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사형 집행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내가 살고 있는 유럽에서 보는시각에서 그의 고민을 논하고자 한다.

사형제도는 미개하고 야만스러웠던 과거의 산물로서 현대의 문명세계에서 추방되어야 한다는 인식은 세계적인 추세이다.지구상에서 절대 다수의 국가들이 사형제도를 폐지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폐지할 것이다. 특히 유럽에선 사형에 대한 경멸과 근절의지가 진리에 가깝도록 굳건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사형제도가 있는 나라는 절대로 유럽연합에 가입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현지인 친구들에게서 사형제도에 대한 찬반 의견을 듣고 싶어도, 그렇게 당연한 이치를 토론에 붙인다는 자체로서 미친 사람의 취급을받기에 충분한 일이라 입도 뻥긋하지 못할 정도다.

그런 사람들이니 사형이 집행되는 다른 나라를 멸시의 눈으로 보는 당연하다. 사형제도가 있는 나라는 보편적으로 인명을 경시하고국민의 인권을 짓밟는 나라일 것이라고 유럽인들은 추측한다. 사형의 유무는 그 나라 인권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고, 인권의수준이 낮은 나라는 암만 돈이 많아도 전근대적이고 미개한 비호감 국가로 분류된다. 자기들이 잘 모르는 나라일수록 이런 선입관은더욱 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 곳에 있는 남의 나라 일을 잘 모른다.

그간 우리나라는 북한과 큰 대조를 보임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많은 점수를 얻었다. 권력의 세습에다가 제 나라 국민을 굶겨 죽이는북한에 비해서 남한은 정치, 경제면에서 서방의 인정을 받았다. 다른 대륙에 비해 인권문제에서 유난히 열악한 아시아에서 그래도한국만큼은 서방과 가치관을 같이하는 국가로 알려져왔다. 우리 국민이 맨주먹으로 독재를 불식시키고 민주주의를 이룩한 사실, 인권의식이 아시아의 어느 나라보다 높아서 중국과 일본에 앞서 사형폐지국이 된 사실은 국제사회의 지성인들에게 우리나라에 대한 믿음과위상을 높여주었다.

세계여론을 형성하는 국제사회의 지성인들에게서 문명국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러면 국제시장에서 우리나라자동차와 컴퓨터를 더 많이 팔 수 있는 것일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 요즘 유럽에선 중국에 대한 평판이 꽤 나쁘다. 언론의자유와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는 독재국가, 자국민을 착취하는 부정하고 부패한 국가라는 세계 소비자들의 인식이 중국의 경제에 어떤영향을 미치게 될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확실하게 아는 것은 실지로 일어난 사실 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고질적인 인종차별을 종식시키는 일에 유럽인들의꾸준한 불매운동이 한몫했다는 것은 증명된 사실이다. 그때 독일 친구들이 냉장고에 붙여놓은 “인종차별의 남아프리카공화국산과일 보이콧!“이란 스티커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또한 이제는 유럽에서 부자들이 집에 인도산 카펫을 버젓이 깔아놓고 돈자랑을하지 않는다. 옛날에는 그 물건이 부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유아노동의 상징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의식의 변화에 따라 소비자의 선호도도 바뀐다.

옛날에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어느 나라에서 노동조건이 열악한 것이 유럽인들에게 별로 상관이 없었다. 그러나 세계가 하나의 거대한시장으로 변한 오늘엔 사정이달라졌다. 같은 품목을 가지고 가격경쟁을 하게 되면 경쟁국의 경쟁력을 눈여겨보게 되고, 노동자를 착취함으로써 단가를 낮추는 행위는 반칙으로간주된다. 인간의 기본권이 돈에 의해 허물어지는 현상이 경쟁력이라는 가면을 쓰고 자기 나라에까지 스며들어올 위험이 있기 때문에,유럽의 지성인들은 자신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남의 인권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의 지성인들에게서 우리나라가 문명국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이 우리의 안보와 상관이 있는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우리나라는 우리의 의지가 아닌 세계의 필요성에 의해서 분단국가가 되었고, 아직도 우리의 안보는 바깥 정세에따라 흔들리고 있다. 북핵이니 6자회담이니 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우리가 우방의 입만 쳐다보는 이유는 우리의 의지와 힘만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세계의 지원을 받아야만 하는 우리로서는, 보호받을 만한 국가라는 인식을세계여론에 심어주는 것이 중요한 일일 수도 있다.

또한 우리나라가 앞으로 독도나 백두산 문제로일본이나 중국과 영토분쟁을 벌일 때, 두 강대국 사이에 끼어 끊임없이 침략을 받아온 제일 작은 나라가 그래도 세 나라 중에서 의식이 가장 깨인나라라는 인식이 세계인의 뇌리에 박혀있다면, 이것이 혹시 도움이 될지 아닌지는 지금 나도 알 수 없다.

내가 경험해서 확실히 아는 사실은, 세계 어디서 분쟁이 일어나 유럽의 강대국에서 인도적 차원에서 개입하고자 할 때, 착한희생국과 나쁜 가해국의 개념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엔 자국민들을 설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싸우는 양쪽이 다 유럽의 가치관과 동떨어진 비호감 국가들이면 자국민들은, 때린 놈이나 맞은 놈이나 그 놈이 다 그놈인데 우리가 도대체 어느 편을 들 것이냐고, 아까운 우리 세금 쓰지 말고 내버려두라고 짜증을 낸다.

또 하나 내가 확실히 아는 사실은 우리나라가 예전에 일본의 식민지가 될 적에 국제재판소에서 이를 정식으로 승인했다는 것이다.“그 당시의 국제재판소는 힘 센 아이들이 과자 나누어 먹는 클럽”이기도 했지만, 당시 우리나라가 미개한 후진국이란 국제사회의인식은 일본의 지배를 합리화시키는 동기가 되었다. 구한말 서울 풍경을 묘사한 서양인의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아무렇지도 않게 지나다니는 길거리에는 10구의 사형수의 시체가 목이 잘린 채 널려 있었다는 대목이 있다. 그 중에는 시장에서 뭘훔쳐먹다 들킨 앳된 소년도 있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100년 전에 계몽사상을 접한 서양인의 눈에는 가히 미개한 광경이었을것이다.

인권후진국으로 낙인 찍힘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실질적인 손해를 보는 예는 근현대 역사 속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정보시대와세계화의 시대를 맞아 이런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법무부 장관의 고민이 현실화되어 우리나라에서 사형제도가 부활한다면 우리는실질적으로 많은 것을 잃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체면을 잃고 실리를 잃는 것보다 더욱 크게 잃을 것이 있다.문명국 국민으로서의존엄성과 자긍심이다.

근대의 세계사는 우리를 지질이 복도 없고 운도 나쁜 민족으로 만들었다. 이 척박한 운명을 맨주먹으로 극복하고 아시아의 손꼽히는문명국으로 우뚝 선 조국이 민족주의자와는 거리가 먼 내 눈에도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그런데 엄청난 희생과 노력을 바쳐쌓아올린 공덕이 너무나도 쉽게 무너져내리는 것 같아서, 오래 걸려 쌓은 우리의 공든 탑이 단숨에 무너질 것 같아서, 밖에서바라보는 나는 안타까움에 피를 토할 지경이다.



“그 당시의 국제재판소는 힘 센 아이들이 과자 나누어 먹는 클럽”은 제가 일본 기자에게 한 말입니다. 안방의 “빨주노초파남보”에 그 내용이 있습니다.
링크: 빨주노초파남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