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할 때 공이 오는 쪽으로 무작정 몸을 날려 팔을 뻗듯이, 에스칼레이터에서 비틀거리는 낯선 할머니의 외투자락을 무작정움켜쥐듯이, 운명에게 내가 속아주는 기분으로 길을 떠났다.

두고두고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하지만 나의 고생이 세상을 바꾸지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때때로 마음이 헛헛했다.

이런 일은 내가 개인적으로 별로 즐겨하지 않는 일이다. 그렇지만 나로서는 최고의 열정을 바쳤다. 내가 객관적으로 완벽하게 일한 건 아니지만 내가 정한 목표는 다 달성했고 난 내게서 더 이상 바랄 바가 없다.

멋진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대부분 평생 한 우물을 판 사람들이었고 다른 건 몰라도 그 분야에서만은 신념으로 번쩍였다. 그런사람들을 만나서 그들과 교감하고 그들의 응원을 받는 것으로서 고된 일정은 충분한 보답을 받았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마지막 날에 그들 중의 한 사람이 말했다. “그때 나는 내가 패배하리란 걸 처음부터 알았다. 그래도 투쟁한 이유는 우리가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다는 것을 후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 말 한 마디가 그간 나의 헛헛한 마음을한 순간에 날려주었다.

이 말 한 마디를 가슴에 새기고 코 앞의 푼돈을 세는 쫀쫀한 실용주의의 그물을 벗어나기를 기원한다. 인생의 성공은 승리나 패배에달려 있지 않다는 것을, 인간의 품위를 지키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실속 없는 헛수고가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loreley15.jpg

달력에 나오는 로렐라이 한 컷

텅빈 블로그를 지켜주시는 친구들께 인사드립니다.

잠시 집에 들어와 부랴부랴 몇 가지 일 마치고 가방 바꿔 들고 다시 나가는 상황이어요. 정장 걸어놓고 작업복 챙겼습니다. 몇백년 묵은 먼지구덩이에서 일할 거라서 제일 낡은 청바지 두 벌 빨아서 넣었지요. 일 주일 후에는 집에 다시 돌아옵니다.

그간 저 없는 사이에 아들은 고등학교 졸업시험이자 대입시험에 해당하는 아비투어를 시작했어요. 제가 돌아온 이튿날 마지막 시험을치뤘는데 마지막 도시락으로 돈까스를 만들어줄 기회가 되어서 행복했습니다. 또 그 다음날이 딸의 생일이어서 저는 미니 케익을50개쯤 구웠다지요. 유치찬란한 케익인데 얼마나 사랑받는다고요.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년 두 번씩 구워요. 자랑해야지.

minikuchen15.jpg

하나씩 드셔요.

minikuchen2\_15.jpg

조촐한 생일상이지만 딸은 무척 기뻐했어요.

남편이랑은 그간 좀 안 봤다고 데면데면. 전 어디 갔다오면 좀 그러네요. 댁은 뉘셔?\^\^ 올해의 역마살 한바탕 지나가고면 날개옷 다시 벗어야지.

건강하게 돌아와서 즐겁게 다시 만날 때까지 모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