사업이라고 진단하셨는다는 점에서 이 감사결과에 특별한 감회를 가지셨을 듯합니다. 한국 감사원이 4대강사업과 운하사업의 관련성을 공식 확인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답: 아무런 감회도 없습니다. 그 사업이 운하건 아니건 4대강이 파괴되었단 사실엔 변함이 없는데요, 뭘. 아이가 이미 우물에 빠져버렸는데 (끔찍한 일이 이미 일어나버렸다는 뜻) 내가 그 사실을 미리 알았다는 게 무슨 중요한 일이겠습니까? 단지 망가진 4대강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2년 전에 한국에 갔을 때 저는 이게 사실이란 걸 믿지 못할 정도로 쇼크가 컸습니다. 전 평생 그렇게 아름다운 강을 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복원할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강을 어떻게 복원한다는 것인지 자문할 수밖에 없었지요.
문: 교수님이 단면도만 보고도 ‘운하’라고 하실 만큼 분명한데, 한국에서는 몰랐을까요?
답: 한국에서도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겁니다. 제가 만난 교수들도 다 그렇게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문: 교수님은 2년 전 한국의 4대강사업 현장을 돌아보고 4대강사업에 생태적 배려가 전혀 없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면 때문에 그런 진단을 내리셨는지요?
답: 당시 공사현장에 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현재 모습과 공사 전 사진을 비교하면 알 수 있어요. 하천의 소중한 생태구조들이 준설로 모조리 파괴되었습니다. 당시 있었던 섬, 범람원, 강변 수목들에 대해 어떠한 배려도 하지 않았고, 게다가 해평습지처럼 1급 보호가치를 지닌 보호구역들까지 파헤쳐서 획일적인 운하형 하상단면을 가진 강으로 만들었습니다.
문: 한국의 야당과 환경단체들은 200억 달러가 넘는 재원을 낭비하며 진행된 이 무모한 자연파괴 행위에 대해 책임규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유엔환경계획(UNEP)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사업을 긍적적으로 평가하며 지지하기도 했는데요. 교수님은 UNEP의 이러한 평가를 바로잡기 위한 시도를 하셨지요?
답: 이번 4대강사업과 관련된 UNEP의 행위는 유감 수준을 넘어서 현재 한국에서 일어난 일에 큰 몫의 공동책임이 있습니다. UNEP이 어떻게 4대강사업을 ‘녹색성장’이라 평가할 수 있었는지 저로서는 불가사의합니다. 특히 아힘 슈타이너(Achim Steiner) UNEP 사무총장이 4대강사업 이전에 청와대에 초대받아 가서 4대강사업을 칭찬한 사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는 2011년 4월 5일 슈타이너 사무총장에게 편지를 써서 4대강사업의 파괴성을 지적하며 이 사업과 사업의 후유증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로부터 어떤 반응도, 하물며 편지를 수신했다는 연락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문: 16개 보가 가둬놓은 수억 톤의 강물은 특별한 용도를 찾지 못한 채 여름만 되면 남조류가 번성해서 식수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답: 녹조현상은 물을 보로 막은 것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습니다. 여름철 넓고 거대한 수로에서 물이 원활히 빠져나가지 못하고 거의 멈춘 것처럼 느리게 흐를 때 녹조현상이 생깁니다. 햇살이 강하고 수온이 오르면 필연적으로 일어납니다. 그러나 햇살이 원인이 아니라, 보로 강물을 막아 흐름을 정체시킨 것이 원인입니다. 자유롭게 흐르는 강에서는 녹조가 생기지 않거든요.
문: 수심 4~6m를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준설 비용, 거대한 보를 유지관리하기 위한 비용 등을 고려할 때 4대강을 현 상태로 유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시민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한국이 4대강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답: 복원이 유일한 정답입니다. 지속적으로 들어갈 인공구조물 유지 및 보수 비용, 그리고 보 안쪽에 쌓이는 오니 제거 비용, 지하수의 수질과 수위 교란 등의 후유증을 처리하는 추가 비용, 그밖에도 다른 부작용들이 유발하는 비용은 장기적으로 볼 때 복원공사에 드는 비용보다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문: 어마어마한 준설로 강바닥이 많이 내려가 있는 등 4대강의 하천형태는 이미 크게 바뀌었기 때문에 4대강 복원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한국이 4대강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검토와 준비를 거쳐야 할까요?
답: 다각도로 신중하게 검토하며 재자연화의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 성공의 기본조건입니다. 그러나 몇 년에 걸쳐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2차원 수리모형을 이용해 수학적인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 예상 토사운반량 같은 물흐름 조건을 아주 잘 검토할 수 있고 적합한 계획안을 신속히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복원작업의 첫 단계는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습니다. 즉, 강바닥 준설을 멈추고 보의 수위를 낮추며 수문을 열어 유속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강의 순기능도 다시 돌아옵니다. 보를 운영할 때는 가능한 한 이전 수위를 유지하는 선에서 수문을 조절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지하수위 역시 이전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문: 이전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요?
답: 4대강사업의 공사과정에서 강바닥을 엄청난 규모로 파냈기 때문에 지금 당장 이전과 같은 유속을 회복하리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 문제는 강에 다시 토사가 퇴적되어 하상단면이 축소되고 물흐름의 균형이 다시 잡힌 후에야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강의 자연스러운 퇴적작용이 되도록 빨리 진행될 수 있게 강 옆에 여기저기 산처럼 쌓아놓은 준설토 모래를 강 속에 다시 쏟아부어야 합니다. 모래를 적절한 곳에 넣어주기만 하면 그 다음에는 강이 다 알아서 합니다.
문: 현재 4대강이 많이 변형되었는데 재자연화를 진행하면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을까요? 목표를 어떻게 세워야 할까요? 재자연화를 서둘러야 하나요? 몇 십년이 지난 후 재자연화를 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어떤 차이가 있나요?
답: 되도록 빨리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야 더 이상 피해가 확산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지하수의 역동성이 무너지지 않아야 하는데요, 지하수질과 그 지역 생태계의 질을 유지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지요. 현재 배수가 원활치 못해서 침수 면적이 늘어나는 문제도 아직은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침수가 오래 계속되서 고질적으로 되었을 때 생기는 문제에 비하면 아직은 쉽습니다. 바로 이 지하수의 역동성이 지닌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많죠.
문: 16개 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부 제거되어야만 합니까? 우선 몇 개만 제거하고 어떻게 될지 먼저 지켜보야 하나요?
답: 몇 개 보를 남겨두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철거순서를 정하는 것은 결국 비용문제입니다. 강마다 별도로 진행할 수도 있고 모든 강에서 한꺼번에 시작할 수도 있겠지요. 저라면 시간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모든 강에서 한꺼번에 진행하겠습니다.
문: 복원은 보를 해체하는 것으로 충분한가요? 지금 준설로 역행침식이 진행 중인데 보가 없어지면 이 문제가 어떻게 될까요?
답: 당장 보를 없애면 준설로 강바닥이 깊어진 까닭에 지류에서 역행침식이 심화되고 주변 지하수위가 심각할 정도로 내려갈 겁니다. 강의 수위가 내려갔기 때문에 주변의 지하수도 따라 내려갑니다. 평지에서는 강에서 몇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먼 지역에서도 지하수면이 하강한 것이 보고됩니다. 아무도 정확히 그것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지하수면이 떨어지면 뿌리에 물공급이 어려워져 농업과 입업에 치명적 타격이 생깁니다. 그래서 준설한 강바닥을 토사로 먼저 채워서 강의 자연스러운 유량조건을 조성한 후에 최종적으로 보를 제거해야 합니다. 또한 그때까지는 보에 물을 가둬두지 말고 사업 이전 강의 수위를 유지시켜야 합니다.
문: 지금 준설로 4대강이 마치 수로처럼 매끈하게 정리된 상태라 보의 수문을 완전 개방하면 4대강이 홍수의 고속도로가 되어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건 아닐까요? 복원과정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요?
답: 갑자기 모든 수문을 활짝 열어서 모든 물을 한꺼번에 흘려보내면 그런 일들이 생길 겁니다. 그래서 수문 개방은 공사 이전 수준으로 수위를 조절하는 일과 병행해야 합니다. 즉, 공사 이전 수준의 수위를 유지하도록 수문을 열어야 합니다. 홍수에 관해 예견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상황을 정밀하게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간단히 말할 수는 없습니다.
문: 준설한 낙동강 바닥을 자연스럽게 메우는 데는 내성천 바닥에 모래를 공급하는 것이 중요한데, 내성천 상류에서는 영주댐을 건설중입니다. 영주댐으로 인해 회룡포가 있는 내성천과 낙동강에 모래 공급이 끊기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까요?
답: 상류에서 운반되는 자연 토사 없이는 침식작용이 계속 일어나고 강바닥이 점점 더 깊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라인강 이페츠하임 보 하류에서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나서 매일 많은 양의 토사를 강에 인위적으로 들이붓고 있습니다. 내성천의 경우 지금 아래쪽 낙동강의 준설로 역행침식 작용을 받아 모래를 빼앗기는 데다가 댐으로 상류에서 흘러오는 모래를 공급받지 못하는 두 상황이 겹쳐 두 배나 빠른 침식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아름다운 회령포와 내성천 모래밭은 빠른 시일 내에 사라질 것입니다.
문: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사업을 ‘녹색 뉴딜’이라 칭하며 이 사업을 다른 나라한테 수출하겠다고 하여 태국에서 시찰단이 다녀갔어요. 운하사업으로 밝혀진 지금 시점에서 다른 나라까지 큰 피해가 나지 않도록 수출을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답: 방콕은 홍수방재가 필요하지 운하건설이 필요한 도시가 아닙니다. 홍수가 나는 곳에 4대강사업식의 운하까지 짓는다면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이 일어날 것입니다.
문: 한국정부는 그 어떤 이득도 없고 이렇게 피해만 막중한 4대강살리기사업을 왜 했을까요?
답: 건설업체 일거리 만들어주기죠. 그것 아니고는 이유가 없습니다. (격앙되어) 한국의 4대강은 공사 이전에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자연 상태였습니다. 거기서 뭘 어떻게 더 살리겠다는 겁니까? 파괴만 했습니다.
문: 독일 얘기를 좀 들려주시죠. 독일에선 어떻습니까? 만약 정부나 건설업체가 보를 불법으로 건설했다면 보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까? 책임자를 처벌합니까? 그런 사례가 있나요?
답: 독일에서는 4대강사업 같은 진행은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사례도 없어요.
문: 독일에서 하천 재자연화 사업을 할 때 반대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있다면 어떻게 설득을 하는지요?
답: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유지 보상문제 같은 개인적 이유이고 하천 재자연화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는 국민은 없습니다. 자연상태의 강이 더 좋다는 것은 이젠 상식에 속하지요. 주민들은 아이디어를 내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합니다. 독일에서는 하천사업을 계획할 때 그 취지를 알리고 주민 의견을 듣고 수렴합니다.
문: 한국의 4대강 복원과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해 주실 말씀이 있습니까?
답: 한국 현장에서 보를 가동한 후 일어난 여러 상황을 상세히 관찰하지 못한 채 멀리 독일에 앉아서 판단하는 것은 외람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의 하천 재자연화 공사 경험에서 확인한 것이 있습니다. 주변 상황이 허락하고 사람이 자연에게 기회를 준다면 자연은 대단히 신속하게 좋아진다는 점입니다. 자연이 어떻게 변화해갈지는 미리 상세히 계획할 수도 없을 뿐더러 그걸 계획하는 것은 좋지도 않습니다.
질문에 답하는 베른하르트 교수의 말투엔 때로는 무모한 자연파괴에 대한 분노와 격정이, 때로는 그 파괴를 막지 못한 사람의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그가 보았던 한국의 강, 복원할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 아름다운 자연상태의 강을 서술할 때는 슬픔을 참고 있는 사람처럼 목소리가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