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프랑크푸르트에 가서 투표하고 왔습니다. 뮌헨에서 세 명이 승용차로 갔어요. 저는 뒷좌석에서 푹신한 방석에 담요에 아주 편안하게 다녀왔는데도

저녁에는 몸이 녹초가 되어 뜨거운 물주머니 안고 기절했습니다. 시속 200 km 가깝게 밟고 운전하신 H 씨 왕복 800km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신분확인 받고, 투표용지와 봉투 받고, 투표하고 봉투를 붙여서 투표함에 넣는 과정을 거쳤는데 베를린리포트 게시판에서 목로주점님이 차근차근 가르쳐주셔서 미리 알고 간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혹시 잘못해서 무효표가 될까봐 한 과정을 거칠 때마다 거기 계신 분들에게 일일이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저는 체면같은 거 별로 안 따지는 사람이거든요.

집에 와서 생각하니 제가 실수 하나 했네요. 봉투를 유심히 보는 걸 잊었습니다. 목로주점님 말씀이 맞다면 봉투에 제 거주지와 생년월일 스티커가 붙어 있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목로주점님처럼 그 자리에서 그것에 대해 문의한다면 앞으로 그런 일이 시정되는 일에 도움이 되었을 텐데요. 집에 와서 남편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그게 기명투표지 무슨 비밀투표냐고, 무슨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런 선거가 있냐고 펄펄 뛰더군요.

이번 기회에 저는 프랑크푸르트 영사관을 칭찬해드리고 싶습니다. 건물 입구에서부터 투표장까지 많은 분들이 대기하고 계시다가 따스하게 맞아주시고 친절하게 안내해주셨습니다. 투표장에서도 아주 친절하게 일일이 다 가르쳐주셨고요. 특히 투표 끝난 후에 쉬고 가라고 다과실도 마련해주셔서 저는 감동 받았습니다. 제가 좀 어리버리해 보였는지 실수해서 손 델까봐 뜨거운 물까지 뽑아주셨어요. 저는 애들처럼 좋아하며 거기서 사진도 찍고 차도 마시며 좀 놀다 왔습니다. 다방커피도 마시고 거기 나온 유과를 먹을까 초코파이를 먹을까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유과를 먹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둘 다 먹을 걸 그랬습니다.

돈도 들고 몸도 힘들었지만 저는 소풍 간 듯이 재미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하루종일 붙어서 조잘조잘 벼라별 얘기를 다 하며 논 것이 대체 얼마만인가요. 프랑크푸르트에 간 김에 한국 식당에 가서 정말 맛있는 보쌈과 아구탕도 먹고 식품점에 가서 떡도 사왔습니다.

그렇지만 다음에는 독일처럼 우편으로 투표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이번에 보니까 영사관에서 제게 투표 안내지를 우편으로 보내주셨는데, 그때 나의 투표용지를 보내주셔서 우편으로 제 한 표를 받으셔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투표용지를 지역구 이름만 찍힌 봉투에 넣어서 봉한 후에 보통 봉투에 다시 넣어 보내면 선관위에서 제 이름과 주소가 적힌 겉봉투를 폐기하고 지역구 별로 분류하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