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 기자님, 안녕하세요? 연락 고맙습니다. 제 전공분야가 아니라서 독일에서 세금 내는 시민의 입장에서밖에 말씀드릴 수가 없군요.

일단 제가 아는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독일 통일은 동독에서 일어난 평화적 혁명에 의해서 갑자기 이루어졌고 그것을 미리 알거나 점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서독의 어떤 정치가나 현인들도 거기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준비를 한 적이 없이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입니다. (1990. 10. 3)

통일이 일어난 1년 후에 독일 연방정부는 통일연대세를 걷습니다. 일단 1년만 걷기로 하고 시작했습니다(1991. 7. 1.부터 1992. 6. 30.). 이름을 그렇게 붙여서 그렇지 사실상의 세금인상입니다. 왜냐면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하는지 정하지 않았으며, 일단 연방정부의 금고로 들어가 적절하게 쓰인다고 규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통일연대세를 제정할 당시에 그 필요성을 통일에 드는 비용에 국한한 것이 아닙니다. 통일 뿐 아니라 그 당시에 일어났던 걸프전쟁과 동구권의 내전 등으로 여러가지로 국가 재정이 어려우니 국민들이 돈을 더 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통일을 맞은 상황에서 국민들은 어떤 식으로든 돈이 더 필요한 정부의 입장에 이해를 보냈고, 또 1년만 내는 것이라 국민들 사이에 별다른 소요가 없었던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기간이 계속 연장되어감에 따라 위헌소송이 잇따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법원의 결정에 따라 통일연대세를 걷지 못한 해도 있습니다(1993-1994). 아직도 위헌소송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인 2010년에는 통열연대세를 내기는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이 날 경우에 되돌려받는다고 되어있습니다.

통일세는 개인이 내는 소득세가 연 972.00 €를 넘을 경우에만 내게 되어 있습니다(부부 합동 세금은 1944.00 € 이상). 국가에 내는 세금액이 높아질수록 퍼센트에이지가 높아져서 세금이 연 1340.69 €(부부 합동 2681.38 €)를 넘어서면 세금액의 5.5% 를 통일연대비로 냅니다. 독일은 한국보다 세금이 센 나라라서 보통 사람들이 이 정도 내는 것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독일 재정부 자료에 의하면 2009년도에 국가에서 벌어들인 통일연대세는 11.927 Mrd. 유로입니다. (Mrd.는 1000 * 백만=10억… 119억 2천 7백만 유로인가요? 계산 확인해주세요.)

이상 제가 아는 것을 말씀드렸고 이제 저의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우리나라에선 통일도 되지 않았는데 통일세를 걷어서 어디다 어떻게 쓰려는 것인지 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독일만해도 이미 통일이 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구동독의 인프라구축에 돈이 많이 드는 것을 국민들이 보고 있었습니다. 통일연대세로 낸 금액 이상으로 구동독 재건에 돈이 드는 것을 국민들이 뻔히 보고 있는 상황에서는 연대를 위하여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설득이 통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어떤가요? 통일에 미리 대비하기 위하여 국민이 돈을 더 내면 정부에선 그 돈을 정말로 통일에 도움이 되는 일에 쓴다는 믿음을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지고 있습니까? 우리나라가 정부가 그렇게 투명하고 정직한 정부라고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지요?

우리나라 정부에선 그냥 이런저런 이유로 국고가 텅텅 비었으니 세금을 인상해야겠다고 말하는 게 솔직하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국민에게 또 다른 불신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것은 다 말씀드린 것 같네요. 하지만 다른 질문이 있으면 연락하세요. 제가 모르는 건 다시 조사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제 전화번호는 +49-……. 입니다. 손석희 교수님께 많은 인사 전해주시고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일하시는 모든 분들께도 국민으로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뮌헨에서 임혜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