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에게 쌀쌀한 사람이었습니다.

내 조국 대한민국이 가장 자랑스러웠던 때는 당신이 대통령을 하던 때였다고, 그때 우리의 인권과 민주주의는 여느 선진국 못지 않았다고, 그래서 세상에서 부러운 나라가 없다고 공언을 하면서도 나는 당신 개인을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일에 인색했습니다. 당신이 연설하는 모습이나 목소리를 들어보려고 노력한 적도 없습니다. 단지 정책으로 나타나는 공과로만 당신을 판단하려고 했습니다. 나는 그런 것이 쿨한 행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에 대한 험담이 언론을 타기 시작했을 때, 단지 당신이 대한민국의 남성 정치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당신이 도덕불감증에 걸린 마초를 벗어나지 못한 인간일 것이라고 그냥 믿어버렸습니다. 당신이 억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머리로만 하였고 마음으로는 ‘‘그러면 그렇지, 그놈이 그놈이지’’ 믿어버렸습니다.

나는 당신이 좀 더 버텨주지 못한 것을 원망할 염치가 없습니다. 당신이 좀 더 버티셨더라면 나는 당신을 조금 더한 파렴치한으로 몰아가는 정국에 고개를 끄덕였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대한민국 역사 이래로 최고의 대통령이었다고 말로는 그러면서도 당신을 인간적으로 믿어주지 못하고, 또 그런 것이 사사로운 정에 끄달리지 않는 쿨한 식견이라고 믿어온 나의 비겁한 냉담에 눈물이 납니다.

그래서 나는 요즘 벌을 받고 있습니다. 내가 사대강을 반대하는 글을 쓰면 많은 사람들은 내가 단순히 당신 편이라서 다른 편을 험담하는 것이라고 간단하게 믿어버리기도 합니다. 사대강 공사의 나쁜 점만 얘기할 것이 아니라 좋은 점도 얘기해줘야 공정한 것이 아니겠냐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할 말을 잊습니다. “1%라도 좋은 점이라도 있다면 내가 뭐하러 나서서 반대를 하겠느냐?“라는 무기력한 항변이 입 안에서 맴돌 뿐입니다.

하지만 나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이해합니다. 당신이 하는 말이 옳다고 여기면서도 당신을 인간적으로 의심하는 것이 쿨한 행동이라고 여겼던 나의 행위와 똑같은 이치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당신에게 미안할 수밖에 없는 내 한계를 알기 때문에 나에게 쿨한 다른 사람들에게 섭섭한 마음이 들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가끔 두렵고 외로운 마음이 들 때는 있습니다. 그럴 때는 당신이 느꼈을 외로움을 헤아려보는 것으로 신발끈 고쳐 묶고 다시 일어섭니다.

조직을 만드는 것은 혐오하지만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는 동지는 만들고 싶습니다. 독일에 계시는 분들께 조만간 제가 손 내밀겠습니다.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제 손을 잡아주세요.


동영상: 외로웠을 시절의 당신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