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1일, 대한민국에 기적이 일어났다. 노동자와 상관없는 사람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김진숙을 살리기 위해 뭉친 것이다.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살고 있는 1000명의 시민들이 자기 돈을 들여서 ‘‘희망버스'‘를 대절해서 김진숙을 찾아갔다. “당신이 옳다"는 말을 해주기 위해서. 한진중공업에서 대문을 걸어 잠그자 사람들은 서슴없이 사다리를 타고 담을 넘어 그에게로 갔다.

http://www.youtube.com/watch?v=SVJFJBrHilc&feature=related
(동영상. 6월 11일 희망버스 여정 기록)

그러자 회사에서 고용한 용역직원들이 노동자들을 공격했다. 그러자 이런 일과는 상관 없을 것 같이 하늘하늘하게 생긴 여배우가 나서서 말렸다.

http://www.youtube.com/watch?v=6RpF_pEZ5hQ&feature=relmfu
(동영상. 김여진 눈물, 용역 여러분 돌아가주세요)

한국 정부가 힘없는 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가볍게 여긴다는 것을 우리 국민들은 용산참사에서 이미 보았다. 노동계와 이해관계가 없는 시민들이 방방곡곡에서 들고 일어나 보여준 희망버스 행사는 ‘‘힘없는 노동자 김진숙의 안위를 건드리면 국민이 가만두지 않겠다'‘는 경고장이다.

국제 사회에서도 한국 정부와 기업에게 경고장을 보냈다. 전세계 총 2천5백만 조합원을 자랑하는 막강한 국제노동기구인 국제금속노련의 부사무총장은 6월 23일 한국을 방문하여 한진중공업의 노동인권 탄압을 국회청문회에서 다룰 것을 요구했다.

http://www.vop.co.kr/A00000410377.html
(동영상. 국제금속노련 “대한민국 유성기업, 한진중 사태 심각” 사태해결 촉구)

100개국 200여개 주요 금속노동조합으로 구성된 국제금속노련에서는 한국 기업의 노동자의 탄압을 ‘‘5대 시급과제'‘로 정해놓았다. 김진숙이 농성하고 있는 한진중공업의 필리핀 회사에서도 한국식 노동자 탄압을 견디다 못해 지난 6월 20일과 7월 3일에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한국의 열악한 노동인권은 세계에서도 소문났다. OECD 국가 중에서 꼴찌 수준이다(30개국 중 28위).

http://www.imfmetal.org/index.cfm?c=27008&l=2
(국제금속노련 홈페이지에 실린,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항의 메일 양식. 한진중공업과 유성기업의 노동자 탄압을 중단하라는 내용이며 많은 세계시민의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판과 국민의 경고장을 동시에 받은 정부와 한진중공업에선 어떻게 반응했을까? 국격과 화합을 위해 겸손하게 받아들였을까? 천만에! 한진중공업 회장은 국회청문회 소환장을 무시하고 보란 듯이 외국으로 나가버렸다. 정부는 김진숙의 시위를 힘으로 진압하려고 들었다.

경찰이 크레인의 강제 점령을 시도하자 노동자들은 크레인 사다리에 밧줄로 몸을 묶어 저항했다. 강제 진압에 실패한 경찰과 기업에선 가장 치졸한 방법을 써서 크레인 위의 김진숙과 크레인 기단에서 농성하는 노동자들을 철통같이 고립시켰다. 음식물, 약품, 의복은 물론 용변을 해결하는 물, 휴지의 반입마저 방해해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을 침해했다. 전기도 끊고 트위터도 끊었다. 크레인 위에 홀로 선 김진숙은 칠흑같은 밤에 책도 읽을 수 없고 외부와 연락을 할 수도 없게 되었다. 적막한 밤에도 그가 한가닥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도록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다수의 시민들은 경찰의 연행과 협박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이는 맞은편 길가에 촛불을 켜놓고 매일같이 노숙하고 있다.

회사측에선 크레인 기단에서 농성하는 사람의 숫자를 12명으로 줄이면 전기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가 어기고, 또 8명, 6명으로 줄이면 전기를 주겠다고 약속하며 연속적으로 속였다. 이런 속임수를 통해 농성하는 인원을 계속 줄여가는 한편, 용산참사에서 썼던 방법처럼 바로 옆 크레인에 컨테이너 박스를 매달 준비를 하고 그물을 치는 등 강제진압을 시사하는 행동을 끊임없이 일삼으며 심리적인 압박을 가했다.

아, 그러나 그들은 바보다. 자신들의 이런 치사한 행위가 트위터와 인터넷을 타고 전세계로 알려진다는 사실을 모르다니… 지구 반대편에서 트위터가 뭔지도 모르는 나같은 사람도 컴퓨터를 통해 한진중공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다니… 경찰과 한진중공업은 노동자들을 한번씩 속일 때마다 이를 실시간 주시하는 수많은 국민들이 얼마나 분노하며 마치 자신이 직접 사기당한 듯이 적개심을 키우고 있는지 모르다니… 그들은 세상이 이제는 다르게 돌아가는 것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집단임에 틀림 없다.

김진숙 트위터 (누구나 컴퓨터로 볼 수 있음) http://twitter.com/#!/jinsuk_85{.moz-txt-link-freetext}
김여진 트위터 (누구나 컴퓨터로 볼 수 있음) http://twitter.com/#!/yohjini{.moz-txt-link-freetext}

정부와 한진중공업의 협박을 받고 있는 국민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무서워서 경고장을 도로 내렸을까? 천만에! 김진숙이 크레인 위로 올라간지 185일 되는 7월 9일에는 다시 한번 ‘‘희망버스'‘가 방방곡곡에서 출발할 예정이다. 지난 번에는 천 명이었지만 이제는 185대의 버스를 채우고도 남는 만 명의 인파가 김진숙을 향할 것이다.

국내에 사는 국민들은 이렇게 수고를 바쳐 연대감을 표시하는데, 나는 외국에 산다는 이유로 수수방관하고 있기가 많이 부끄러웠다. 무엇보다도 무력감에 괴로웠다. 내 인생의 주인이라면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위하여 이렇게도 할 일이 없을까? 의지가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잘 생각해보면 나도 할 일이 생각날 거라고, 주먹을 불끈 쥐며 잠이 들었다.

이튿날 일어나 보니 출판사에서 메일이 와 있었다. ‘‘고등어를 금하노라’’ 7쇄를 찍는다고 인세를 보내준다는 희소식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내 책을 더 찍는다는 소식보다 돈을 준다는 말에 더 기뻤다. 이 돈이면 희망버스 한 대는 보탤 수 있지 않을까? 말이 씨가 된다더니 실천할 의지를 세우니까 길이 금방 생기는구나. 내게 주어진 길이 그것 하나 뿐이랴? 눈 제대로 뜨고 보니 외국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제법 많구나.

내일 185대, 아니 더 많은 희망버스가 부산을 향해 달린다. 경찰에서는 차벽으로 차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어라? 시위대를 차벽으로 차단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엊그제 헌법재판소에서 판결났는데, 경찰에선 대체 누구를 믿고 국민이 눈 뜨고 보는 앞에서 감히 헌법을 어기겠다고 공고하는 것일까? 아무런 정치색 없이, 오로지 불의를 막기 위해서 노인들 모시고 어린 자식들 손 잡고 부산으로 향하는 수많은 국민의 의지를 어떻게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걸 물리적으로 막아서 해결할 일이라고 믿는 걸까? 설마?

7월 9일에 나는 독일에서 희망버스 행사를 감시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헌법이 경찰에 의해 짓밟혀지는지 인터넷을 통해서 감시하고, 인터넷을 통해 세계시민과 연대하고 국제사회에 고발할 것이다. 실시간으로 즉각 반응할 것이다. 그날 해외에서 그렇게 희망버스를 엄호하는 사람은 나 하나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