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선생님, 고맙습니다. 제 생일까지 다 기억하시고.

선생님 생신도 멀지 않았네요. 그래요, 우리는 가을에 태어난 여인들…

한국 생활은 어떠신지요? 요즘 화날 일이 많으리라 생각되어요. 여기서 신문만 봐도 한숨이 나는데 그 안에선 오죽하시겠어요?

요즘 뮌헨에서 세월호 집회를 정기적으로 준비하느라고 ㅅ, ㅎ, ㅁ을 자주 봅니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이 그립지요. 선생님 옛집 앞을 지나다닐 때마다 마음이 허전해요. 언제 한번 안 오시나요?

선생님이 한국에서 마음으로 자리잡으실 날이 어서 오기를 기원할게요. 그런데 그런 일이 대체 가능할까요? 여러 곳을 거치며 살아온 사람이 어느 한 곳에 마음으로 자리 잡는 일이… 제 경우엔 그렇지 못할 것 같아요. 현재 있는 곳을 즐기면서도 또 한편으론 다른 곳을 그리워하고, 또 그 그리움을 애잔하게 씹으며 살아갈 것 같아요. 행복한 와중에도 항상 어딘가 허전하고 아쉬운 마음으로요.

건강하세요. 오래 뵈올 수 있게.

사랑으로 빨간치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