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다. 나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먼저 처리하는 편이다.

하고 싶은 일은 언젠가는 하게 되기 때문에, 그래야 둘 다 할 수 있다. 글도 마찬가지다. 내겐 쓰고 싶은 글이 있고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글이 늘 있는데 나는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글을 먼저 쓴다.

그러는 동안에 쓰고 싶은 글에 대한 사고도 좀 성숙하게 익는 이중의 효과도 있다. 쓰고 싶은 충동이 일 때 날아갈 듯이글을 쓰면 쓰는 순간에는 시원하고 읽기도 재미있지만 글이 좀 성글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논리와 흐름의 구멍이 미세하게 송송. 그래서 신변잡담에속하는 일은 그렇게 써서 독자와 함께 웃기도 하지만 요즘 내가 장애아 유치원에서 겪는 귀중하고 짙은 경험들에 대해서는 함부로써버리지 않고 두고두고 익혀서 뼈대를 심으려고 아껴두고 있다.

요즘 그 외에도 글을 몇 가지 쓰고 있는데 아주 고심해서 쓰는 글들이라 마음에 든다. 완성된 글은 청탁한 잡지에 먼저 실린 후에블로그에 올리려고 기다리고 있다.

그 동안 블로그 친구들이 심심하지 마시라고 근래의 인터뷰에서 발췌한 글을 올린다.

-고등학교 때 가족이 모두 독일로 이주해 35년을 살고계시는데, 처음 독일로 이주하게 된 이유와 과정에 대해 알고싶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께서 외교관으로 독일 대사관에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독일 고등학교 상급반에 들어갔는데처음에 공부가 어려워서 혼났어요. 사실 독일에선 상류 25%만이 고등학교 졸업 시험이자 대입 자격시험인 아비투에에 합격하거든요.저는 아비투어에서 떨어지면 한국식으로 고졸도 못 되니까 겁나서 열심히 했어요. 그래도 우리나라 입시생들과 비교하면 딴 짓도많이 하고 잘 논 편이었다고 할 수 있을라나? 태권도도 배우고, 나중에 한국에 갔을 때 신문 정도는 읽으려고 대학교에서 한문도청강하고, 연애도 하고 등등… 아버지가 다시 한국으로 발령 받으셨을 때 저는 독일에서 이미 대학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자연스럽게 남게 되었죠.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고 세상과 인생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나이에 고국을 떠나 다른 세상에 간 것은 제게 큰 경험이되었습니다. 그때까지 제게 지극히 당연했던 사실들, 거의 절대적 진리라 믿었던 사실들이 한국을 벗어나니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을종종 경험했지요. 그리고 독일 사람들에게도 그런 편견이 있으며 그들은 그것을 절대적 진리처럼 믿고 거기에 기대어 다른 것을평가한다는 것도 보았구요. 그래서 그 이유를 곰곰 생각해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사물을 여러 시각으로 관찰하는 버릇이 들은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독일 사람으로 살아온 기간이 더 많은 탓에 한국인이라기 보다는 독일 나아가 유럽인들의 합리적인 사고방식이많을실 듯 한데, 독일에서의 본인의 삶에서 한국적 특성이 유용하게 발휘되는 경우가 있었다면? 그리고 한국식 사고방식과 독일식사고방식에서 존재하는 각각의 장단점을 설명해주신다면?

-실지로 저는 독일 사람들과 말이 더 잘 통합니다. 제가 독일말을 한국말보다 잘 한다는 뜻이 아니라 사람이 소통하는 데 필요한”척하면 삼천리”를 독일 사람들과 좀 더 많이 공유한다는 뜻이죠. 즉 저는 한국말을 언어적으로는 다 알아들음에도 한국 사람이말을 하는 의도를 제대로 알아채지 못할 때도 있고, 제 의도가 오해될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들이 반어법으로 거절할때저는 전혀 알아듣지 못해서 도리어 거꾸로 하기도 합니다. 또 제가 뭘 주고 싶은데 상대가 사양다면 저는 독일 사람의 경우에는그냥 미안해서 그냥 한번 해보는 소린지 정말 싫어서 사양하는 건지 잘 알아차리지만 한국 사람일 경우에는 제가 이걸 잘알아맞추지 못해요. 그래서 저는 더 잘 해드리고 싶은데 행여 실례가 될까봐 제가 원하는 것보다 덜 드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합리 비합리를 떠나서 한 사회의 소통 습관이지요. 제가 독일에 살다 보니 독일식을 더 잘 이해하는 것 뿐이고요.

독일에서 어느 정도 인정 받고 성공하려면 독일인과 같은 사고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남과어깨를 견줄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뛰어넘으려면 남이 가지지 않은 장점이 있어야 하겠지요. 이럴 때 제겐 한국적 특성이 장점으로작용했어요. 분위기를 파악하고, 남의 기분을 배려하고, 상대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재주는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가지고있는 장점이지요. 제 생각에는 세상의 모든 CEO들이 갖춰야 할 덕목인 것 같아요.

독일 사람들은 별로 남의 일에 관심이 없고 의견이 달라도 딱딱 표시하면서 별로 감정 상하지 않고 쿨한 관계를 유지합니다. 한국사람들은 다정다감하고 화끈하게 혈기가 있는 편이어서 이태리 사람들과 비교되곤 하지요. 둘 다 장단점이 있어요. 프라이버시를존중하는 독일의 사고방식은 우선 교제하기에 편하기는 하지만 건조하고 삭막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요, 분위기 따지고 상대를 배려하는한국식 사고방식은 자칫 개성을 모난 돌로 정의하여 공연히 쪼기도 하고 남의 일에 참견하게 만들어 관계를 끈적이게 하기도 합니다.어느 식 사고방식이던 장단점을 잘 파악해서 적재적소에 사용하면 더불어 살기가 좋을 것 같습니다.

**-책에서 언급하신 독일 학생 운동의 주역인 68세대가 가지는 의미와 특징은 무엇인가요?

**-68세대는 1968년에 독일에서 학생운동이 일어났을 때 대학생들이었던 세대를 말하며 지금 60세 전후의 세대입니다.그때까지사회 전반에 팽배해있던 권위주의적 전통을 거부하고, 소시민적 가치관을 타파했으며, 아버지 세대들이 침묵으로 지켜온 나치의 청산을부르짖어 결국 이루어낸 세대들이죠. 가족과 조직 안의 수평적 관계, 성의 자유, 히피적 자유로움을 추구하기도 하여 그때까지 꽤나경직되었던 독일 사회를변모시켰습니다.

저희는 바로 그 후세대로 역시 비슷한 가치관을 추구하며 살았지요. 요즘 보면 지금 50대, 60대 되는 세대들이 독일에서 가장개방적인 것 같습니다. 저희보다 어린 세대들은 도리어 보수적인 면도 있거든요.

**-절약은 독일인들의 고유한 성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의가정에서 절약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 같은데요. 독일 사람들 중에서도 사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반면에 선생님과 같은가족들고 있을 듯 한데, 독일 사람들의 일반적인 삶과 선생님 가족들의 삶을 비교해주신다면?

**-독일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절약을 많이 하는 건 사실입니다. 독일에선 사치나 낭비가 별로 덕목이아니지요.물론 돈이 많은 사람도 있고 사치하는 사람도 많이 있지요. 저희 주변에도 있어요.

독일 친구들은 저를 보고 “너는 독일 사람보다 더 알뜰하다”고 합니다. 저희는 돈도 그렇지만 에너지와 자원을 아끼기 위해서 갖지않는 물건, 하지 않는 일이 많기 때문에 단순히 돈 때문에 알뜰한 가정에 비해서 더 알뜰한 것도 사실이어요. 그래서 저희 집에는독일에서 웬만큼 알뜰한 가정에도 다 있는 자동차나 빨래 건조기도 없고 다림질도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남의 이목을 살피지 않는배짱까지 겹쳐서 남편은 결혼하고는 한번도 이발소에 간 적이 없고 우리는 옷도 거의 사지 않습니다. 또한 구두쇠로 사는 게독일에서도 그렇게 내놓고 자랑할 일만은 아니지만 저희는 남 앞에서도 이런 사실을 감추지 않아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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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서 자녀들에게 가르치신 민족성과 다양성, 포용에 대한 교육은 남다를 듯 한데요?

**-저는 아이들에게 다양성, 포용에 대한 교육을 특별히 하지는 않았습니다. 유치원이나 학교등 독일의 공교육 기관에서 그런교육을 잘 했기 때문에, 또 사회 전반에 옳은 것에 대한 합의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냥 자연스럽게 놔두어도 아이들이 알아서배웠습니다. 저는 민족성이나 정체성에 대한 교육도 특별히 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제가 하는 것을 보고 한국 문화권을 자연스럽게접하며 살았지요. 아이들은 자기들이 100% 독일 사람, 50%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같습니다. 아마 얘들이 나중에 한국 언어를 익숙하게 구사하고 한국 사회에 익숙해지면 100% 독일 사람, 100%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얼마 전에 제가 딸에게 물어봤어요. 너는 네가 이중 문화권에 속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딸은 자기는 그렇지 않은 다른인생은 모르기 때문에 한 가지 문화권에만 속한 사람들의 정신 세계를 상상할 수도 없고, 그래서 어떤 게 좋고 나쁜지 비교할 수없다고 합니다. 뭐가 더 좋은지 비교는 못해도 일단 자기는 이중문화권에 속한 것이 다행스럽다고 하네요. 명답이죠?

**-한국 역시 다문화 가정이라고 해서 국제결혼을 한 부부와 혼혈 자녀로 구성된 가정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독자들에게 해주고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국의 언론을 보면 독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인종차별성 발언이 버젓하게 오르내립니다. 그건 그걸 듣거나 보는 국민들이 거부감을 못느낀다는 뜻이고, 그건 일상에서도 인종차별성 언행이 공공연하게 행해진다는 뜻이지요. 독일도 외국인에게 깐깐하고 오만하기로 소문난나라지만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인종차별성 행태는 독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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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사는 다문화 가정은 그냥 한국 가정입니다. 한국에서 경제 활동을 하고 세금을 내고, 한국의 후손을 확보하고,한국문화를 좀 더 윤택하고 살 맛 나게 만들며 또 한국 고유의 전통을 계승하기도 하는, 전적으로 한국에 기여하는 가정이지요. 한국국민들이 다문화 가정을 환영하던 아니면불편한 눈으로 바라보던 이들은 한국 국민과 이미 같은 배에 탄 사람들입니다. 이들을 초반부터 잘 교육시키고 동화시켜 한국의일등국민으로 만들어야만 한국을 사랑하는 한국의 자산이 됩니다. 배 안에 소수의 일등국민과 다수의 이등국민이 존재하면 망망대해에서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부디 잊지 마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