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독일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한국에서 남편과 함께한 첫 4주는 그런대로 휴가 맛이 났어요.

둘이서 오붓하게 산에도 가고바다에도 가고 시장에도 다니고 오손도손 밥도 사먹고 (더워 죽겠는데 남자가 에어컨 못 틀게 해서) 아웅다웅 싸움도 하고요.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은근히 나만의 시간을 기다렸지요. 나의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요.

남편이 먼저 돌아가고 난 후,오래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서 즐거웠고 그들의 변함 없는 호의의 감동했지요.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친근한 교감을 나누어서행복했구요.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전화로 목소리만 듣고 온 사람들도 있고 전화조차 못 하고 그냥 온 사람들도 적지않아요. 부디 용서를… 제게 주어졌던 2주일의 시간은 너무나 짧았하지만 그 시간이 두 배로 는다고 해도 결코 넉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듭니다. 보고 싶은 사람도 많고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서울을 왜 그렇게 크고 갈 길은 왜 그렇게 먼지요? 나중에는 끼니를 건너뜀으로써 시간을 벌었지요.

가장 아쉬운 점은 대구에 내려갈 이틀의 시간을 내지 못한 것이랍니다. 이번에 거기에 갔더라면 제 인생에서 대단히 소중하고 간절한 시간이 되었을 것 같네요. 다음에는 열 일 젖히고 대구부터 다녀올 생각입니다.

한국어를 배우느라고 신촌의 기숙사에 기거한 우리 딸은 한국의 요란한 젊은 문화와 다정한 한국 사람들에게 홀딱 반했다지요. 건조하고 무뚝뚝한 독일의 분위기에 비하면 천국이겠지요. 남편 역시 이번 휴가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답니다.

이번에는 남편과 함께 한국 사회와 사람의 특성을 특별히 눈여겨 보고 토론했습니다. 좋고 나쁨을 떠나서 그냥 관찰하고 분석해 보는 차원에서요. 그러는 과정에서 독일의 사회와 특성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집에 돌아와서 저는 아직 짐도 풀지 않았네요. 책 읽으며 쉬고 산보도 다니고, 어제 밤에는 한바탕 춤도 추고 왔어요. 시차적응이 안 되어서 몽유병자처럼 멍한 눈길로 흐느적거리며… 그 눈길을 요염이라고 오해하는 우리 남편은 도대체…

한국에서 돌아다니느라고 그간 인터넷 접속이 여의찮았어요. 고마운 메일이 많이 와 있더군요. 저는 모든 메일에 대한 답장을 정성껏쓰는 버릇이 있는데 이번에는 약간 약식으로 해야할 것 같아요. 이해를 구합니다. 오늘부터 정상적인 일상에 돌입해야 하거든요.조금 바빠질 전망이어요.

아참, 푸른숲에서 나오는 제 책 ‘‘고등어를 금하노라'‘는 이번 주 중으로 나온다고 들었습니다.독자들의 반응이 어떨지 저도궁금하네요. 저자는 독자들보다 조금 앞서 가야 하는 건 맞지만 이번의 제 책은 반 발자욱 정도 좀 더 앞서가는 면이 있어서출판사 분들께서 신경을 많이 쓰셨다고 해요. 많은 공을 드려주신 푸른숲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한국에서 만났던 모든 사람들께 그리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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