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고, 괜히 이정희 대표 얘기는 꺼내가지고 말이 길어진다. 사람들은 내가 확실하게 어느 편에 서 있는지 궁금해한다. 난 국민의 표가 필요한 정당이 아니니까 굳이 내 색깔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 그러나 너무나도 간단한 얘기라서 말을 안 할 이유도 없다.

난 정해진 색깔이 없다. 아니, 있긴 있는데 오색찬란하고 또 때에 따라 변한다. 나는 어떤 사안에서는 진보적이고 어떤 사안에서는 보수적인데, 남의 말을 듣고 일리가 있으면 생각을 바꾸기도 한다. 그런데 주변 환경의 색깔 역시 마구 변하기 때문에 내가 주변과 대비색상이 될 때도 있고 동색이 될 때도 있어서 어떤 때는 눈에 뜨이고 어떤 때는 눈에 뜨이지 않는다.

난 이정희 의원이 평화와 공존으로 가는 노선을 추구하기 위해서 북한 정부에 대한 비판을 되도록 자제하겠다는 자세를 아직도 인정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번에 다른 당도 아니고 민주노동당이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했다면 북한에서 사회 정의가 서는 일에 좀 더 보탬이 되고, 북한 주민에게도 도리어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뒤늦게 든다.

이정희 의원이 이번 발언으로 인하여 다른 진보 세력의 비판을 받는 것 역시 당연하다고 본다. 서로 생각이 다르면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분열되는 것은 미성숙하다고 생각한다. 비슷하다고 믿었던 동지가 달라보이는 날, 감정이 복받쳐 더 미워지는 것이 인지상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방향이 같은 사람들이 서로 도우며 함께 가야 언젠가 목적지에 도달하지, 누구 신발이 더 좋은지 따지다가 삐져서 신발 종류만 같은 무리를 따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갈 수는 없지 않은가?

오늘 아침에 노회찬 대표와 이정희 대표가 힘을 합치겠다며 밝게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을 보았다. 반가웠다.

PS: 제게 메일을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려요. 예전에는 제가 일일이 답장을 드렸습니다만 이제는 시간의 여유가 없어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제가 메일을 드려도 스펨으로 처리되어 못 받아보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조만간 저의 근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좋은 가을 맞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