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 저와 함께 뮌헨의 거리를 산책하신 분들께!

그간 안녕하셨어요? 그새 벌써 며칠이나 지났군요. 그날 저녁에 모두들 무사히 귀가하셨는지요? 저는 그날 춤 추러 못 갔어요. 침대에 잠시 누웠다가 그만 잠들어버렸거든요.

무거운 짐을 가지고 공항으로 가시느라 고생하셨을 분들, 밤늦게 기차를 타고 독일의 다른 도시로 떠나신 분들, 계속해서 여행지를전전하셨을 분들,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이제는 집에 돌아가셨을 분들, 모두 한 분 한 분 눈에 선합니다. 한국에서,미국에서, 독일에서 이제는 일상에 매진하고 계시겠지요?

먼 길을 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덕분에 저는 굉장히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어요.

멀리서 오신 독자들을 모시고 뮌헨의 거리를 산책하며, 그간 제가 글로 써왔던 공간들을 함께 보고 느낀 일은 제게는 참으로 특별한경험이었습니다. 여태까지 허공을 보고 앉아서 혼자서 글을 쓰는 동안 들었던 공허함이 단숨에 가시는 신기한 경험이었지요. 누가앞에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을 동그랗게 떠서 반응을 보여주는 일이 얼마나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일인지를 저는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아마도 그간 제가 주변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혼자서 글 쓰느라고 많이 외로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걸 모르고있었어요. 제 전공이 워낙이 혼자서 작업하는 일이기 때문에 일은 원래 외로운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지요. 그런데 제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눈 앞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는 그날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덕분에 여러가지 생각들이 가지를 쳐서 새로운의문을 낳기도 했고 의외로 쉽게 해답을 얻기도 했지요.

우리 그날 참 많이 걸었지요? 뮌헨 구시가지의 명소를 거의 다 훑었을 겁니다. 그 외에도 이번에는 도심의 오아시스에 중점을두었습니다. 세계적인 경제, 문화, 예술, 소비의 도시인 뮌헨이 다른 경쟁도시들에 비해 돋보이는 점은 뮌헨엔 도시민들의 숨통을 틔워줄 오아시스가군데군데 숨어있다는 것이겠지요.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를 성실하게 충족시키는 인본적인 공간은 결국 경제적으로도 경쟁력이 있는공간이라는 것이 저의 평소 지론입니다. 또한 거꾸로, 중세시대의 소금 무역로로 인해 생성되고 발전한 뮌헨은 처음부터 경제적인실속이 지배한 도시라는 것, 그 장기적인 실속의 원칙은 결국 인간에게 유익한 인본정신과 통한다는 것, 바로 이것이 뮌헨의 역사를고찰한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여러분들과 그런 점들을 함께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나니 아쉬운 점이 한 가지 남네요. 우리 너무 바빴지요? 답사 프로그램을 좀 줄이고 “뮌헨”이 아닌 “우리”에 대해서 대화할 기회가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뻔했어요. 이렇게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오신 데는 “뮌헨”에 대한 관심도 있었겠지만 “저”에 대한 관심도적지 않았을 것이란 사실을 제가 간과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여러분”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뒤늦게야드는군요. 쿨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상대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제 마음 속에서 솟아오르던 따스한 관심을활용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저나 우리 밤 새워가며 할 말이 참 많았을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아마 다음 번에는 여러모로 좀 더 편안하고 유려한 일정이 될 거에요. 이번에 첫 실험대상으로서 짧은 시간에 많은 곳으로끌려다니시느라 고생하신 여러 분들께 죄송하구요, 그렇지만 초심만큼 극진한 정성도 없을 거라는 위로를 드립니다. 억울하시면 한번씩더 오셔요. 저도 벌써 보고 싶은 걸요.

베풀어주신 인연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잘 가꿔나갔으면 좋겠어요.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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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구시가지의 남대문 칼스토어. 서울의 숭례문보다 조금 먼저 지어졌답니다. 중세시대의소금 무역로가 이리로 이어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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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시청으로 쓰이는 신시청사 내부. 옛날의 중정을 실내로 개조한 공간에선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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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성당의 탑에서 내려다보이는 뮌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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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 뜻하지 않게 맞딱드리는 중세적인 골목길. 도시민을 위한 오아시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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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어리광대로 쓰려고 프랑스에서 데려온 난장이 쿠비에가 건축가로 성장하여 지은 연극관. 건물은 2차대전 때 폭격 맞아 사라졌지만 내부시설은 미리 뜯어 피난을 시킨 덕분에 아직도 남아서 로코코 극장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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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좋아한 곳은 이자 강변을 따라 수목이 우거진 공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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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강의 다리입니다. 이자 강변은 대도시의 오아시스이자 가을에 특히 아름다운 곳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