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야할 글 숙제가 산더미 같은데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는다. 4대강 사업을 정말로 강행하면 어떡하나, 외국에 있는 내가 이걸 무슨 글을 써서 막을 수 있나 고민하고 있던 차에 첫삽을 떴다는 소식이 들린다.

눈앞이 캄캄해진다.

우리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이자강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뮌헨 시민들이 정말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도심 휴식처이다. 근래에 이자강은 150년 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반듯하던 강변의 제방을 헐고 범람지와 습지를 다시 재생시키는 재자연화 공사덕분이다. 도심을 관통하는 8km 구간의 재자연화 공사는 10년의 조사와 준비 기간을 거친 후 10년의 공사기간을 통해완성되었다.

홍수를 방지하고 시민을 위한 공원을 조성하며 강의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이 공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성공작이다. 완공 후에엄청난 강우량을 기록한 해에도 새로 조성한 범람지 덕분에 홍수를 비껴갈 수 있었다. 시민을 위한 휴양지로서의 가치는 누가 봐도탐이 날 지경이어서 미국 LA에서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이 요즘 활발하게 일고 있다.

이런 재자연화 공사의 직접적인 계기는 점차 심해지는 홍수와 하방침식 현상이었다. 지난 150년 사이에 물길을 반듯한 통로에가두었던 후유증 덕분인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독일에서 150년 전에 했던 실수를 21세기까지 와서 답습하려는 것일까?

나는 이자강 재자연화 공사를 지원한 연구소에 가본 적이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외에도 1대 20의 모형을 만들어서 토사의움직임을 오랜 기간을 두고 관찰하고 있었다. 모래알의 크기까지 1대 20으로 정확한 모형을 제작하는 데만 해도 서너 달이 걸린다고했다. 독일에선 8km 구간에 대한 준비와 조사가 10년이나 걸린 것이 비해 우리나라 4대강 사업에선 634㎞구간에 대한환경영향평가가 넉 달 만에 끝났다고 하니 도대체 우린 자랑스러워해야 할까?

정치권에 편승하여 기상천외한 졸속을 연출하는 학계가 부끄러워서 어디 가서 말도 꺼내지 못할 지경이다. 거꾸로 가는 아이디어도 촌스럽지만 일처리도 후지기 짝이 없다.

4천만 국민이 눈 뜨고 보고 있는데도 이런 엄청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대한민국은 과연 법치국가인가? 정부가 국민을 이렇게 모욕해도 되는가?

이상돈 교수님 이하 법학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국민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고 나는 자존심이 회복되는 안도감을느꼈다. 아무렴 그렇지. 우리가 그냥 이렇게 눈 뜨고 당할 리야 있겠나?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국민소송 본부가 발족하고 소송경비를 모금하는 캠패인이시작되면 보태려고 나는 한국에다 알토란 같은 쌈짓돈을 꼬불쳐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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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운하) 라디오 인터뷰, 김재경의 여론현장
(운하) 독일, 홍수의 값과 자연하천의 값
(이상돈 교수님 홈페이지)4대강 사업의 위법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