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삶과 죽음이 내게 준 것”이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부치는 글을 올린 후 독자님들로부터 메일을 두 통 받았습니다.

하나는 제 글에 대한 공감을, 다른 하나는 이견을 표현한 내용이었어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 둘 중에 하나의 의견에 동감하실 거에요. 공개적으로 답장을 드림으로써 여러분들과 마음속의 대화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메일 주신 두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공감하신 분께!

제가 너무나 명료하게 님의 속에 있는 생각들을 잘 정리해줬다고 하셨는데 저 역시 저와 생각을 같이하는 분이 있다는 사실에 안심하는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같은 생각이라도 상황에 따라 옳을 수도, 틀릴 수도 있는 바, 이렇게 대화를 통해서로 점검하고 검토받는 일이 중요하겠지요.

그리고 이렇게 쓰셨습니다.

전 예전 군부독재 시절보다 지금이 훨씬 심각하고 위험하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때의 권력은 신군부에 집중되어 있고 재벌과 언론이 하수인이었다면 지금은 재벌과 조중동이 조직화되어 꽤 탄탄하게 엮여져 권력을 송두리째 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정부와 검찰 사법부까지 이들의 하수인일뿐일 겁니다. 이젠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 나라에 희망을 놓아야 할 때인가요?

제가 생각치 않던 의견이라 저는 깊이 숙고해봤습니다. 저는 유신독재 정부가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대하던 시대를 한국에서 보냈고, 주위에서도 직접 그런 사건들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지금이 그때보다 위험한 상황이란 걸 상상할 수 없었거든요.

그런데 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젠 정부가 문제가 아니라 재벌과 언론이 조직화되어 정부와 검찰, 사법부를 부리고 있다는말씀에 수긍이 갑니다. 그리고 이건 더 큰 문제지요. 선거를 통해 정부만 갈아치우면 되는 문제가 아니니까 국민은 앞으로 아무런 권리도 없이 속절없이 당하기만 하는 주체로 전락하고 말겠지요.

그리고 이건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도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인 것 같습니다. 언론을 장악한 벨루스코니가 두 번이나 민주적으로 선출되는 일이 21세기의 유럽에서 일어나다니요. 벨루스코니가 경제사범이라는 사실, 극우 신파씨즘 단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태리 국민들에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듯합니다. 국민들은 자기네들이 뽑은 정부로부터 수탈당하면서도 그것도 모르고 남의 탓만 하지요. 어용 언론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요.

이젠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우리 나라에 희망을 놓아야 할 때인가요? 글쎄요, 제겐 아직도 믿는 구석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국민이 피흘려 쟁취한 민주화의 경험이 제겐 희망입니다. 간첩에서 무고한 양민으로, 폭도에서 정의로운 시민으로 누명을 벗고 명예를 회복할 날이 언젠가는 온다는 것을 보여준 노무현 시대의 경험이 제겐 역사적인 희망입니다. 이런 경험을 해본 나라와 해보지 않은 나라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고 믿습니다. 이런 경험을 한번이라도 해본 국민은, 간혹 터널이 너무 길어서 희망이 없어 보일 때도있겠지만, 가능성을 믿을 겁니다.

게다가 이 시대의 우리에겐 기존의 언론 매체 외에도 인터넷이 있습니다. 인터넷은 국경을 넘나들며 진실을 전파하는 위력을 가졌지요. 기존의 언론 매체처럼 쉽게 장악될 수 없습니다. 입을 막기 위해 한 사람을 잡아가두면 백 개의 입이 새로 생겨납니다. 선과 악이 분명해지는 상황에선 온순하고 겁많은 사람도 투사로 나서게 됩니다.

님과 저처럼 현실을 직시하고 감시하는 익명의 개인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것은 엄청난 위력이라 생각합니다. 제게 힘이 되어주셔서 고맙고, 제 글이 힘이 될 수 있도록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 글에 반론을 제기하신 분께!

좋은 의견 주셔서 우선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님은 노무현 전대통령을 좋아하셨고, 그의 공적을 인정하시는 분으로 이해했습니다. 단지 자살이라는 마무리를 무책임하게 생각하시고 자살이 미화되는 현실을 우려하고 계십니다. 또한 그의 자살을 신성하게 포장하기에 급급하여 반대 의견을 용납하지 않는 작금의 사회분위기를 폭력적이라고 느끼십니다.

여기에 대한 답글을 성심껏 썼으나 조금 급하게 쓴데다 지금 검토할 시간이 없어서 올리기가 망설여지네요. 내일 새벽에 저는학생들의 실측 실습을 지도하기 위해 다른 도시로 떠납니다. 일요일에 돌아오는데 오고 가는 기차에서 제가 쓴 글을 검토하고 다듬겠습니다. 죄송하지만 한국시간으로 다음주 초까지 기다려주시겠습니까?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제 블로그에 들러주시는 여러 분들께도 잠시의 작별을 고하겠습니다. 제가 없으면 신랑하고 애들하고 집안일 때문에 엄청 싸웁니다. 전 고소해요. 날 그렇게 부려먹더니 쌤통입니다. 그럼 다시 뵐 때까지 모두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