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 라디오 인터뷰, 김재경의 여론현장
한국시간으로 2월 26일 아침 7시 40분에 라디오 방송국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대구 MBC의 ‘‘김재경의 여론현장'‘이라는프로그램이었다.
방송에서 내게 배정된 시간이 10분이어서 핵심만 집어서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뭐 하나 설명하려면 기승전결이 다맞아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는 내게는 낯설고도 신선한 경험이었기에 대화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글에선 말투를 문어체로 조금 손질했다. 여기 있는 제일 마지막 질문과 대답은 시간이 모자라서 방송에선 생략되었다.
방송의 기회를 주시고 철저하게 준비하여 편안하게 말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도와주신 김재경 박사님, 신재선 작가님, 황종필 PD님등 대구 문화방송의 여러 분들께 감사드린다.
이명박 대통령이 모델로 삼은 게 독일의 운하들인데요. 먼저 독일이 왜 운하건설을 하게 됐는지, 그 이유가 궁금한데요.
독일은 북쪽 한 면만 바다에 면하고 나머지 삼면이 육지로 둘러싸인 나라입니다. 반도국인 우리나라와는 지형이 반대지요? 그래서도로교통과 철로교통이 지금처럼 발달하기 이전에는 강을 많이 이용했습니다. 특히 석탄이나 철광석같이 크고 무거운 자원이 많이운송되던 시절에는 내륙수로가 아주 중요한 교통수단이었습니다.
유럽에서 라인강은 북해로 흐르는 강 중에 가장 큰 강이고, 도나우강은 반대쪽 흑해로 흐르는 강 중에 가장 큰 강이입니다. 이 두강을 연결할 수 있는 지점이 독일에 있습니다. 라인강의 샛강인 마인강과 도나우강을 연결하면 장장 3500km의 범유럽 내륙수로가형성되고, 독일이 그 중심에 서게 됩니다. 이 꿈은 이미 8세기때부터 시도되어온 독일의 오랜 로망인데, 이것이 16년 전에야이루어졌습니다. 이게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한반도 대운하의 모델로 삼은 마인 도나우 운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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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하기까지의 과정, 아주 오래 걸렸다는데, 그 과정을 설명해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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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 도나우 운하는 1992년에 완공되었고, 순수 공사기간이 20년,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계획하는데 39년투자했습니다. 그리고 또 그 이전에 기술을 개발하고 위치를 확정하는 준비기간까지 합치면 도합 100년 걸린 대사업입니다.마인강과 도나우강을 연결하는 운하의 길이는 171킬로미터고요, 공사비는 45억 마르크(우리 돈으로 3조원) 들었습니다. (마인강와 도나우강의 준설작업 등 수로정비사업을 포함하면 60억 마르크, 그 외의 부대사업까지 합치면 총 80억 마르크의 투자)
건설사업은 결코 순조롭지 않았는데, 중간에 공사가 12년 동안이나 중단되면서 완공을 포기하기 일보직전까지 갔습니다. 그 이유는예상했던 것보다 운하로 인한 환경파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고, 또 운하를 설계할 당시에 비해서 운하의 필요성이적어졌습니다. 그새 도로와 철로가발달하고 세상이 변한 겁니다. 운하로 인한 환경 파괴와 운하를 통한 경제적인 효과를 비교할 때 수지계산이 맞지 않았습니다. 결국학계와 환경단체가 제안하는 최신식 지식과 기술을 동원해서 친환경적으로 설계를 변경해서 완공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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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하는 동안 환경 부분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썼다구요?
**네, 운하를 직선으로 파지 않고 구불구불하고 자연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지역의 아름답기로 유명한 습지를 되도록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인공습지를 가능한한 많이 조성하느라고 총공사비의 5분의 1을 환경부분에 썼습니다.
그렇게 오랜 기간 조사하고 면밀하게 진행한 운하가 어떻게 예상한대로, 기대효과는 있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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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효과가 별로 없습니다. 운하를 통과하는 화물운송의 양이 설계할 당시 예상치의 3분의 1밖에 안 되고, 지금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현재 운하 유지비의 7%를 통행료로벌어들이고 나머지는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나아질 전망이 별로 없어보이는데, 여론조사를 보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이유로 고객들이 수로운송을 기피하고 있습니다. 이건 산업구조가 바뀌고 운반하는 물건이 양에서 질로 바뀌어서 그런 겁니다. 이제는 가볍고 빨리보내야하는 물건들이 많이 유통되니까요.
**건설하면서 총공사비의 오분의 일을 환경분야에 썼다는데..환경 분야는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그 지역의 유명한 습지를 결국 지키지 못했습니다. 습지가 사라지고 동식물의 종이 반으로 줄었습니다. 지금도 계속 줄고있어서 앞으로 예전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 지역에만 존재했던 특별한 동식물이 사라지고, 이제는 어디서나 볼 수있는 평범한 종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또 옛날에 도나우강에만 서식했던 생선과 라인강에만 서식하던 생선이 운하를 통해서 섞이면서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고 있는데, 이게 앞으로 어떻게 나타날지는 두고 봐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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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는 자연스럽고 친환경적으로 건설됐지만 알트뮐 골짜기의 습지가 파괴되었다.\
이 운하보다 환경에 더욱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은 라인강 그 자체입니다. 마인 도나우 운하는 길이가 171 km밖에안 되지만, 라인강은 독일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 쭉 관통하며 흐르거든요. 독일 내에서만 880km 입니다.
이미 19세기부터 자연하천 라인강에 큰 배를 띄우려고 물길을 직선화하고 준설공사를 했는데 그 후유증이 지금 만만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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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강을 인공의 수로로 다듬은 공사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하는 것인데요..어떤 결과를가져왔는지요?
**첫째는 홍수입니다. 물이 상류에서 구불구불 흐르면서 적당한 범람으로 기세를 잃지 못하면중류, 하류에 가서 무서운 위력을 가집니다. 예전에 구불구불 돌아오느라고 상류에서 중류까지 사흘 걸려 내려오던 홍수물이 이제는반듯하게 다듬은 물길을 타고 하루 만에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 여파로 시달리는 곳이 라인강과 샛강이 만나는 지역들입니다. 샛강에서 불어난 물이 라인강을 통해 빠져나가기도 전에 라인강 상류에서 고속으로 오는홍수가덮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옛날에 백년에 한번 일어나던 규모의 홍수가 요즘은 몇 년 간격으로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둘째 재앙은 라인강 유역의 토지가 말라가고 지하수가 고갈되는 현상입니다. 구불구불하게 흐르던 물길이 직선으로 변하니까 자연히강의 길이가 짧아지면서 경사가 급한 꼴이 되었습니다.폭 넓게 흐르던 물길을 좁은 통로에 가둔데다가 경사도 급해지니까 물살이세졌습니다. 이때 물 밑의 자갈들이 강바닥에서 통통 튈 정도로 물의 속도가 빨라지면 강바닥이패이는 하방침식현상이 일어납니다. 바닥이 패여서 깊어지니까 따라서 강의 수면도 낮아집니다. 강의 수면이 낮아지면 강변의 토양을사이에 두고 강과 물을 주고받는 지하수의 수면도 따라서 낮아집니다.지하수의 수면이 낮아지면 나무들이 뿌리를 암만 깊이 뻗어도 수분을 섭취할 수 없게 되어서 숲이 죽습니다. 우물을아주 깊게 파야 물이 나오니 농사를 짓기에도 나쁩니다. 라인강 유역의 지하수면은 예전에 비해 평균 8m 낮아졌습니다.
**그럼 하방침식을 막기 위해서 강바닥에 콘크리트를 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강물이 지하수로 스며들지 못해서 더 악영향을 미칩니다. 바닥과 벽을 콘크리트로 마감한 구간에선 그렇지 않은 구간보다 지하수면이 2-3m 더 낮습니다.
지금 독일에선 강의 제방을 헐고 범람지와 습지를 되살리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라인강 상류를 자연으로 되돌리는 공사비가 6억유러, 우리 돈으로 8400억 원으로 책정되었습니다. 하지만 홍수와 지하수 감소의 피해를 돈으로 환산하면 두고두고 더 큰액수이기에 자연으로의 복구공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이런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고 교육에 힘쓰고 있습니다. 홍수와 지하수 고갈의 원인이 과거의 수로공사에 있다는 것을 지금 독일, 오스트리아,스위스에선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낙동강과 한강이 라인강처럼 인공수로 공사를 한다면, 이런 피해가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되는데요. 어떻습니까?
**자연법칙은 나라를 가리지 않으니까 라인강같은 공사를 하면 당연히 라인강의 피해가 일어나겠지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전문가는 우리나라 자연조건의 어떤 점이 독일과 다르고,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다르게 나타날지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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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건축전문가의 입장에서 독일의 운하를 보면서 우리가 한반도 운하에 대해 좀 더 고려를 하고, 우려할 부분을말씀해주신다면?
**저는 지금까지 제 의견을 말씀드린 게 아니라 독일에서 일어난 일 그대로를 전해드렸을 뿐입니다. 라인강의 예는 우리가 환경 파괴를 단순히 낭만적인 차원에서 싫고 좋고를 논할 일이 아니라, 국민경제적인 차원에서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할일이라는 걸가르쳐줍니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과학적인 연구와 조사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게 실용입니다. ‘‘우린 뭐든지 할 수 있다'‘며 조급하게 그냥 밀어부친다면 그게 바로 이념에 사로잡힌 것입니다. 한반도 대운하를 하건 안 하건 합리적이고 실용적으로, 그리고 이해관계를 떠나서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물관리를 그르쳐서 자자손손 대를 물려가며 복구해야하는 일이 우리나라에선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링크: 김재경의 여론현장
‘‘다시듣기'‘에서 2월 26일을 누르시면 인터뷰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
http://de.wikipedia.org/wiki/Bild:Panorama_altmuehltal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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