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소설을 읽어주신 독자들을 위하여 시놉시스를 올립니다. 시놉시스는 제가 출판사를 찾으려고 노력할 때 작성했는데, 쓰다보니 자기 글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재미가 있더군요.

그간 같은 주파수로 호흡한 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또는 혹시 공감이 안 가서 고개를 갸웃하시던 분들과도 나누고 싶습니다.도대체 제가 애초에 의도했던 글을 쓴 건지, 그리고 저의 물안개와 독자의 물안개가 화합하여 또 어떤 물안개를 낳았는지 궁금하군요.


제목

물안개의 집 (원고지 1230 매 분량)


주제

삶의 주인으로 살고자 하는 자유로운 정신은 사랑의 전제조건이다. 그와 동시에, 사랑은 그런 자유로운 정신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집필의도

사회의 편견과 관습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의지로 자유롭게 사랑을 구현하는 인생을 그리고 싶었다. 편견과 관습에 의심의 눈초리를날릴 수 있는 관찰자로서, 한국에서 나고 독일에서 자라 두 문화권을 독특한 방식으로 소화한 한국여성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또한자유와 사랑을 향한 주인공의 유별난 의지를 독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그녀의 가정환경을 보편에서 벗어나게끔 설정하였다. 그녀는서양을 무대로 하여 가치관이 다른 남성들과 만났다가 헤어지면서, 고유한 시각으로 동양과 서양의 관습을 검토해 가며 고유한 인생을개척해 나간다.

인연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영향을 주고 받는다. 1940년대에 한국에서 일제의 영향으로 생성된 인연은 1980년대에과거청산과 자유를 추구하는 독일의 젊은 세대와 화합하고 반응하며 수많은 인연을 새로 꽃피운다. 그 열매는 2000년대를 넘으며새로운 인연을 낳는다.

이 소설은 주인공과 어머니의 다른 환경을 대비시킴과 동시에 그 두 여성의 자주적인 선택을 병렬시킴으로써, 어머니의 세대에서이루어지 못한 사랑의 개념이 주인공의 세대에서 실현됨을 시사한다. 주인공과 그녀의 어머니는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비슷한선택을 하지만 그 결과는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그러나 남이 그려준 지도를 쫓아가지 않고 스스로가 삶의 주체로서 사는사람들은 선택의 순간에 집중할 뿐, 선택의 결과에 초연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럼으로써 인생은 환경의 영향을 받지만 지배를받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은 동양과 서양, 남성과 여성, 이성과 감성, 정신과 육체, 환희와 고통의 이분법이다. 이 소설의캐릭터들은 옳고 그름에 대한 자기주장이 뚜렷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서구의 과학적 논리로써 진지하게 해법을 구한다. 그러나 이들이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다다른 경지는 가히 동양적이다. 양극이 별개인 동시에 서로 어울려 하나를 완성하는 음양법칙의 세계이다.인간을 삶의 주인으로 만드는 진정한 자유와 사랑이란, 남을 사랑하되 나에게 소홀하지 않고, 나의 자유만큼 남의 자유를 존중한다는간단한 이치이지만, 이는 나와 남이 별개인 동시에 서로 어울려 하나를 완성하는 경지에 이르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이것이 남녀간의 사랑에선 ‘‘몸을 섞어 한 몸이 되는’’ 섹스로 형상화된다.

장이 바뀔 때마다 현재와 과거가 교대로 등장하는 소설의 구성을 통해서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넌지시 들추어 보고 싶었다. 현재와과거가 교차함으로써 현재의 갈증을 과거의 남자가 풀어 주고 과거의 갈증을 현재의 남자의 풀어 주는 해소방식은, 사랑은 대상과상관 없이 마음 속에서 피어나는 원초적 그리움이 아닐까 하는 질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그 원초적 그리움의 일부인 섹스는 당당하며신성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아울러, 사랑은 두 개의 불변하는 개체가 나란히 공존하는 상황이 아니라, 두 개의 유동적인 물안개가화합해서 새로운 물안개를 창조하는, 공동의, 역동적 창조 행위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상대의 물안개와 섞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마음을 활짝 여는 사람만이 사랑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소설의 제목을 ‘‘물안개의 집'‘이라 정한 것은 입센의 ‘‘인형의 집'‘과 무관하지 않다. 노라가 집을 나간지 100년이 넘는 오늘날에그녀는 어디까지 가 있을까? 이 소설에 나오는 노라는 남녀의 형상을 띄고 있다. 오늘날의 노라는 집을 뛰쳐나가기도 하지만 집을악착같이 지키기도 한다.

독일어로 쓰게 될 줄 알았던 이 소설을 나는 거의 충동적인 결정에 의해 한글로 시작했고, 쓰는 동안에 가끔씩 그것을 후회했다.한국에서 살았던 기간의 두 배가 되는 30여년을 독일에 살면서 한국과 한글에서 유리된 상태로 보낸 나는 한국문학의 현주소를모른다. 독자들이 속한 세계를 모르면서 내가 속한 세계를 이야기하는 이 소설은 어쩌면 소통의 단절을 초래할지도 모르고, 어쩌면뜻하지 않은 소통의 횡재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이 점은 독자들에게도, 나에게도 모험이자 찬스일 것이다.


등장인물

미라: 사생아로 태어나 여러 손을 거치며 자라 독일에 정착한 한국 여성. 태생의 상처는 그녀가 진정한 자유와 사랑을 찾아 주체적인 삶을 살려는 노력의 원동력이 된다.

사샤: 젊은 시절의 미라와 함께 에덴동산의 사랑을 구현한 이태리 청년.

하네스: 미라가 사샤와 헤어진 후 사귄 독일 남학생.

파올로: 중년의 미라가 만나 옛추억을 되살리며 사랑을 나눈 이태리 남성.

그밖에 미라의 남편, 어머니, 아버지, 미라의 학우들


줄거리

제1장
[(과거)]{style=“color: #ff0000”} 1943년, 일제말기의 한반도에서 한 인연이 시작된다. 첫사랑, 정신대를 피하기 위한 중매결혼, 새신랑의 징용, 사산,불륜과 임신이 일인칭화자의 기억의 파편으로서 빠르게 나열된다. 화자의 첫사랑이자 화자가 낳은 아이의 생부가 독일에 살고 있다는암시가 나온다.

제2장
[(현재)]{style=“color: #0000ff”} 2003년 독일의 뮌헨. 밤에 혼자서 음악회에 간 40대의 한국여인 미라는 비를 피해 서 있다가 옆에 있던 중년남성파올로와 대화를 나눈다. 그가 이태리에서 왔다는 말에 그녀는 문득 옛사랑 사샤를 떠올린다. 잠시 후에 서로 연락처도 교환하지않고 헤어지면서 미라는 파올로와의 재회를 굳게 믿는다.

제3장
[(과거) ]{style=“color: #ff0000”}1983년. 독일에서 공부하는 20대의 미라는 할머니의 임종 소식을 듣고 무작정 여행을 떠난다. 로마에서 그녀는카메라맨으로 출장 중인 사샤를 만난다. 자유로운 영혼의 사샤는 적극적으로 미라에게 접근하고, 마침 자유를 찾아 떠나온 미라는같은 방식으로 대응한다. 헤어지면서 사샤는 그녀를 다시 찾겠다는 암시를 준다.

제4장
[(현재)]{style=“color: #0000ff”} 중년의 미라는 음악회에서 만난 파올로가 그녀를 찾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기다리다가 결국 그녀 쪽에서 적극적으로 파올로를찾아 나선다. 직장명과 이름 하나로 그를 찾아낸 미라는 지성과 사교성을 골고루 갖춘 파올로와 재회한다. 그들은 둘 다 결혼한신분이라는 것을 밝히고, 각자의 결혼생활이 원만치 못함도 감추지 않는다.

제5장
[(과거)]{style=“color: #ff0000”} 사샤는 미라를 찾아 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다. 베니스에서 기적적인 해후를 한 그들은 함께 여행을 한 후 잠시헤어졌다가 천신만고로 또 만나기를 반복한다. 마지막 날 베로나에서 처음으로 정사를 나누며 사샤의 조루증을 함께 극복한다. 그들은앞으로 연인의 관계를 지속할 것을 약속하고는 아쉬움을 안은 채 헤어진다.

제6장
[(현재)]{style=“color: #0000ff”} 미라는 남편과의 불화 속에서 파올로를 그리워한다. 드디어 파올로가 전화로 데이트를 신청하고, 그녀는 마음이 벅차서 방금 싸운 남편을 유혹하여 섹스를 나눈다.

제7장
[(과거) ]{style=“color: #ff0000”}사샤가 독일로 미라를 만나러 온다. 에덴동산의 완벽한 사랑도 잠시, 일상의 반복 속에서 그들의 사랑은 빛을 잃기시작한다. 미라는 사샤를 데리고 북해로 떠나 행복한 시간을 되찾는다. 마지막 날 사샤는, 만나는 즐거움보다 기다리는 고통이 더큰 사랑을 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며, 당장에 결혼하던지 아니면 헤어지자고 말한다. 미라는 그들의 사랑이 일상을 견디지 못하는사랑이라는 걸 깨닫고 헤어지는 쪽을 택한다.

제8장
[(현재)]{style=“color: #0000ff”} 미라와 파올로는 첫 데이트를 가진다. 그들은 본인의 결혼생활과 평소의 애정관을 나누는데 미라는 남편을 사랑하지 않아서이혼하려고 한다고 하고, 파올로는 부인과 별거 중이지만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이유로 이혼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사랑이 없는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하는 그녀를 파올로는 결혼생활의 덕목은 사랑이 아니라 책임감이라며 타이른다. 한편 그는30년 전에 사귀었던 일본여인과 매일 연락하는 사이임을 시사한다.

제9장
[(과거)]{style=“color: #ff0000”} 사샤와의 이별을 극복한 미라는 적극적인 학창생활을 즐긴다. 70, 80년대 독일의 대학가를 휩쓴 자유주의적 성향에경도되어 히피친구들과 나체호수에 다니며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그러다가 그녀의 마음은 어느덧 한 집에 사는, 연하의 모범생하네스에게 끌리기 시작한다. 하네스의 첫 여자가 되는 것이 부담스러워 그의 구애를 거절해 오던 미라는 어느날 그를 사랑하고있음을 깨닫는다.

제10장
[(현재)]{style=“color: #0000ff”} 파올로를 만나고 온 날, 미라는 격렬한 부부싸움 끝에 남편에게 이혼을 제안한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도 예기치 못한 솔직함으로 남편의 화해를 쉽게 받아들이고, 한없이 고조된 감성으로 남편을 유혹하여 사랑을 나눈다.

제11장
[(과거)]{style=“color: #ff0000”} 미라는 결혼은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하네스와 사귄다. 하네스는 미라를 통해서 여성의 육체를 알아간다. 그들은 상대방의 독특한 성격에 매력을 느끼는 한편, 극과 극으로 판이한 성격과 인생관 때문에 자주 다툰다.

제12장
[(현재)]{style=“color: #0000ff”} 고부갈등으로 인한 남편과의 불화가 악화일로로 치닫는다. 파올로와 첫키스를 하고 온 날, 미라는 남편과 대화를 시도한다.파올로와 첫애무를 한 날, 미라는 다시 한번 남편과 대화를 시도하고, 그것이 성공하자 저도 모르는 정염으로 남편을 유혹하여정열적인 정사를 벌인다. 이튿날 그녀는 파올로를 만나 이별을 통고하는 동시에 처음이자 마지막 섹스를 제안한다. 파올로는 동의하고그녀를 집으로 데리고 간다. 파올로와 헤어진 후, 그녀는 옛사랑 사샤가 10년 전에 종군기자로 전장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우연히알게 된다.

제13장
[(과거)]{style=“color: #ff0000”} 미라의 결혼식 준비를 위하여 어머니가 처음으로 독일에 온다. 어머니가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미리 귀국하는 날, 어머니와아버지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상봉한다. 미라는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이 아직도 지극하다고 느낀다. 미라는 만삭으로 혼자 떠돌던어머니가 우연히 만난 할머니의 손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후 어머니에게로 보내졌고, 그후 다시 독일에 사는 아버지에게로 보내져고등학교를 마쳤다. 그때까지 아버지는 첫사랑이었던 여인의 임신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미라는 출생의 비밀을 독일에 와서야 알았다.

제14장
[(현재)]{style=“color: #0000ff”} 남편과의 관계가 회복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미라는 임신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남편과 파올로에게 누구의아이인지 알 수 없다고 솔직하게 통고하고, 집을 나가 혼자 살 결심을 굳힌다. 이들 부부는 단지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 대화의실마리를 찾으려 노력한 끝에, 착각과 오해 속에서도 사랑은 이루어지고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에 대한 자신들의선의라는 것을 깨닫는다. 어느날 남편은 그녀의 아기와 만나겠다며 처음으로 그녀를 능동적으로 애무한다.

제15장
[(과거)]{style=“color: #ff0000”} 제1장에 나왔던 일인칭화자의 기억의 파편이 퍼즐처럼 맞춰진다. 미라 어머니가 평생 기다려온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진다. 그녀는 자살한다.

제16장
[(현재)]{style=“color: #0000ff”} 미라는 음악회에 갔다가 우연히 파올로를 만난다.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독자들은 그간 주인공들도 몰랐던, 그리고 아직도 모르고 있는 사실들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