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침을 차리던 남편이 부엌에서 혼자 큰 소리로 웃었다.

부스스 일어나 나가보니 내게 쪽지 하나를 내민다. 낯익고 정다운 꼬부랑 글씨체. 1년 전부터 집에서 나가 혼자 사는 아들이 어제 밤 우리가 댄스학원에 간 사이에 왔다가면서 남긴 쪽지였다.

“부침개 하나 남은 거 내가 먹었음. 쏘리!”

어제 저녁으로 부침개를 해먹고 하나 남은 걸 후라이팬에 그냥 두고 갔는데 우리가 없는 새 아들이 와서 먹고 쪽지를 남겨둔 것이다.

내 입에서 나온 첫 마디.
“얘가 부침개만 먹었어? 야채 소스도 같이 먹었어야지.”

아침 먹으며 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세상에 자식 아니면 누가 내 집에 와서 부침개 훔쳐 먹고 가겠어? 우리하고 이렇게 스스럼없고 가까운 사람이 세상에 어디 또 있을까? 감동스러워.”
내가 들어도 궤변이건만 그 마누라에 그 남편이라고 남편도 별소리 없이 맞장구친다.

아이들이 집에서 나가 살면서부터 내 눈에 참 괜찮은 인간으로 보인다. 바로 옆에서 시시콜콜 나쁜 면을 다 보지 않으니까 더 이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