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에 좋은 소식이 연달아 들어왔다. 한겨레출판의 ‘‘내게 말을 거는 공간들'‘이 3쇄를, 푸른숲의 ‘‘고등어를 금하노라'‘가 4쇄를 찍었다고 한다.

좋아서 하루종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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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책들이 대박치고 사라지는 책이 아니라 많이 안 팔려도 좋으니 꾸준히 읽히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시대에 누구나 다 좋아하지 않아도 다음 시대에도 그걸 읽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조금은 있는 책이라면 좋겠다. 계층과 나이에 상관 없이 이해되는 책이라면 좋겠고, 부모 자식 간에 서로 가볍게 권해줄 수 있는 책이라면 좋겠다.

나는 내 나이 전후의 독자들이 공감을 표시하면 동지의식이 느껴져서 마음이 든든하다. 손윗분들에게서 격려를 받으면 선생님에게 칭찬받은 학생처럼 일단 마음이 놓인다. 30-40대의 독자들을접할 때면 내가 감히 우리 사회의 실세와 연결되어 있구나 싶어서 자부심이 솟는다. 내 자식 또래의 서슬 푸른 젊은이들이 공감을 표시할 때 나는 가장 놀랍고 기쁘다. 내가 나이와 연륜이라는 무게를 극복하고 그들의 친구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큰 영광이다. 내가 50년이나 걸려 소화한 생각을 책장을 넘기면서 성큼성큼 이해하는 그들의 실력이 놀라울 뿐이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진 것이 무척 자랑스러운 순간이다. (고등학생도 내 책을 읽을 줄 알았다면 ‘‘완경의 섹스'‘는 넣지 말 걸. 그 대신 첫사랑 뭐 이런 글을 쓸 걸. 힝~ 미안해요.)

귀한 돈을 주고 나의 책을 사주심으로써 출판시장 안에 내 자리를 만들어주고 지켜주는 독자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소중한 시간을 들여 나의 책을 읽어주고 주위에 권해주는 독자들은 내가 언어적 망망대해의 외딴섬에 혼자 앉아서도 글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분들이다. 아기자기한 댓글 기능도 없이 심심한 나의 블로그를 꼬박꼬박 찾아주시는 독자들께도 감사와 더불어 친구의 정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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