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 담벼락에 봄햇살이 화사하게 비추는 일요일 아침. 고등학교 때 꼭 붙어다니던 친구에게서 아주 오래간만에 연락이 왔다. 내가 쓴 책에서 내 블로그를 이제야 발견하고 들어와 봤단다.

우리말로 소소한 마음을 전하는 글을 써본 김에 블로그에도 발길을 했다. 그간 독일어를 많이 써서 한국말이 아주 줄었을 줄 알았는데 가벼운 내용이라 그런지 오래간만에 써도 제법 내 맘이 전해진다.

J야, 반갑다. 기억하고 말고. 내 너를 어찌 잊겠니?

초로의 인자하신 xxx 선생님을 만나 뵈었다는 네 말을 들으며 너와 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초로의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난 네 말 맞다나 싱싱하게 살고 있단다. 유명한지는 모르겠고…

요즘은 많이 줄이고 가지 치며 간단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중이야. 짐도 줄이고, 생각도 줄이고, 꿈도 줄이고. 그래야 지금 당장 비추는 햇살이 보인다고 법정 스님이 그러셨던가…

난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점점 없어지니 이를 어째? 엄마 아버지 다 돌아가셨으니 한국에 가 봐야 할 의무감도 없고. 한국에 가더라도 아무에게도 말 안하고 남편이랑 단 둘이서 첩첩산중 시골을 도는 여행을 한번 해 보고프다.

유럽 나오면 부디 연락 다고. 함 보자. 보고 싶다.

연락 반가웠어.

너의 혜지

PS
제가 이렇게 뜸하게 글을 쓰는데도 들어와 보시고 기뻐하시고 메일로 맞춤법 틀린 것 고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제가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