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가들은 요즘 입만 열면 소통 타령이다.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는 말한 자와 못 알아들은자, 쌍방에게 책임이 있다는 소리다. 못 알아들은 자에 속하는 내가 듣기에 이만저만 억울한 일이 아니다.

이건 소통하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일관되게 주장하는 진실된 내용이 없어서 그런 거다. 아니, 일관되게 주장하는 내용은 있는데, 상대방의 표정에 따라 포장을달리해서 자꾸만 다시 내놓으니 받는 사람이 짜증이 나는 거다. 하긴 처음부터 포장을 하지 않고 진실되게 내놓았다면 금방 퇴짜를맞았을 물건일 것이다. 주는 쪽 입장으로선 주었다 물렸다 하는 지금의 상황이 그나마 성공적이라고 판단할 수는 있을지몰라도 받는 쪽으로선 여간 지겨운 일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낭비되는 시간과 노력을 국력으로 따지면 어마어마한 숫자일 것이고,무엇보다도 사람을 뭘로 보고 자꾸 눈속임을 하려드냐는 의심이 드니 큰일이다. 한 마음으로 뭉쳐서 달려도 힘겨운 판에 여차하다속을까봐 전전긍긍이니 나라가 잘 되기는 틀렸다.

인간의 진실성이 없어서 그런 거다. 평생 눈 속이기와 임기응변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티가 난다.>


위의 글은 내가 몇 달 전에 쓴 메모다. 지금 와서 보니 그나마 그때가 나았던 성싶다. 그래도 그때는 눈속임이라도 해서 국민을존중하는 시늉은 했는데 이제는 정말 무서운 게 없는 정부가 되었다. 언론을 장악해서 이젠 무서울 게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대운하 문제로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린 김이태 박사를 몇 달이나 지난 후에 새삼스럽게 징계할 때 알아봤다.처음에 연구원 개인의 양심을 존중한다고 했을 때는 아직 국민의 눈이 무서웠을 때고, 몇 달 후에 갑자기 징계조치를 할 때는국민의 눈이 무섭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양심은커녕 체면도 염치도 없다. 이를 감히 지적하지 못하고 짝짜꿍하는 연구기관의 원로들도 부끄러워해야 한다.

광우병 방송을 만든 피디의 구속은 차라리 코메디다. 그때 국민이 촛불을 든 이유는 명백하다. 그때 국민이 분노한 이유는 이명박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미국에 무슨 선물이나 주듯이, 미국이 바라는 것 이상의 조건으로 쇠고기 협상을 체결한 비굴함과 경솔함에있다.

나름대로 정부에선 한미 FTA를 조속히 성사시키려는 계획으로 모험을 벌인 것이지만, 그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촛불 당시에는소통 타령을 하며 국민에게 사과해 놓고, 한미 FTA 전략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이 점차 확실해지는 오늘날 갑자기 촛불 시위의원인이 피디수첩의 호도에 있다고 우기는 것은 또 무슨 이치인지? 정부가 국민을 이렇게 우습게 보고 통째로 치매환자 취급을 해도괜찮은 건지 묻고 싶다. 이를 감히 지적하지 못하고 짝짜꿍 하는 법률계의 원로들도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바로 너와 나같은 보통 사람들이다. 각개격파로 피해를 줌으로써 기를 죽여 입을 막으려는 정부의 위협에 주눅이 들어 할 말을 못하는 것이든, 해도 해도 너무해서 기가 막혀서 말하기를 그냥 포기하는 것이든, 여러번 한말을 하고 또 하기가 민망스러워 이젠 그만 입을 닫는 것이든, 그 어떤 경우도 용서되지 않는 무책임이다. 어느 선을 넘으면 국민이 분노한다는 것을 미리 알려줘야 할 의무가 국민 각자에게 있다. 이를 제때에 알려줘야 정부도 참고하고 반영할 수 있다. 동조와 방조의 차이는그다지 크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