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모모, 제가 떡을 다 만들었어요, 글쎄! 오늘 설날이라고 그런 건 절대로 아니구요. 실수로 그런 일이 생겼지요. 들어보세요.

그제 아이들 손님을 왕창 치루면서 전기밥솥에 쌀을 넣고 스위치 누르는 걸 깜빡 잊었어요. 한 시간 후에 보니까 보온용 저온으로 불은 생쌀이 뭉긋하게 불어터졌겠지요. 밥도 아닌 것이 쌀도 아닌 것이 참 이상하게 된 한 바가지를 그냥 밖에 내다 놓고 밥을 다시 지었지요.

오늘 낮에 밥도 아니고 쌀도 아닌 그 무엇을 일부 떠다가 우유, 설탕 넣고 다시 끓여서 밀히라이스를 만들어 먹었지요. 우리말로 번역하면 우유밥인데요, 우유로 달착지근하게 죽을 지어서 게피설탕이나 과일, 생크림 등을 얹어서 먹는 독일요리에요.

신랑이 먹으면서 이거 한국으로 수출하면 대박날 거라고 하더군요. 아이고 한국에서 이런 요상한 요리를 먹겠냐? 밥을 짜게 먹어야지 어떻게 달게 먹냐고오? 근데 신랑이 자꾸 우기더군요. 이렇게 맛있는 거 한국사람들이 한번 먹어보면 혹할 거라나요?

옛날에 한국 간호사들이 처음 독일에 왔을 때의 일화가 있어요. 막 도착한 그날 저녁에 독일 병원에선 환영파티를 열어줬대요. 동양의 주식이 쌀이라는 건 알아서, 그런데 옛날 고리짝에 독일인들은 그 쌀로 요리할 줄 아는 건 밀히라이스 밖에 없어서, 그래서 그 환영파티의 메뉴는 밀히라이스였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막 헤어져 미리부터 향수에 절은 한국 처자들은 밥을 보고 반가워서 한입 떠 넣었다가 “우엑, 이게 뭐꼬?” 토할 뻔했다는…

그 얘기를 해줬더니 독일 신랑은 괜히 삐졌습니다.

저녁이 왔습니다. 그놈의 밥도 아니고 쌀도 아닌 것을 우찌 없애나 궁리하다가 다시 전기밥솥에 앉혔습니다. 친구 블로그에서 비빔밥 찬양을 읽은 후로 갑자기 비빔밥이 동해서요. 그런데 밥솥이 금방 보온으로 돌아가는 거에요. 물이 없어서 그런가 보지요? 할 수 없이 전자렌지에 넣고 15분 웽 돌렸습니다. 그리고 조금 두었더니 생쌀이 씹히지 않는 게 그럭저럭 먹을 만하더군요. 우리 착한 식구들은 불평도 하지 않고 비빔밥 잘 먹었어요.

그런데 아직도 밥이 엄청나게 남았겠지요. 신랑은 낮에 삐진 게 아직도 남았는지 이거 밥도 아닌 것이 쌀도 아닌 것이 솔직히 말해서 좀 이상했노라고 종알종알. 그렇지만 밥을 어떻게 버립니까? 천벌을 받지. 가만히 들여다 보니 밥이 고슬고슬한 게 아니라 쩍쩍 달라붙어서 떡 같아요. 옴마마, 이거 떡인가 봐. 절구만 있으면 떡 되겠구나.

저는 한번도 떡 만드는 거 본 적이 없어요. 집에서는 물론이고 방앗간 근처에 가본 적도 없거든요. 근데 그놈의 밥도 아니고 쌀도 아닌 것을 들여다 보니 영감이 오는 거여요. 아핫, 나도 떡을 만들 수 있겠다. 절구가 없으니까 숫갈로 마구 으깼습니다. 전기 반죽기로 돌릴까 하다가 그랬다가는 억센 반죽에 모터가 타버릴 것 같아서 그만뒀지요.

힘들어서 아주 곱게 으깨지는 못했지만 손에 찬물 묻혀서 동글동글 빚어서 해바라기씨 기름 두르고 후라이팬에 지졌어요. 하다 보니까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흑설탕에 통깨로 속을 만들어 넣고 반으로 접었더니 옴마마, 반달! 이게 바로 송편 아니겠습니까? 송편에는 참기름 냄새가 나던데? 그래서 참기름을 조금 넣고 후라이팬은 막 흔들어주었지요.

이리하여 설을 기해 저도 떡을 다 만들었지 뭡니까? 근데 수더분한 제 입에도 맛은 별로군요. 떡이 우째 쫄깃한 맛도 없고 밥냄새가 날까나? 애구, 아무도 안 먹을 것 같아요. 차마 권하지도 못했습니다. 버리긴요? 냉동고에 보관해 두었다가 만두랑 같이 끓여서 떡만두국이라고 우길라구요. 식구들이 속아줄까 모르겠네요. 안 그래도 우리 식구들은 제가 국적불명의 음식을 만들어놓고 한국 전통요리라고 속일까봐 항상 전전긍긍하거든요.

하나 드셔 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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