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는 50세 생일날 뮌헨시로부터 경로당 초대장을 받고 막 화를 냈다. 그런데 나는 독일 시민권이 없어서 그런지 그런 일은 없더니엊그제 마모그래피 센터에서 편지를 받았다.

유방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유방촬영에 초대하는 안내서였다.유방암은 독일 여성의10%가 걸리는, 그러니까 가장 흔하게 걸리는 암으로서 대부분 50대 이후에 발병한다는 설명과 함께 조기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는 수 년 전에 유방촬영 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 유방이 꼭꼭 찌르듯 아프길래 산부인과에 갔더니 진찰을 좀 해 보고는촬영장비가 있는 병원으로 처방전을 써주었다. 유방촬영은 꽤나 귀찮고 불편한 검사였다. 암만 환자라도 그렇지 여성의 은밀한 그곳을 사정없이 잡아당겨서 유리판 사이에 납작하게 눌러놓고는 사진을 찍는지 어쩌는지, 나는 행여나 있을지도 모르는 혹이 터져서암세포가 번질까봐 걱정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나온 결과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다는 거였다. 나는 손으로 만져서도 아픈 곳을 확실하게 지목할 수 있는데 병원에선아무것도 없다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확실한 결과는 정밀한 초음파 검사를 통해서 나타났다. 육안으로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물혹이 생겼다는 것이다. 대부분 그냥 두어도 사라진다는 말처럼 몇 달 후에 검사해보니 정말로 사라져버렸다. 젊었을 때 가슴에작은 물혹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을 몇 번 경험했지만 꼭꼭 찌르며 아픈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의사의 말로는 크기가 아주 작을때 환자들이 오히려 통증을 호소한다고 한다.

그 이후로 나는 마모그래피가 별로 탐탁하지 않았다. 엄청 귀찮게 굴고는 초음파보다 못 알아맞추다니? 이번 편지도 무시해버릴까?

그런데 마모그래피 센터에서 친절하게도 근처의 병원에검진 날짜와 시간까지 예약해서 보내준 사실이 나를 감동시켰다. 물론 강제는 아니고, 또한 날짜와 시간도 내가 원하는 대로 변경할 수 있으며, 모든 비용은 의료보험에서 부담한다고 나는 몸만 오면 된다고 했다.국민의 건강이 국가의 경제에, 특히 의료보험제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긴 하지만 전국적으로 이렇게 자상하게 챙겨주다니… 난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동안 여러가지 종류의 정기검진을 소홀히 함으로써 내 건강을 스스로 챙기지 않는 사실에 미안함을 느꼈다. 여차하면 사회에서 책임져주는 내 건강을미리 잘 가꾸는 것도 사회에 대한 기여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는 오래간만에 산부인과에 갔다. 사무 보는 아가씨가 내 서류를 찾아보더니, 2년 만에 왔다고 눈을 흘겼다. 내 나이엔자궁(경부)암 검사를 6개월에 한번씩 해야한단다.

나이가 지긋한 의사 선생님은 나를 보고 싱글싱글 웃으며, 지난 번에 자기가 소파수술을 권해서 무서워서 안 왔냐고 물었다. 나는그게 아니라 그 후로 생리가 딱 끊겨서 기분이 좋아서 안 왔다고 대답했다. 2년 전에 생리가 불규칙해지기 시작했을 때 나는피임에 대한 문의을 하려고 병원에 갔는데, 의사는 임신의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전혀 없는 것도 아니라는,들으나 마나 한 말만 하고는, 내 생리의 출혈양이 많아지고 기간도 2주씩으로 늘어난 증상에 대해 소파수술을 통한 근본적인 치료를권했던 것이다. 나는 주변 여성들의 말을 들어보아하니 완경기에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라 여겼으므로 그냥 흘려듣고 말았다. 그리고는곧 생리가 완전히 끊겼으므로 나는 피임이고 수술이고 홀가분하게 다 잊어버렸다.

의사가 계속 물었다.
“생리가 끊긴 후에 별다른 증상은 없습니까?”
“몸이 갑자기 화끈거리며 땀이 비오듯 오고, 그리고 성관계 할 때 건조해요.”
“그런 증상 때문에 정신적으로 우울하지는 않고요?”
“호르몬의 변화에 따르는 자연적인 현상인데 그게 뭐 우울할 이유가 되겠어요?”

나는 정보의 시대에 사는 걸 감사하게 여긴다. 여성의 몸에 대해 터놓고 대화하기를 꺼리는 세대인 나의 시어머니는 완경기 시기에갑자기 땀이 쏟아지는 증상에 놀라고 당황해서 우울증에 걸렸다. 가족에게 미친 여파도 컸다. 덕분에, 신혼이었던 우리 부부의 사이에도 금이 많이 가서 우리는 그 땜질을 아직까지도 하며 살고 있다. 내가 여성의 몸과 마음에 대해솔직한 글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요즘 밤에 자다가 갑자기 땀벼락을 맞아 잠옷이 흥건히 다 젖고 이불까지 축축해지곤 한다. 이때 일어나서 잠옷과 이불보를 갈자면잠에서 다 깨고 만다. 그래서 꾀를 낸 것이, 그럴 때 이불을 홀랑 뒤집어 덮는 것이다 (독일의 이불보는 안팎의 차이가 없는 주머니형이다). 바깥을 향해 있던 윗면이 내 몸쪽으로닿으면 차갑고건조한 기운에 쾌적해서 금방 다시 잠을 청할 수 있다. 이게 건강에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게는 편안한 방법이다. 얼마전부터는 몸이 화끈거리기 시작할 때 벌써 잠에서 잠시 깨기 때문에, 이때 얼른 이불을 뒤집어 덮으면 땀벼락마저 피할 수 있다. (더 나은 방법 아는사람 있으면 서로 가르쳐주기요.)

내진을 하는데 2년 전 같지 않게 아팠다. 내진을 마치고 의사가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이젠 질 박테리아 대신 피부 박테리아가서식한다고 했다.질의 점막이 건조해졌다는 뜻이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그간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으면 아래가 쓰리던 증상이 그제서야 이해되었다. 그간 나는 나이를 먹으면서 방광이 약해져서 그런가, 아니면 노화로 혈액순환이 부진해서 그런가, 그렇다면 늙어서 글을 쓰는 일도 녹녹찮겠다고 좀 비관스럽게 생각했는데, 이유를 알면 방법도 나오는 법… 치질환자들이 쓰는 동그란 튜브를 깔고 앉으면 되겠다!

의사는 내게 호르몬 요법을 권했다. 나는 펄쩍 뛰며 다시 생리하기 싫다고 했다.의사는 소량의 에스토로겐 호르몬을 좌약으로 투입하면 질의 점막이 건조해지는 현상만 막을 뿐, 생리가 돌아오는 건 아니라고설명했다. 옛날에 55세로 막을 내렸던 여성의 수명이 무려 30년이나 연장된 오늘날, 자연만 고집하는 것은 삶의 질에 도움이되지 않는다고, 독일 사람들은 “전부” 아니면 “무”라는 철저한 사고방식에 사로잡혀서 피곤하게 산다며 의사는 호르몬 좌약을 처방해 줄테니 한번 써보라고 권했다.

나는 남편과 먼저 상의하겠다고 했다. 의사는 별걸 다 남편에게 물어본다고 생각했는지 멀뚱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남정네도그 나이엔 변강쇠가 아닐 터, 부인만 “호르몬 도핑”으로 촉촉한 젊음을 과시하는 것이 과연 남편에게 위로가 되는 일인지? 같이늙어가는 사실을 인정하고, 툭 터놓고 의논해서 대안을 찾는 것이 서로의 정서에 좋지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