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에 뮌헨 중심가 마리엔 광장에 갔다가 온통 곰젤리를 붙인 벤츠자동차를 보고 반색을 한 적이 있다. 진기한 풍경을 한 컷멋있게 찍으려고 기회를 보던 나는 차 앞에서 계속 알짱거리는 남자에게

“나도 좀 찍자"고 퉁을 주면서, 속으로 ‘‘니가 이 차전세 냈냐?‘‘하고 꿍얼거렸다. (10월 3일 글 ‘‘각박한 영혼’’ 참조)

알고 봤더니 그 사람이 바로 그 차의 임자였다. (10월 3일자 ‘‘각박한 영혼'‘의 사진에서 벤츠에 기대어 포즈 취하는, 모자 쓰고 날씬한 남자)

이름은 귄터 시라키, 나이는 45세로 뮌헨에서 미술활동을 하는 예술가이다. 그의 작품의 특징은 곰젤리이다. 그는 의자, 탁자 뿐아니라 치과병원 진찰실에도 곰젤리를 붙여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예술활동을 하고 있다. (디테일이 궁금한 사람을 위하여: 곰젤리위에 니스칠을 하여 보존) 독일에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좋아하는 새콤달콤 쫄깃쫄깃한 곰젤리로 인해 그 물건은 본래 기능 이상의 색다른 기쁨을 주는 존재로 승격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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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은 현대미술에 있어서 특기할 만한 해이다. 10년에 한 번꼴로 돌아오는, 세계적으로 쟁쟁한 유럽의 미술제 4 개가 한꺼번에 겹치는 해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특별한 해를 맞아 예술가 다운 이벤트를 기획했다.

그는 자신의 30년 묵은 벤츠에 곰젤리를 붙여 예술품으로 승화시킨 후, 그 예술품을 끌고 베니스, 바젤, 카셀, 뮌스터로국제미술제를 순례했다. 이태리, 스위스, 오스트리아, 독일의 4 개국을 통과하는 총 2000 km 거리를 그는 ‘‘2007년의대장정'‘이라 이름 붙였다.

17-19세기의 예술가들은 공부를 위하여 예술의 메카로 불리는 유럽의 몇몇 주요 도시들을 몇 년 동안이나 전전하며 견문을 쌓았다. 그 전통에 빗댄 이벤트이다.

그는 곰젤리로 반짝이는 자신의 벤츠를 두고, 이 세상에 예술을 찾아다니는 예술품은 그리 흔하지 않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귄터 시라키는 자신의 작품인 곰젤리 벤츠가 대장정 기간에 관객들의 관심을 받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홈페이지에 올렸다.

http://www.artofgum.com

화면 왼쪽, 위에서 네 번째 단추 ‘'Grand Tour 2007 ‘‘를 누르면 맨 마지막 사진에 뮌헨의 마리엔 광장이 나온다. 간발의 차이로 하마터면, 너 좀 비키라고 딱딱거리는 내 모습이 영구보존 될 뻔 했다.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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