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3.14. 토요일

(독일내 감염자 수 4000명.)

어제부터 바이에른 주의 모든 학교와 유치원이 닫혔다. 어제까지만 해도 유치원은 부활절 방학과 함께 다시 문을 열 가능성도 있었는데 오늘 부활절 방학이 끝날 때까지라는 공문이 발표되었다.

저녁 때쯤 우리 유치원 아이의 엄마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왔다. 아이를 비롯한 가족들의 감염여부는 며칠 후에 알려준다고 그때까지 각자 조심하고 격리에 임하라고 했다. 보건소에서 연락이 올 것이라고도 했다. 아이가 감염되었다면 아이들과 밀접접촉이 많은 나도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직 모르는 일이기에 걱정하지 않는다.

나는 갑자기 5주 동안이나 내 시간을 선물받은 셈이다. 보통 휴가를 받으면 남편의 성화에 자전거여행을 빡빡한 일정으로 다니기에 내 시간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집에서 보내는 나만의 시간이라니 마음이 몹시 설렌다. 그간 몸이 많이 지쳐있음을 느끼고 있기에 몸도 잘 관리해 건강하고 산뜻한 몸과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사회적 경제적 위험을 무릅쓰고 내려진 국가적 결정인만큼 나는 자가격리를 철저히 지켜 전염고리를 끊는 데 기여하기로 한다. 매일 수행과 명상으로 마음을 고요히 유지하고 주변을 간소히 정리하여 내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고자한다.

역병이 창궐하는 동안에는 성장과 경쟁을 전제하는 현재의 경제원리가 세계적으로 자연스럽게 무너지고 생산과 소비의 최소화, 개인의 여가시간 증가의 새로운 시스템이 정착될 수밖에 없다. 이 절호의 기회가 약육강식의 아비규환으로 전락하지 않고 협조와 돌봄문화가 정착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주변을 잘 살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돕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