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일이 설날 아침부터 일어났다. 대한민국의 제1공영방송이 보신각 타종행사의 생중계방송을 쇼 프로그램이라고 부른것이다.

새해의 희망을 전하는 쇼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영상과 음향을 사실과 다르게 편집해도 괜찮다고 공언했다.

첫째, ‘‘제야의 종’’ 중계방송은 방송국에서 임의로 제작하는 쇼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 행사 자체는 새해의 희망을 전하고 국민을위로하는 목적을 가졌지만, 이를 중계하는 방송이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중계방송의 임무는 이 행사에 직접 참여할 수 없는국민들을 위하여 현장의 분위기를 제대로 전해주는 것이다. 실지와 다른 정보를 주는 것은 언론이 할 일이 아니다.

둘째, 언론은 국민을 위로하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을 위로해야 할 ‘‘제야의 종’’ 행사가 시위하는 사람들로 인해 방해를받았다면 현장에 참여하지 않은 국민도 이를 알아야한다. 보신각의 시위대가 어떤 국민에겐 불쾌했을 수도 있고, 어떤 국민에겐위로가 되었을 수도 있다. 불쾌하게 생각하는 국민에겐 시위대를 질타할 권리가, 위로를 받은 국민에겐 시위대를 격려할 권리가있다. 그에 대한 판단은 국민의 몫이지 방송국에서 미리 알아서 걱정해주고 차단해줄 일이 아닌 것이다. KBS는 국민을 무시하는월권행위를 했다.

세째, 국민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마음의 위로가 아니라 사실을 사실대로 아는 것이다. 다음 선거에게 일꾼을 제대로 뽑기위해서 국민은 늘 제대로 알아야 하고 또 그러고 싶어한다. 내가 뽑은 일꾼들이 국회에서 잘하고 있는지, 또 정부에서 잘하고있는지, 이웃이 밥을 굶지는 않는지, 공동의 재산이 합리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 국민은 주인으로서 늘 제대로 알고 싶어한다.그런 국민에게 가장 사랑스러운 언론은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진실을 전해주는 언론이다.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 보낸정탐병이 주인의 마음을 위로하려고 엉뚱한 정보를 준다면 주인은 도대체 어떻게 전략을 세워서 승리하겠는가? 국민이 위로 받고싶을 때는 성직자나 예술가에게 묻지 언론에게 묻지 않는다.

네째, 나는 대한민국 제1의 공영방송이 원래부터 이렇게 부실한 언론 철학을 가지고 일해왔을 거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차라리낙하산 인사를 통한 언론장악의 진행형이라고 믿고 싶다. 그래서 IT강국의 국민으로서 경각심이 드는 것이다.

다섯째, 현정권이 이렇게도 자신이 없어서 손발을 맞춰주는 방송국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할 필요가 있었을까?이토록 낯간지러운 실수는 듣기 좋은 말만 허용되는 예스맨의 집단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겠다.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개인이피해를 입지 않는 집단에서라면 IT강국의 국민을 상대로 이렇게 비현실적이고 고색창연한 실수는 없었을 것이다.

세계화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는 협동해서 힘을 길러야 한다. 협동의 전제조건은 신뢰이고, 신뢰의 전제조건은 사회의 투명성이다. 사회의 투명성을 책임지는 부서가 바로 언론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밥먹듯하는 것이 용서되는 사회라 할지라도 적어도 언론만큼은 남의 핑계를 대면 안 된다. 언론이 공정하고 엄중하면 사회는 투명하게 변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