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하면 문명의 이기를 버리고 원시시대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전근대 자연주의자가 떠오를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핵 발전에 반대하면 아예 전기를 끊고 호롱불 심지를 돋우며 살자는 뜻으로 이해하고, 화석에너지 소비를 줄이자고 하면 자동차를 버리고 소 타고 다니자는 말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녹색당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독일에서는 주로 과학 기술 분야 종사자들이 녹색당을 지지해왔다. “핵 발전소와 핵 폐기물은 절대로 안전하다”는 어용학자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할 수 있는 과학적 지식을 쌓은 사람들이다. 확신이 있기에 그들은 핵 폐기물 운반 열차가 지나는 철로에 자신의 몸을 묶어가며 결연히 저항할 수 있다.

독일 녹색당은 고학력층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정당이다. 그렇다고 끼리끼리 노는 부자 정당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녹색당의 근본 원칙은 “공생”이고 환경과 공생하는 철학을 가진 사람은 사회적 공생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독일 내 소수자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고 실업과 양극화 등 사회 모순을 해소하는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독일 녹색당 자체의 운영도 민주적이고 양성평등적이며 투명하다.

독일 녹색당의 초기 국회의원들은 독특한 행동으로 독일인을 놀라게 했다. 의회 안에서 샌들을 신고 뜨게질을 하는가 하면, 자신의 주정부 장관 취임식에서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선서하기도 했다. 독일 녹색당은 권위보다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중시하고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삶을 지향한다.

독일 녹색당은 삶의 현장에서 환경운동, 반핵운동, 평화운동, 여성운동을 하던 이들이 사회에 좀 더 건설적인 대안을 내놓자는 취지로 함께 뭉치며 만들어졌다. 성공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역사가 여기에 있다.

한국에도 녹색당이 창당되어 이번 총선에서 한판 승부를 벌일 것이다. 번역연대(http://www.hanamana.de/dul/)는 한국 녹색당에 각별한 지지를 보낸다. 한국 녹색당의 선거 공약은 독일 녹색당에 뒤지지 않을 만큼 논리정연하고 한국사회의 모순을 치유할 대안을 담고 있다. 집권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변화가 목표라는 창당 취지도 믿음직스럽다. 한국에 이런 당이 생겼다는 사실이 기쁘고 고맙다. 부디 국민의 손으로 잘 가꾸어져 독일 녹색당처럼 보통 사람들의 희망을 실현해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이명박 정권의 모든 악재는 구시대적 “토건국가” 정책에서 나왔다고 본다. 준공식도 하기 전에 보에서 물이 새고, 봄비만 와도 제방과 다리가 무너지고, 국민이 마시는 식수원에 녹조가 끼거나 맑은 강물이 흙탕물로 변하게 만든 4대강 사업은 물론이고, 국가권력의 인명 경시를 극명하게 보여준 용산 사태와 강정 사태, 일본의 원전사고를 맞아 전세계가 각성하고 탈원전을 추구하는 와중에 한국은 핵 발전소를 더 많이 짓겠다고 공언하는 배포까지도.

건설업계와 정경유착이 전제된 “토건국가”의 후유증은 실로 크다. 단지 세금을 탕진해서 현세대 국민을 생활고에 빠뜨리는 데서 멈추지 않고 미래세대 국민의 생존권까지 박탈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정부권력은 의식있는 국민의 저항을 막기 위해 언론을 장악하고 민간을 사찰하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 최근 그린피스 국제사무총장은 한국 정부를 향해 “환경파괴와 독재는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일침을 날렸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이라는 전무후무한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독일 하천사업의 교훈과 과학적 진실을 알리는 데 전력을 다해 온 풀뿌리 시민조직 번역연대가 한국 녹색당을 환영하고 지지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원문 출처: 번역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