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정비면 정비고 대운하면 대운하다. 일단 강을 정비해서 수질개선을 해놨다가 나중에 국민이 원하면 연결해서 배를 띄울 수도있다는 소리가 정부 쪽에서 들리는데,

그건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강만 연결한다고 해서 다 운하가 되는 것은 이 아니기 때문이다. 질 좋은식수를 제공할 수 있는 강이 따로 있고, 배가 다닐 수 있는 강이 따로 있다.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공법도 틀릴 수밖에없다. (참고: 환경을 개선하는 수로는 없다!)

홍수를 막고 질 좋은 식수를 제공하기 위해 정비공사를 벌인 강이라면, 나중에 국민 아니라 국민 할애비가 원해도 뱃길로 둔갑하지못한다. 과학적, 공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만약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애초부터 국민을 속이고 운하 건설을 했다는명백한 증거일 수밖에 없다. 어떤 전문가들이 (하천정비 공사와 운하 공사가 동질이라는) 그런 어리석은 아이디어를 대통령에게 건의했는지 모르겠지만, 이거야말로 국민에 대한 모욕이자 나라 망신이다.

앞으로 4대강 정비공사를 벌일 적에, 이를 계획하고 조언하는 전문가들의 이름을 공개하기 바란다. 국가의 흥망성쇠에 자자손손 영향을미치는 이런 대공사에 참여하는 학자들이라면 공개적으로 명예를 걸고 결과에 책임을 져야한다. 수질 개선과 홍수 방지를 위한 공사를 했는데 어느새배가 다닐 수 있는 수로가 되어버렸다면, 이들이 실력이 없어서 설계를 잘못했던, 아니면 사기를 쳤던 간에 엄중하게 조사해서 법적으로 책임을물어야한다. 집단의 그늘에 숨어서 어영부영 책임을 전가하며 대중을 속이는 그룹이 적어도 학자들이어선 안 된다.

진실에 대한 양심 말고도 또 하나, 학자의 덕목은 끈질김이다. 잘못된 일이 일어나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끈질기게 지적해야한다. 거기에 맞서 투쟁하고 말고는 개인적인 일이겠으나, 아무런 성과가 없을지라도 적어도 지적하기를 포기하면 안 된다.그것이 그 분야에서 남보다 많은 교육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의 의무가 아니겠는가? 진실을 왜곡하는 사람과 진실을 말하기를 포기하는사람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


PS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께!

그간 너무 격조했지요? 저는 요즘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매일 체험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궁금해하시고 걱정하실 친구들생각을 늘 하면서 사진은 열심히 찍어놓았지요. 새벽 기차에서 보이는 겨울 풍경, 아우그르부르그 성당 공사판 사이로 지는 붉은노을, 깜깜한 밤에 총총걸음으로 역으로 가는 길에 지나는 크리스마스 시장 등의 사진과 함께 개인적인 일상사를 쓰려고 했는데 결국마음의 숙제를 먼저 하게 되었네요.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면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아요, 우리.

또 뵈올 때까지 각자 계신 곳에서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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