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이 크레인에 올라간지 200일이 넘었다. 태양을 막을 도리가 없는 크레인 위는 철벽에 살이 닿으면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겁다고 하는데 회사에선 선풍기를 돌릴 전기마저 끊었다.

KBS에서 방영한 3차 희망버스에 대한 동영상을 보면서 난 정말 희안한 사람들을 다 보았다. 희망버스를 주최하는 사람들은 김일성의 지령을 받는 빨갱이라며 군중심리와 영웅심리에 헐떡이는 완장남들… 길이 막히면 내가 불편하니 노동자의 인권이고 뭐고 희망버스는 오지 말라는 부산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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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나는 희망버스를 불순한 외부세력이라고 칭하는 한 대학생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그 대답을 저 동영상에 나오는 사람들에게도 드린다.


자꾸 외부세력이라고 그러지 마십시오. 노동문제는 “우리의 일”입니다.

노동자와 기업이 싸우는데 어떻게 노동자들 보고 니네가 알아서 혼자 해결하라고 합니까? 그게 가능합니까? 최고학력을 가진 일류 변호사들이 운영하는 기업 법무팀을 고등교육 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어떻게 상대합니까? 솜털 보송보송할 나이 21세로 분신한 전태일은 일기에 이런 말을 썼습니다. 대학생 친구를 하나 가지는 게 소원이라고…. 어려운 노동법에 대해서 설명해줄 수 있는…. 이것이 그때 대학생이었던 사람들, 그 이후로 대학을 다닌 사람들이 전태일의 친구가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희망버스를 타는 국민들은 지금 김진숙으로 대표되는 한국 노동계의 호소를 들어주는 것입니다. 한국 노동계에선 벌써 40년전부터 어린 노동자들이 목숨을 바쳐가며 국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여태까지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하던 국민들이 그 호소를 이제야 들어주는 겁니다.

한국의 대학생들이 등록금이 비싸다고 호소할 때도 국민들은 희망버스를 타고 와서 연대할 겁니다. 대학생 아닌 사람들이 그 시위에 몇 명이나 동참하는지 쪼잔스럽게 숫자 세어보고 외부세력 운운하며 폄훼하지 않을 겁니다. 대학 문턱에도 못가는 노동자에 비하면 너희 대학생들의 요구는 호사스런 응석이라고 욕하는 사람 있으면 저는 혼신의 힘을 다하여 설득할 것입니다. 노동자의 자식들도 대학에 갈 수 있어야 한다고요. 대학 등록금의 현실이 국민 모두의 일이듯이 노동자의 인권도 국민 모두의 일입니다.

다른 곳도 아닌 아프리카에서 백인들이 주인이 되어 흑인들을 차별하던 남아공을 기억하시나요? 흑인인 넬슨 만델라 혼자서 막강한 기득권층을 상대로 인종차별법을 종식시킬 수 있었을까요? 그 안에서 자신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하던 흑인들이 있었다면, 밖에서 그 호소를 듣고 연대한 외부세력이 있습니다. 외부세력이란 대부분 백인인 유럽의 주민들이었습니다. 그들이 대대적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남아공 농산품 불매운동”을 벌이지 않았다면 남아공에선 아직도 전근대적이고 천인공노할 인종차별법이 존재할 겁니다.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보이는 일에도 관심을 보이고 참견하는 것은 마음이 착해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머리가 좋아서 그렇기도 합니다. 노동자의 인권이 무너지면 언젠가 나의 인권도 무너질 수 있다는 걸 파악해서 그런 겁니다. 먼 아프리카 대륙의 인종차별을 묵인하는 사람은 언젠가 유럽땅에서 인종차별이 일어날 때 남의 도움과 연대를 기대하지 못할 것이란 걸 알아서 그런 겁니다.

어떻게 더도 아니고 제 권리 주장하며 사람답게 살겠다고 도와달라는 호소를 무시하라는 말이 나옵니까? 학생들이 노동자들을 돕지 않으면 나중에 학생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누가 도와줍니까? 정치적인 선동이라뇨? 육이오 전쟁 났을 때 미국이 도와준 건 고맙고 우리끼리 서로 돕는 건 오버입니까?

같은 배를 탄 사람들끼리 서로 가르고 쪼개서 분열하고 이간질하지 맙시다. 한국의 금속노조가 속해있는 국제금속노련(100개국 200여개 주요 금속노동조합 가입, 전세계 총 2천5백만 조합원)에서 한국 기업의 노동자 탄압을 “5대 시급과제”로 정해놓고 세계인들의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혹시 아시나요?

(국제금속노련 홈페이지에 실린,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항의 메일 양식. 한진중공업과 유성기업의 노동자 탄압을 중단하라는 내용이며 많은 세계시민의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독일금속노조를 비롯하여 세계 각국의 수십 개 단체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항의 서한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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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열악한 노동인권은 세계에서도 소문났습니다. OECD 국가 중에서 꼴찌 수준입니다(30개국 중 28위). 이게 어떻게 남의 일입니까? 노동자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