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렇게 인터뷰를 허락해주셔서 우선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교포신문이 임혜지님의 좋은 글을 실도록 허락해주셔서 신문사를 대표해서 진심으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번에 한국에서 신간을 출판하셨다고 듣고 저도 기뻤습니다. 어떤 동기와 과정을 통해 출간이 이루어졌나요?

-저도 그간 제 글을 실어주신 교포신문에 감사드려요. 제가 그동안 써두었던 에세이들이 많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괜찮고 건축에 관한 것만 추려서 작년에 “내게 말을 거는 공간들(한겨레출판)“이 나왔어요. 그러고 나서 시사와 일상에 대한 에세이들이 많이 남았길래 좀 아까워서 제가 출판사에 여쭤봤습니다. 사실 저는 대운하라던가 인권, 성매매 등 시사에 관한 글을 출판하기를 내심 바랬지요. 그런 것이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푸른숲에서 “일상은 정치적인 것”이라는 모토로 소소한 일상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에세이들을 골라서 멋지게 묶어주었습니다.


-출간하자마자 이미 삼쇄에 들어가셨다고 들었는데 이런 반응을 기대하셨나요? 어떤 면에서 한국의 독자들이 독일에서 사는 교포의 책에 호감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기대하지 않았어요. 저는 책이 팔리고 안 팔리고는 우연이라고 믿고 있어요. 독자들이 특정 테마를 바라는 시기에 우연히 그런 책을 내면 잘 팔리는 것이고, 암만 괜찮은 책이라도 독자들이 시기적으로 외면하는 테마라면 안 팔리겠지요. 그런데 글을 쓰는 사람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쓰는 거거든요. 작가가 독자들의 변화하는 입맛에 다 맞출 수도 없고, 또 그러고 싶어도 그게 안 되니까 글 쓰는 사람들이 가난한 거 아니겠어요? 저는 글 쓰는 그 순간만 저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그 후에 잘 팔리거나 안 팔리는 건 제 덕도 탓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선 요즘 독일 또는 유럽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는 것 같아요. 여태까지 한국에서는 자본주의와 경제성장 위주의 미국식 라이프스타일이 모델이었는데 이제는 지속가능한 개발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유럽적 가치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제 책 “고등어를 금하노라”가 바로 그런 가치관이 유럽의 일상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그린 책이니까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요.


-책 제목이 고등어를 금하노라 인데 특이한 제목이네요. 왜 이런 제목이 붙었나요?

-저희 가정에서는 고등어를 비롯하여 원양어선들이 마구 잡아들여 씨를 말리는 생선을 안 먹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고등어를 금한다는 말은 환경을 보호하고 지구 저편에 사는 사람들을 배려하여 소비한다는 뜻입니다. 출판사에서 고심을 많이 해서 붙여주셨어요. 제 글의 성격이 소소한 일상을 다루는 가벼운 글이면서 주제가 강하다 보니 제목에 따라 책 전체가 너무 가볍거나 너무 무겁게 정의될 수도 있으니까요.


-임혜지님의 직업은 건축 역사학자라고 알고 있는데요 언제부터 글을 전문적으로 쓰기 시작하셨는 지, 한국의 레몬트리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제가 독일어로 전공서적을 쓰느라고 한국말을 거의 다 잊어버렸습니다. 독일어만 쓰고 독일어로만 생각을 했으니까요. 6년전에 그 책의 출판 작업이 끝난 후에 저는 인터넷을 통해서 한글을 다시 공부했지요. 더듬더듬 하루에 한 문장씩 써서 인터넷 모임에서 대화도 하고 토론도 하는 사이에 한글 실력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동안 독일어로 글쓰는 훈련을 한 것이 한국어에도 고스란히 적용이 되더군요.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을 정리한다는 행위기 때문에 깊이 사고하여 그것을 표현하는 훈련이 되어 있다면 다른 언어로도 대입이 가능합니다. 아무래도 제겐 한국어가 제1언어니까 아주 쉽게 되돌아오고 또 금방 발전하더군요.

그러다가 한겨레 인터넷판에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쓰인 글들을 바탕으로 한겨레출판사에서 “내게 말을 거는 공간들”이란 책을 내게 되고, 그 책을 보고 레몬트리에서 연락을 했지요. 레몬트리에 글을 쓰면서 제 작문 실력이 많이 늘었고 아직도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어요. “고등어를 금하노라”를 내주신 푸른숲 출판사에서도 레몬트리에 썼던 글에 많은 관심을 보였거든요. 딱이 책을 낼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라 생각을 정리해서 글로 쓰는 일이 재미있어서 글을 많이 써놓다 보니 책으로 연결된 셈입니다.


-전업작가가 아니면서, 더구나 한국어를 사용하는 나라도 아닌 독일에서 한국어로 글을 쓰는 작업에 있어 어려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단어가 금방 생각나지 않아 늘 애를 태우곤 합니다. 특히 독일어로 작문을 하거나 독일어 책을 읽고 나서는 한글로 글쓰는 일에 아주 애를 먹지요. 한 사흘 정도 엄청난 집중력을 바쳐서 씨름하고 나야 평범한 한국어로 글을 쓸 수 있게 되지요. 나오는 결과에 비해서 바치는 노력이 엄청나게 큰 편입니다. 이걸 돈으로 환산하면 세상에서 가장 수지 안 맞는 사업이겠지만 이걸 삶의 질의 차원에서 생각하면 공짜로 이런 기쁨을 사는 거니까 세상에서 가장 수지 맞는 장사가 되겠지요.


-글쓰기는 작가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생각이 정리되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생각을 논리적으로 하게 만들어 줍니다. 사람이 자기 생각을 정확하게 안다는 것은 커다란 힘이 됩니다.


-글을 쉽게 쓰지 않으신다고 들었는데 생생한 느낌을 주는 글을 쓸 수 있는 비결을 살짝 알려주실래요?

-글을 써놓고 아주 오래 검토하고 만집니다. 내 마음 속에 떠오른 생각과 이 글이 일치하는지 끝없이 비교하고, 완벽하게 일치할 때까지 고치고 또 고치지요. 오래 다듬을수록 글이 쉽고 간단해져요. 그래서 아무리 좋은 곳에서 원고 청탁이 와도 시간이 임박하면 항상 거절합니다.


-책을 직접 구입해서 읽을 수 없는 독자들을 위해 어떤 내용의 책인 지 간략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자유가 화두인 한국 여자와 환경이 화두인 독일 남자가 만나서 가정을 이루고 약간 독특하게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한국에서 이 책을 읽은 독자분들이 책에 그려지는 제 모습에서 전형적인 한국 아줌마의 파워를 만날 수 있어서 유쾌했다고 해요. 그 말 듣고 제가 얼마나 기뻤는지요. 제 이전 책인 “내게 말을 거는 공간들”은 저 개인의 이야기를 건축을 통해 풀어낸 거라면 “고등어를 금하노라”는 저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일상을 통해 풀어낸 겁니다.

저는 남이 제게 참견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 저도 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독자들에게 저의 삶이나 저희 가족의 모습을 세세하고 솔직하게 보여드리는 것으로써 독자들께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넌지시 보여드렸습니다. 단지 저의 길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고 죄의식을 주지 않습니다.


-다음 책도 이미 구상중이신가요?

-예.


-뮨헨데이트라는 프로그램으로 건축에 관련된 역사기행도 하시면서 수고비로 받으신 참가비를 모두 북한동포돕기에 보내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토회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법륜 스님의 뮌헨 순회법문을 한 4년 쯤 전에 처음으로 듣고 제가 한눈에 반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인터넷으로 스님의 말씀을 늘 접하며 살고 있는데 제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그런데 고맙다고 말만 하면 뭐해요? 스님이 하시는 좋은 일에 힘을 보태려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푼돈이라도 보태는 일밖에 더 있겠어요? 하지만 저희가 부자도 아닌데 스님의 말도 못 알아듣는 남편과 항상 상의해서 성금을 내려니까 아무래도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삥땅을 하려니까 도리에 안 맞는 것 같고, 그래서 제가 품을 팔아서 모금을 하기로 했지요.

뮌헨 답사를 하면서 제가 개인적으로 얼마나 큰 덕을 보는지 몰라요. 혼자 글 쓰는 거와는 달리 남에게 무엇을 설명하면 그 반응이 금방 오니까 저도 거기서 영감을 받아 생각이 발전하고 가지를 치지요. 게다가 저는 평소에 한국말을 거의 안 하고 살기 때문에 글은 멀쩡하게 써도 한국말을 어눌하게 하거든요. 그런데 답사를 하면서 제 한국말도 많이 늘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수혜자의 입장에서 모금할 때 돈을 좀 보탭니다.



-독자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 네권이 있다면 어떤 것들일까요?

-Der Vorleser 책 읽어주는 남자 (Bernhard Schlink), Die Entdeckung der Langsamkeit 느림의 발견 (Sten Nadolny), 신영복의 엽서(신영복), 날마다 웃는 집(법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