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학회 귀중!

한국수자원학회에서 향후 4대강사업에 대한 책임을 걱정한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럴까요?

아니면 봄비에도 무너져 내리는 4대강 현장을 보니 이제야 걱정되십니까?

역사 45년, 회원수 2800명을 자랑하며 명실공히 국내 최대, 최고 수준의 물 관련 학회라고 자부하는 귀 학술단체는 그간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을 옹호하고 그 사업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습니다. 홍수를 막고 수질을 개선시키기 위해서 여태까지 멀쩡하던 4대강에 보를 만들고 강바닥을 준설해야 한다는 해괴망칙한 이론을 주장하거나 옹호한 학회가 바로 당신들입니다.

강에 보를 짓고 준설한 역사가 있는 외국에선 그 이후로 매년 홍수가 나고 수질이 악화되는 바람에 이제는 보를 허물고 강바닥에 매일같이 자갈을 쏟아부어 원상태로 되돌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외국에서 중학교 교과과정에 나오는 과학적 사실마저 국내에서 왜곡할 수 있는 귀 학회의 실력은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오죽 답답했으면 저같은 문외한이 독일어 문서를 들여다보고 독일 전문가에서 물으러 다녔겠습니까? 한국의 4대강사업은 지구상에 유례 없는 최악의 하천공사로서 앞으로 지류의 강변이 무너져 내리고, 홍수 한번 나지 않던 곳에서도 물난리가 나며, 수질이 악화되어 식수가 위협을 받고, 지하수의 교란현상으로 농경지가 파괴될 것이라고 독일의 전문가들이 예견했습니다. 이들은 점을 치는 무당들이 아니라 독일의 경험을 소상히 아는 학자들일 뿐입니다.

4대강사업에 협조하는 학자들은 저보고 전문가도 아닌 것이 전문적인 주장을 하고 다닌다고 비난합니다. 저는 그 동안 어떤 전문성에 의거해서 학술적 주장을 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단지 이중언어인으로서 독일 전문가의 지식을 전달하고 독일의 공문서와 전문서적을 인용했을 뿐입니다. 저를 욕할 게 아니라 제가 소개하는 내용에 대한 반박을 하셔야죠. 전 단 한번도 귀 학회나 정부측 전문가로부터 내용에 관한 반박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이번에 당신들이 앞날을 걱정한다는 소문을 듣고 귀 학회의 <4대강사업 활동 보고서>를 입수해서 읽어 보았습니다. 4대강사업이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 사업인지 당신들도 벌써 다 알고 계셨더군요. 그런데 왜 이제까지 침묵하셨습니까? 당신들도 다 알면서 왜 제가 외국에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외국 학자들에게 지식동냥을 하러 다니게 두었습니까?

왜 여태까지 4대강사업에 엉터리 이론을 제공했습니까? 지금 당신들이 불안하니 여태껏 당신들의 말만 믿고 공사를 추진해온 정부는 얼마나 더 불안하겠습니까? 홍수를 예방하는 공사를 했다는 사람들이 왜 비만 오면 여태 안 하던 걱정을 해야 합니까?

이제 어쩌시렵니까? 4대강공사로 인해 물난리가 나고 인명피해가 나도 이상기후 탓이라고 국민을 우롱하시렵니까? 그간 과학적으로 예견되었던 4대강사업의 부작용들이 속속 사실로 드러나기 시작하는 시점이 왔습니다. 아직도 토건 독재와 국민의 분노 사이에서 갈등하며 누구 힘이 더 센지 저울질하며 망설이시겠습니까? 사고가 터질 때까지, 국민의 감정이 폭발할 때까지, 요행을 바라며 눈 감고 계시겠습니까?

대한민국의 역사를 돌아보건대 4대강사업에 대한 진상조사는 머지 않은 장래에 일어날 필연적인 수순입니다. 당신들마저 불안해하는 4대강사업을 중단하고 우리 국민이 살 길을 찾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분야에서 대한민국 최대, 최고 수준이라는 학회답게 깨끗하게 양심선언하고 나서서 망국으로 치닫는 4대강사업을 중단하게 도와주십시오. 찬반으로 갈렸던 대한민국의 모든 지성이 힘을 합쳐, 지금부터라도 국민의 소중한 인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정직하게 찾아볼 때가 되지 않았나요? 사정이 그만큼 절박하지 않습니까?


2011년 6월 25일 독일 뮌헨에서 임혜지 드림


참고 기사:
4대강 발 담근 수자원학회도 ‘4대강 비판’, 한겨레
‘‘4대강 걱정’’ MB, 공무원들에 ‘‘주말 비상근무’’ 지시{.moz-txt-link-freetext}
병선천의 무서운 역행침식 현장, 4대강 대재앙의 시작인가?
낙동강에 폭포도 협곡도 생겼다, 한겨레
남한강·8개 지천, 제방 붕괴되고 강바닥 침식,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