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을 관통하는 이자 강은 알프스에서 흘러내려오는 빙하로 초록색을 띈다. 이 이자 강에서 갓줄기가 빠져나와 영국공원을휘돌아 흐르다가 다시 본강으로 합치는데 이름이 아이스바하(Eisbach)이다. 얼음의 냇물이라는뜻이다. 과연 물이 얼음처럼 차갑고 물살이 굉장히 빠르다.

아이스바하가 영국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다리 위에는 항상 구경꾼들이포도송이처럼 모여서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다. 다리 밑에서 폭포수같이 힘차게 끓어오르는 파도를 타는 청춘남녀들을 구경하는것이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내륙의 파도타기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서 쌀쌀한 봄부터 서늘한 가을까지 젊은이들이 끊이지 않는다.다리에는 “파도타기 금지”라는 빛바랜 팻말이 멋적다는 듯 붙어 있다.

여름이면 아이스바하는 중고등학생들로 붐빈다. 남녀학생들이 물가 잔디밭에 앉아 일광욕을 하다가 물 속으로 첨벙 뛰어든다.빠른 물살에 몸을맡기고 단체로 둥둥 떠내려간다.

나이가 어리거나 몸이 여린 청소년들은 물줄기가 갈라지는 곳에서 얕은 곳으로 꺾어져 들어가서 논다. 영국공원의 잔디밭이펼쳐지고 수양버들이 늘어진 그곳에는 어린아이들과 물장난 치는 가족들 외에도 물에 발을 담그고 책을 읽는 사람들로 붐빈다.(거기서 조금 더 가면 나체구역이 나와서 무심코 눈길을 준 관광객들을 놀라게 한다.)

스릴을 즐기는 청소년들은 물살이 센 곳으로 계속 떠내려간다. 아이스바하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는데, 어느 곳이 어떻게위험한지 거기 출근하는 “애들”은 안다. 높이 1 m 쯤 되는 폭포에서 떨어질 적에 무서운 힘으로 밑으로 빨려들어간다는 것,이때 물 속에 박혀 있는 콘크리트 기둥에 패때기쳐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한다는 것을 아이들은 다 알고 있다. 아이들은 물에휩쓸려 아우성을 치기도 하고, 영국공원의 산책로를 잇는 작은 다리에 매달려 장난을 치기도 하며 즐겁게 논다.

가장 중요한 것은물에서나와야 하는 장소을 놓치지 않는 일이다. 늦어도 큰 도로에 면한 다리 앞에서는 물에서 나와야 한다. 그 밑으로 떠내려가면 대단히위험하기도 하거니와 근처에있는전차정류장을 지나치기 때문이다.

우르르 올라온 아이들은 도시의 도로를 점령하고 논다. 자동차도 다니고 전차도 다니고 행인들도 다니는도로에 벌렁 드러누워 찬물에 언 몸을 다시 녹이기도 하고, 정류장 난간에 새새끼들처럼 조로록 앉아서 물을 뚝뚝 흘려가며 전차를기다린다. 물론 무임승차이다. 한동안은아이들이 젖은 수영복 차림으로 전차 좌석에 앉아서 민폐를 끼쳤다고 한다. 이제는 아이들끼리 서로 눈치를 줘서 자리에 앉지는않는단다.그래야 앞으로도 계속 얻어탈 테니까. 벌거벗은 놈들이 지갑이나 승차권을 지녔을 리가 없으니 당연히 무임승차이다. 운전사도, 다른승객들도 별말을 하지않는다. 남에게 방해를 하지 않는 한젊음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전차를 타고, 혹시 전차를 놓친 아이들은 영국공원을 걸어서 다시 상류로 되돌아간다. 다시물에 들어가 떠내려가기 위하여.

이 진경을 내 눈으로 보기를 나는 오래동안 거부했다. 하도 위험한 곳이라고 소문이 나서였다. 내가한번 보고나면 우리 애들한테 거기 가지 말라고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해마다 끊임 없이 사상자가 나는 곳이고, 다쳐도 뇌사, 반신불수 등 크게 다치는 곳이다. 큰 사고를당해 신문에 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지인이거나 관광객들이지만 현지사정에 밝은 아이들도 잠시만 방심하거나 치기를 부리면 사고를당한다. 온몸에 찰과상, 타박상을 입거나 발가락이 부러지는 일은 보통이다. 내가 직접 한번 가 본후에는 애들에게 가지 말라느니, 어디서 어떻게 조심하라느니 이러쿵 저러쿵 아무짝에도 소용 없는 잔소리를 해댈 것이 분명했다.나는 차라리 보지 않음으로써 엄마 특유의 소심함을 다스리는 편을 택했다.

인생은 어차피 모험일진데 나는 아이들이 스스로의 판단력을 믿고 세상의 물결에 몸을던져 즐기기를 바랬다. 아이들을 세상으로 날려보내려면, 그들이 스스로 위험을 기대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믿었다.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아이들이 커서 어려움이 닥칠 적에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줄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엄마의 소심증으로막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아이들이 다 커서 어차피 내 말을 안 들을 테니까 내가 봐도 될 것 같아서 올해 처음으로 가서 보았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젊음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내가 그 동안 우리 아이들을 믿어준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나는 매일 매일 아이들을 세상으로 날려보내는 연습을 한다. 아이들이 아이스바하에 갈 때마다 웃는 얼굴로 “재미있게 놀다와.“라고 말한다. 정작 하고 싶었던 “조심해.“라는 말은 속으로 삼킨다. 인생은 몸을 던져 모험을 해 볼 만한, 꽤 괜찮은 것이라고 아이들이 믿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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