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살고 있는 나는 한국의 기후 조건과 자연 환경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지구상에 있는 나라인데, 뉴튼의 만유인력이야 적용되지 않겠는가?

독일 도나우 강변에 사는 주민들은 강바닥을 파고, 보를 만들어 물의 흐름을 통제하고, 갑문을 만들고, 둑을 쌓는 공사를 당장에중단하라고 데모를 한다. 이런 공사는 도나우 강을 큰 배가 다니는 뱃길로 개선하기 위한 수로공사이고, 이런 수로공사가 홍수를 유발하고 수질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이는 학계에서 검증된 사실이고, 중고등학교에서도 가르치는 정설이다.

기후 변화의 시기를 맞아 독일에선 홍수의 위험이 커졌다. 그에 대비하기 위하여 독일 정부에선 옛날에 건설했던 강둑을 허물어범람지와 습지로 돌이키고자 막대한 국비를 쓰고 있다. 당장에 내 땅을 잃는 강변 주민들의 반발에 대하여 정권이 바뀌도록 오랜 시간에 걸쳐 끈질긴 설득작업을 펴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보상도 감수하고 있다. 그러나 암만 돈이 들고 욕을 먹어도 하천 상류의 재자연화 공사를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다. 구불구불 범람하며 흘렀던 자연하천을 깊고 똑바르게 길들여 홍수의 고속도로를 초래했던 강변의 콘크리트 벽을 상류에서 철거하는 길만이 중류와 하류의 대홍수를 예방하는 유일한 대책이기 때문이다. 큰 강의 중류와 하류에는 대도시와 주요 산업체들이 군집해 있다.

우리나라의 4대강 정비 소식을 듣자하니, 강바닥을 준설하고 제방을 건설한다는 내용이 들린다. 만약에 그 말이 맞다면 이건 독일의뱃길공사의 성격이지, 홍수 방지와 수질 개선 대책과는 정반대이다. 독일과 한국의 자연 조건이 어떻게 다르길래 이런 반대의 대책이 성립될 수있는지, 과학적인 검증을 요구한다. 이것은 누구를 믿어주고 말고의, 심정적 문제가 아닌 것이다. 만약 독일의 정책이 맞다면 우리나라는 지금 물난리를 자초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현재 추진되기 일보직전인 우리나라 4대강 정비사업의내용을 이해하고, 그의 효과 또는 후유증을 제대로 진단할 수 있는 사람은 국내에서 연구하는 학자들, 즉 전공과목과 한국의 자연 조건에 동시에정통한 국내 학자들일 것이다. 사업의 내용에 대해 과학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도 이들 학자들이고, 최종적으로 판단할 능력을 가진 이도 이들 학자들이다.

사회가 학계에 투자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노동해서 내는 세금으로 학자를 기르는 국민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모든” 학자들이 양심을 걸고 입을 모아 일관되게 “이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데도 막무가내로 강행할 수 있는 “민주공화국”은 없다. 국민은 결정하고 행동하기 위해서 학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