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3.15. 일요일

(독일내 감염자 수 약6000명. 독일과 이웃한 모든 인접국과의 국경선 봉쇄. 50명 이상 모이는 행사 금지.)

김치와 양파장아찌를 담았다. 오래 먹을 밑반찬이 생겼다고 남편이 좋아했다. 남편은 가장으로서 비상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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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감염여부를 알게될 때까지 남편과 각방을 쓰기로 했다. 내가 다른 방에서 자는 걸 싫어하는 남편도 순순히 수긍했다. 나는 각방 쓰는 게 좋다. 남편이 먼저 잠든 방에 소리없이 들어가 어둠 속에서 잠옷을 찾아 갈아입는 것이 그간 나는 참 불편했다. 이제는 밤에 자다가 잠이 안 오면 불을 켜고 책을 읽어도 된다. 해방감!

내일이면 우리 유치원 아이의 확진여부를 알게 된다. 만약 그 아이가 양성이면 나는 일급 고위험군에 들어 관리받게 된다. 그런데 지금 마음의 동요가 하나도? 거의? 없다.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의 나는 오늘만 살기 때문이다. 단지 안전수칙을 미리 앞당겨 지킬 뿐이다. 바쁘던 내 일상이 전염병 덕분에 고요하고 단순해진 기회를 잘 활용할 계획에 가슴이 뛰기까지 한다. 나의 기도문을 “가볍게 한다"로 바꿨다. 오늘도 뭣이든 가볍게 해치우며 행복하게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