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안녕에 참 무심한 것 같다. 2002년 이래로 구제역 청정구역이던 대한민국에서 구제역이 창궐하도록 쉬쉬하며 수수방관하다가, 이제는 매일 십만 마리씩 산 채로 묻어서 땅에서 벌건 핏물이 올라오고

농민이 자살하고 수만명의 농장 노동자들이 일터를 잃는데도 대통령 이하 주요 언론에서는 별 언급도 없다. 방역이 얼마나 허술한지 이제는 축산연구소에서 보호하는 씨소들까지 살처분해야 하는 상황마저 발생했다.

그와 동시에 지금 전국으로 급격하게 퍼지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 역시 역대 최악의 상황이라고 한다. 그런데 주민들이 식수로 길어먹는 우물 50m 옆에다 감염된 오리떼를 파묻지 않나, 그 중에서 몇 마리는 탈출하여 마을을 돌아다니지를 않나, 조류인플루엔자(AI)는 구제역과 달리 사람에게 전염되는 무서운 병인데도 정부는 국민의 건강에 이렇게 무신경하다.

때마침 독일에서 발암물질에 오염된 사료가 유통되었다는 보도가 언론을 타자마자 한국은 세계에서 제일 먼저 독일산 돼지고기 금수조처를 내려서 주목을 받았다. 자국 국민의 건강을 잘 챙기는 것은 국격을 높이고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난 솔직히 말해서 해외교포로서 낯이 좀 간지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후에 독일 공영 라디오방송에서 한국의 구제역 전염상황을 상세히 방영해줬다.

낯 간지러울 일은 그 외에도 더 있다. 환경조사를 소홀히 한 4대강공사로 인해 국민들이 마시는 식수에 발암물질이 섞이고 있다는 사실이 KBS의 <추적60> “사업권 회수 논란, 4대강의 쟁점은?“편을 통해 알려졌는데도 공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밖에서 보기에 참으로 불가사의하게 느껴졌고, 그런 나라에서 그 어느 나라보다 더 빨리 수입 고기를 통제하여 국민 건강을 보살피는 척하는 제스처는 낯 간지러움을 넘어서 낯이 뜨거울 정도였다.

4대강 공사판에 쏟아붓느라고 간난아기들의 예방주사 예산도 날치기로 없애는 판에 소 돼지 백신에 쓸 돈이 국고에 남아 있지 않아서 이 지경이 된 건지 아니면 어떤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모르겠으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소홀히 다룬다는 것이다. <추적60>에 의하면, 4대강공사로 인해 강변 농경지가 물에 잠기자 정부에선 그 땅에 준설토를 덮어서 농토를 새로 만들어 준다며 농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강변 땅이 비옥한 것은 다 이유가 있는데 그 위에 성질이 다른 흙을 덮어 놓고 농사를 지으라니 도대체 제정신이 있는 사람들이 그런 계획을 세우는 건지 의심스럽다.

현정부는 국민의 건강 뿐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도 대단히 소홀하게 다루고 있다. 국민 안녕의 기반을 이루는 홍수, 가뭄, 식수 해결에 장기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4대강공사를 아무런 준비 없이 덜컥 시작부터 해놓고 시종일관 날치기로 진행하는 것을 보라. 국민의 식수인 강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강변에서 농사 짓던 유기농민을 쫓아낸지 몇 달 만에 그 자리에 카지노와 골프장 등의 위락, 주거, 산업시설을 지을 수 있는 법을 날치기로 결정하는 파렴치한 이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 정치가들인지 모르겠다. 자식 보기에 낯 뜨겁지 않을까?

한국 정부가 4대강공사의 모델로 삼았다는 독일에서 하천공사의 성과를 예측하는 정부측 전문가로 평생을 보낸 헨리히프라이제 박사는 한국의 4대강공사 현장에서 직접 조사활동을 벌인 결과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독일의 150년 경험으로 보건대 준설과 보 건설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수해를 불러일으키고 수질을 악화시킬 것입니다. 강물과 지하수의 물길구조를 바꾸고 토양을 변형시켜 한국의 농립업은 심각하게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농작물이 전세계적으로 품절되고 비싸지는 품목이라는 점에서 농업에 미치는 후유증은 경제적으로 절대로 보상될 수 없는, 영구적인 피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KBS의 <추적60> 취재진이 인터뷰한 이 발언은 결방을 거듭하다 가까스로 방영된 <추적60>의 최종 편집에서 누락되었다.

이렇게 해 놓고 흉작이 들어 농산물 값이 오르고 전국 서민들의 삶이 곤궁해지면 정부에선 지난번 배추파동 때처럼 외국에서 수입할 궁리부터 할 것이다. 이렇게 자국의 농민을 천대함으로써 식량의 해외의존도를 높이는 국가는 앞으로 국민의 건강을 지켜주기는커녕 가뜩이나 격동적인 국제사회에서 자주성과 안보에 심각한 훼손을 입을 것이다. 왜냐면 농사 짓는 대신 달리 돈을 벌어서 돈으로 식량을 사겠다는 계산인데, 사람은 돈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여차하면 식량을 구하기 위하여 돈 외에도 다른 것까지 바치며 머리를 조아리는 굴욕 외교를 면치 못할 것이다.

국민의 안녕을 이렇게 소홀히 하면서까지 정부가 꼭 이루어야할 그 무엇은 도대체 무엇인지? 무슨 영광을 물려주겠다고 자식들을 마구 짓밟으며 정신없이 어디로 뛰어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