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가을이 왔습니다. 한국에선 추석 지낼 준비하느라고 바쁘겠지요?

저희 가족은 이번 추석도 그냥 스리슬쩍 넘어가려고 합니다. 한국식으로 명절 쇠는 것을 못 보고 자라서 그런지 저부터도 별로 감흥이 없거든요. 앗, 가정교육만이 문제는 아닌가봐요. 독일식으로 철저히 명절 쇠는 것을 보고 자란 남편도 무덤덤하기는 마찬가지거든요.

이렇게 전통과 풍습을 생략하는 것은 한편으론 자유를 얻는 것이겠지만 다른 한편으론 인연과 인생의 잔재미를 생략하는 거겠지요. 인생에서 소소한 인연과 잔재미를 빼면 뭐가 남나 생각해보니 가슴에서 서늘한 바람이 부는군요.

요즘들어 갑자기 제 책 “내게 말을 거는 공간들”을 읽고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놀랍고, 고맙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을 받는 아이처럼 저는 어리둥절하면서도 굉장히 기쁘네요.

생판 모르는 사람이 쓴 책을 무슨 인연으로 읽어주셨으며, 한번도 교차하지 않은 우리들의 가슴 속에 어떤 공동의 감흥이 건드려졌길래 이렇게 연락을 주고 받게된 것일까요? 이렇게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함께 다니며 그 공동의 감흥을 직접 찾아보는 맛은 또 어떨까요?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어요.

see15.jpg 영국공원의 호수


저는 책을 통해 독자들의 마음 속에 뮌헨에 대한 어떤 상을 심어드렸을 것이고, 제가 독자들과 함께 뮌헨의 거리를 걷는다는 것은 제가 심은 씨앗이 타인의 고유한 눈과마음을 통해 어떻게 싹이 트고 자라는지를 발견하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겁니다. 이것은 제게 커다란 배움이구요. 인식을 핑퐁처럼 주고 받으며 더불어 발전하는 일은 더없는 행복이지요. 이런 인식은 굳이 거창하게 말로 표현되지 않더라도, 어쩌면 슬며시 스쳐가는 한줄기 한숨같은 느낌에 불과할지라도,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에 위로를 줄지도 몰라요. 훗날, 뮌헨의 거리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더욱 사소하거나 혹은 더욱 거창한 생각들이 가지를 치는 일에 바탕이 될지도 모르구요.

그냥 함께 뮌헨의 거리를 걸으며, 책에서 다하지 못한 부연설명을 드리는 것으로써 인생의 소소한 인연과 잔재미를 만들어볼까 합니다.

innenstadt15.jpg 뮌헨의 심장부 마리엔 광장


이번 가을에 제가 두 번에 걸쳐 시간을 내겠습니다. 10월 18-20일 사이에 하루(10월 19일로 확정), 그리고 10월 24-31일 사이에 하루로 날짜를 정하려고 해요(22일과 29일은 제외). 그러니 혹시 이 기간 중에 뮌헨에 다녀갈 계획이 있는 분들은 제게 메일을 주셔서 가능한 날짜를 알려주세요. 되도록 많은 분들이 오실 수 있는 날로 정해서 공고할게요. 두 번 다 같은 프로그램이니까 하루만 날짜를 맞추시면 됩니다.

내용은 뮌헨 도심의 건축을 통해 서양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실 수 있는 방향으로 짜려고 해요. 사전 지식도 필요 없고 미리준비하실 것은 하나도 없어요. 단, 많이 걸으실 수 있는 신발과 왕성한 호기심과 열정을 꼭 지참해주세요. 잠시나마 건축을 통해 사람을 이해하고, 그럼으로써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총괄적인 안목을 나눠드리고 싶거든요.

staatskanz15.jpg 1905년의 고건축과 1993년의 현대건축이 조화를 이룬 바이에른 주정부 청사(구 군사박물관)


혹시 여행 정보 카페 같은 곳에서 제 책을 읽으신 분들 중에 우연히 그 기간에 뮌헨으로 여행하시는 분들이 계신지 물어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야 한 분이 오셔도 정성껏 모시겠지만 이왕이면 여러 분들을 뵈면 더욱 좋겠네요.

“내게 말을 거는 공간들”은 빌려 읽으셔도 좋으니 먼저 읽어보시고 마음에 맞으면 참여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것은 통상적인 관광 안내가 아니기 때문에 서로 실망할 수도 있거든요. 지금 여행 중이시거나 해외에 사셔서 한국책을 구하기 어려운 분들은 제블로그를 통해 공감대를 먼저 확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귀엣말 기다릴게요. 추석 즐겁고 평화롭게 보내세요.

leopold15.jpg 낙엽 지는 슈바빙의 레오폴드 거리

연락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첫번째 날짜는 10월 19일로 확정합니다. 그날 멀리서 기차 타고 오시는 분들을 위해서 아침 9시 30분 경에 역 앞에서 만나려고 해요. (정확한 장소는 추후 공고) 그리고 저녁 6시 전후로 마치도록 하지요. 이날 가능하신 분들은 연락 주세요. 두번째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어요. 22일과 29일만 제외하고 연락 기다립니다. 저도 기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