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은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지나갔다. 내일이면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우리집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하나도 없다. 올해 내가 특별히 더 바빴나? 그런 것 같다. 그래도 그렇지 좀 너무했다.

오늘 오후에 친구 집에서 네 가족이 모여서 차를 마셨다. 거기 가져가기 위해서 올들어 처음으로 과자를 구웠다. 어디에 내놓아도항상 제일 먼저 없어지는 유명한 나의 과자. 아직 다른 숙제가 덜 끝난 나는 반죽만 만들고 나머지는 아이들이 완성했다. 온집안에 진동하는 바닐라 향기에 비로소 크리스마스 기분이 난다.

친구 집에는 천장에 닿도록 커다란 전나무가 아무 장식도 달지 않고 서 있었다. 독일에선 크리스마스 트리를 12월 24일 저녁에 장식하고 그 밑에서 선물을 교환한다.

올해 우리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사지 않기로 했다. 친구들은 나의 남편이 괴팍해서 그럴 거라고 지레짐작하고 트리도 없이 크리스마스를 맞는 나를 불쌍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사실은 내가 힘들어서 생략한 건데.

각자 만들어온 과자와 케익을 먹으며 담소했다. 안주인이 직접 만든 전나무 화환 위에 촛불 네 개가 부드럽게 일렁거렸다. 그 너머창문으로 다른 집 창문이 보였고, 다른 집 창문에 비치는 옅은 불빛이 따스하게 느껴졌다. 나는 지금 이 순간만으로도 더 바랄 것 없이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방에서 아이들이 도란도란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전부 청소년들이 되었구나. 어른들이 내 아이 네 아이가리지 않고 돌본 덕분에 형제처럼 자란 이 아이들은 너무 사이가 좋아서 나중에 배우자들이 질투를 할지도 모른다. 혹시 이 아이들사이에서 커플이 탄생하는 건 아닐까 하는 즐거운 상상에 젖기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추워서 종종걸음을 쳤다. 꽁꽁 얼어붙은 하늘에 둥실 떠 있는, 도시의 보름달. 싸락눈을 한 꺼풀 얇게 뒤집어 쓴 겨울나무가 달빛에 반짝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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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우리집의 12월을 꾸며주는 장식이다. 재작년에 사진 찍어서 올렸을 때 친구가 어떻게 만드는지 물어 보았다. 나는 그때 하나 만들어서 보내 주고 싶었다. 아직도 실천에 옮기지 못했으니 지금 가르쳐 주기라도 해야겠다.

쟁반 크기의 나무판에 지름 5-6센티미터 짜리 구멍을 세 개 쯤 뚫는다. 아래 쪽에 높이 약 5센티미터의 받침을 댄다. 구멍에 화분을 쏙 집어넣으면 식물만 나무판 위로 나와서 땅에 심은 나무 같은 느낌이 난다.

짙은 파란색 도화지를 오려서 집 모형을 만든다. 크기는 임의로 정해도 되지만 양면 8센티미터, 높이 6센티미터 정도면 적당하다.바닥과 지붕이 없이 벽체만 만들어서 풀로 붙인다. 벽체에 창문과 문을 오려내고 안쪽에 노란색, 주황색 반투명종이를 붙인다.골판지 한면을 벗겨내면 오돌도돌한 재질이 나오는데 이를 오려서 벽체의 박공 부분에 붙여 지붕의 느낌을 준다.

집 모형 대여섯 개를 나무판 위에 늘어놓고 그 안에 차주전자 식지 않게 하는데 쓰는 조그만 촛불을 넣는다. 나머지 자리에는 조개껍질이나 이끼를 깐다.

실내의 불을 끄고 촛불만 켜 놓으면 정말 숲이 우거진 어느 시골 마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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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명한 과자인 비엔나 바닐레키펄 만드는 법도 소개한다.

아몬드와 헤즐넷을 곱게 갈아 각각 50그램씩, 밀가루 280그램, 설탕 70그램, 소금 아주 조금, 버터 200그램, 달걀 노른자 2개를 재빨리 반죽한다. 반죽 덩어리를 알미늄 호일에 싸서 2시간쯤 냉장고에 둔다.

원래는 사진 왼쪽, 위에 있는 모양으로 손으로 빚어내는 게 정석이지만 밀대로 밀어서 막 찍어내면 더 빠르다.

190도로 미리 데운 오븐에서 약 10분간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공기순환 오븐은 150도)

오븐에서 금방 꺼낸 뜨거운 과자를 바닐라설탕을 섞은 분말설탕에 살살 굴려서 가루를 듬뿍 묻힌다. 채반에서 식힌다. 부드럽고 바삭하므로 보관할 때는 켜켜이 종이를 깔아가며 조심스레 다룬다. 보통은 보관할 틈도 없이 금방 사라지지만.

구텐 아페티트!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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