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앞으로 일 주일간 집을 떠납니다. 매년 이맘 때쯤이면 모교인 칼스루에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실측을 지도하는 일을 하지요.

기분전환도 되고 오래간만에 동료들도 만나는 맛에 제가 즐겨 가곤 합니다. 예전에는 젊은이들을 만나는 재미가 좋았는데요, 글쎄 제가 유치원에서 일을 해서 그런지 이번에는 좀 시큰둥하네요. 난 니네보다 더 쪼끄만 애들이랑 논다누.

거기 가면 일이 적은 건 아닌데 전 쉬러가는 기분이 들어요. 거기 가선 한 가지 일만 하면 되거든요. 일 끝나고 살림을 할 일도 없고, 랩톱을 안 가지고 가니 밤 늦게까지 글을 쓸 일도 없고… 아무튼 가서 푹 쉬고 오겠습니다. 저녁에 일 마치고 샤워하고 동료들과 저녁 먹으며 차가운 라들러(맥주에 사이다 탄 음료수) 한잔 쭉 들이키고 콩팔이 새삼육 잡담하고 놀다가 새나라의 어린이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지. 아이 좋아라.

말은 저렇게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는 요즘 우리나라만 생각하면 마음이 무척 아파요.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해야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힘에 겹고 버겁습니다. 하지만 어떡하겠어요? 힘들다고 해서 내다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재충전하고 돌아와서 다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여러분들도 꼭 투표하세요. 꼭이요. 제가 외국에서 백 날 글 쓰는 것은 국내에 계시는 단 한 분이 투표하시는 것에 미치지 못합니다.

제게 안부 메일 주신 분들께 일일이 답장을 못 드려서 죄송하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네요. 어떤 메일은 그냥 떼어먹기가 너무 미안해서 나중에라도 찾아서 꼭 답장을 드리고 싶은데 요즘 제 메일함이 좀 붐벼서 찾지 못할 때도 있어요.

새벽 기차를 타기 전에 잠깐 눈 붙이러 저는 이제 들어갑니다.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모두 건강히, 안녕히! 제가 어디 가서 뭐하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글 두 개를 눌러보세요.

독일의 무서운 젊은이들
숭례문의 시계는 느리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