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참 쉬운 게임이었다는
나는 요즘 생전 처음 엠피쓰리라는 것을 사서 장애아 유치원에 출퇴근하는 길에 애용하고 있다.
원래는 동요를 연습하려고 장만한 건데, 꼬마들과의 스트레스보다 조직과의 갈등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더 큰 직장에 다니는지라 나는 오고 가는 길에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다른 음악도 즐겨 듣고 있다.
마음이 산란하던 어느날,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비틀즈를 선택해 놓고 무심하게 들으며 딴 생각에 빠져 있던 나는 갑자기 찌르르 전기가 올라 혈관을 타고 도는 것을 느끼고 화들짝 놀랐다. 예스터데이. Yesterday 띵까띵까띵까 love was such an easy game to play… 나도 모르게 맘속으로 목청이 터져라고 따라불렀다. 그 곡이 끝나자 나는 떨리는 손으로 반복 기능을 눌렀다. 그날 저물도록 이 노래만 들었다.
사랑은 참 하기 쉬운 게임었다네… 소리 죽인 통곡의 압력이 목구멍을 치고 올라 눈시울까지 뜨끈하게 자극하는 것을 보면 필경 지나간 사랑병의 흔적일 텐데, 이 노래와 관련하여 그 어떤 기억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그리움을 바친 어느 ‘‘님'‘인지, 아니면 나에게 수모를 준 어느 ‘‘놈'‘인지 도통 기억도 나지 않은 채로 그냥 그렇게 가슴만 뜨거웠다.
그 어떤 사연은 까맣게 잊혀지고, 그때 느꼈던 감정만이 영혼에 각인되어 가끔 생생하게 되살아나는구나. 그렇게 내 몸의 일부가 되었구나. 그래, 대상은 상관 없는겨. 대상이 멋있어서 사랑의 감정이 싹트는 게 아니라 내 마음 속에서 사랑하고픈 감정이 끓어오르기 때문에 대상이 눈에 보인다는 나의 개똥철학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아호이!)
‘‘나같은 여자가 무슨 복으로 저렇게 좋은 남자를 얻었나, 이게 꿈이냐 생시냐'‘하고 감동을 철철 흘리다가도 옛날 고리짝에 일어났던 고약한 추억 한 가닥만 떠올려도 딱 한 순간에 얼어붙을 수 있는 비장의 무기고를 갖추고 있는 나. (남편, 너도 그러냐?)
비장의 무기창고이자 비장의 보물창고로서 때로는 사람을 한없이 너그럽게 만들어주는 추억, 추억, 추억. 잊혀진 채로 나를 지배하는 추억, 추억,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