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암만 바빠도 매일 김진숙과 김여진의 트위터를 들여다본다. 한진중공업에서 고공농성하는 김진숙을 강제진압하려는지 감시하기 위해서다.

김진숙 트위터 (누구나 컴퓨터로 볼 수 있음) http://twitter.com/#!/jinsuk_85{.moz-txt-link-freetext}
김여진 트위터 (누구나 컴퓨터로 볼 수 있음) http://twitter.com/#!/yohjini{.moz-txt-link-freetext}

며칠 전에는 김진숙이 올라가 있는 크레인을 바다 쪽으로 끌고 가려는 준비를 한다고 하는 다급한 트윗을 읽었다. 올 수 있는 시민은 부디 와서 막아주고 올 수 없는 시민은 항의 전화라도 걸어달라는 SOS 신호였다. 난 당장 거기 나와 있는 번호로 한진중공업에 전화 걸었다. 독일이라고 그랬더니 놀라는 눈치였다. 처음엔 독일에서 걱정이 되어서 전화한다고 점잖게 말하려고 하는데 거기서 이름을 대라고 고압적으로 나오길래 네 이름이나 대라고 악쓰며 싸웠다. 너는 사람이 죽는데 걱정도 되지 않느냐고 소리를 지르다가 생각해보니 사실은 그 사람도 말단직원일 텐데, 우리 둘 다 불쌍한 국민들끼리 무슨 짓을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신이 김진숙을 끌고 가는 것도 아닌데 소리 질러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김진숙을 잘 부탁한다고 하며 끊는데 목이 메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부산 영도 경찰서에 전화 걸었다. 이번에는 친절한 척하면서 느믈느믈한 경찰관과 입씨름을 벌였다. 독일에서 무슨 사연으로 국제전화까지 하느냐길래 독일 뿐이냐, 미국, 호주, 아프리카, 중동에서도 지금 걱정하며 주시하고 있다고 으름짱을 놨다. 지금 아무 일도 없는데 내가 유언비어에 속고 있는 거라고 말하는 그에게 멀리 있는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제발 부탁이니 김진숙에게 위해를 가하지 못하게 꼭 감시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하며 끊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신문에서 정말 강제진압을 시도하다 말았다는 소식을 듣고 기운이 쑥 빠져버렸다. 아까 전화할 때 그 노무 쉐이들에게 속았잖아…. 분해서 눈물이 났다.

그 이튿날은 너무 가슴이 떨려서 신문을 보지 못했다. 그러면 안 되는데… 그럴수록 정신 바짝 차리고 악착같이 달려들어야 하는데… 권력을 쥔 쪽에서는 싸우기 쉽다. 부들부들 떨며 흥분하다가 이렇게 제풀에 나가떨어지는, 나같은 사람들 상대로 식은 죽 먹기 아니겠나?

그러나 우리의 무기는 쪽수다. 주인의식을 가지는 사람의 숫자에 승패가 달렸다. 내가 지쳐나가 떨어졌을 때 어디선가 누군가 씩씩하게 전화기를 들어 지구 저편에 대고 호통을 치는 한 우린 약자가 아니다. 희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