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블로그에서 사대강 공사에 대해 찬반의 의견을 나눴습니다.

올해 1월 6일에 제가 쓴 글 ''(운하) 독일 교포를 위한 강의 - 사대강‘‘을 소개한 지인의 블로그에 사대강 공사를 찬성하는 전문가로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이 들어와서 그 분과 주거니받거니 다정하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질문남

궁금한 게 있습니다. 4대강과 운하를 같은 개념으로 놓고 계시는데요. 그 근거가 무엇인가요? 건축을 전공하신 분이라 수리학을 접하시진 않은 듯 하구요. 글 내용 어디에서도 4대강과 운하를 동일하게 놓고 볼 만한 합리적인 근거를 찾긴 어려웠습니다. 운하를 만드는 것과 강의 준설공사를 하는 건 완전 다른 얘기거든요. 우리나라의 기후 상 준설공사는 매우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구요.

어떤 주장을 펴기 위해선 주장을 뒷받침 하는 근거와 근거로부터 주장이 끌어내어지는 과정의 합리성을 필요로 합니다만. 어떤 근거를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빨간치마

안녕하세요? 원글을 쓴 임혜지입니다. 개인적인 일로 바빠서 답변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쥔장님께도 죄송해서 꾸벅!)

사대강과 운하를 동일하게 놓고 얘기한 사람은 제가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사대강 공사를 먼저 해놓고 나중에 연결하면 운하가 된다는 말은 지금 운하 공사를 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제가 원글에서 자세하게 설명해드렸습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학자들은 무엇을 하느라고 그런 상식적인 사안도 지적하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건 상식적이고 논리적인 사고의 문제지 수리학까지 전공할 필요도 없는 문제입니다.

‘‘운하를 만드는 것과 강의 준설공사를 하는 건 완전 다른 얘기'‘라고 하는데 그것은 ‘‘준설공사를 한다고 해서 꼭 운하를 의심할 근거가 없다'‘는 뜻으로 말씀하신 겁니까? 원칙적으로 맞는 말씀입니다. 예를 들면 죽은 강이었던 울산의 태화강을 상류 1급수, 하류 2급수로 변화시킨 정비 공사에는 강바닥을 50 cm 파내는 준설 작업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준설 작업이 태화강 공사에서 가장 비싼 공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대강은 4-6m 깊이로 준설한다고 하네요. 왜 그럴까요? 왜 굳이 4-6m 일까요? 독일의 라인-마인-도나우 운하의 깊이가 4m 입니다. 4m는 2500톤짜리 바지선이 시속 10 Km로 다닐 수 있는 깊이입니다. 시속 10 Km는 너무 느리다는 불평이 나왔을 때 운하를 6m로 파면 시속 20Km 이상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 이후로 우리나라에선 운하와 6m는 늘 붙어다니는 개념이 되어버린 것을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홍수를 막고 수질을 개선하는 일에 어째서 강 전체가 하필이면 4-6m의 일정한 깊이로 만들어져야 하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십니까? 홍수에 적응하고 자정 능력을 가진 건강한 강은 산수의 조건에 따라 부분적으로 깊어지기도 하고 또 얕고 넓은 습지를 형성하며 흐를 수도 있는 것이지 무엇 때문에 전 구간에 걸친 일정한 깊이가 필요한데요? 배를 띄우는 것 말고 또 언제 일정한 강의 깊이가 필요한 경우가 있는지 설명할 도리가 없습니다. 이게 바로 님께서 제게 요구하신 근거가 되겠습니다. 또한, 지방국토청이 4대강 15개 보 공사를 진행하는 턴키업체에 설명자료로 제공한 ‘‘다기능 보 기본구상’'(2009.7) 도면에서 갑문과 화물선이 그려져 있음을 건축가 출신의 김진애 국회의원이 근래에 발견했습니다. 참조 뉴스앤뷰스

사대강 공사가 진정으로 이수와 치수를 목적으로 하는 합리적인 사업이라는 걸 증명할 자신이 있으면 왜 정정당당하게 논증하지 못하고 도둑질하듯이 밀어붙이는 걸까요? 예산 심의도 받지 않고, 환경 조사와 문화재 조사를 날림으로 건너뛰고 공사를 시작한 것은 엄연한 세금 도둑질이자 나라 재산의 파손행위입니다.

진정 운하를 만들 계획이 아니라면 투명하게 조사하고 토론해서 가장 합리적인 이수 치수 계획을 만들어야지요. 그게 정도 아니겠습니까?

저의 답변이 충분했는지요? 질문에 감사드립니다.


질문남

답변 잘 봤습니다.

강바닥의 준설량은 상류의 침식률 및 하상의 퇴적률, 계획홍수위 등 다양한 요소 등을 고려해서 산정됩니다. 특히 하상계수가 외국보다 15배 이상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유속을 일정하게 하여 침식 및 퇴적을 최소화 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의 하상 준설이 퇴적물을 처리하는 후처리 방식의 개념이었다면 준설을 통한 최소유속심도를 확보하는 건 전처리 방식의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방 개념이죠. 해외의 하상계수가 낮은 강에서는 필요 자체가 없거나 시도를 할 수 없는 사업이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니까요.

그리고 4~6미터 수심을 확보하는 곳은 전구간이 아니라 현재 수질문제가 가장 심각한 낙동강 얘깁니다. 게다가 더욱 잼있는 건 영강에서 안동댐의 67km 구간은 최소수심이 0.5m로 잡혀있다는 거죠. 한강도 마찬가지입니다. 팔당 이후의 구간은 아예 사업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한강은 팔당댐부터 충주댐까지만 사업대상입니다. 팔당 이후는 준설공사 등에서 아예 빠져있습니다. 4대강 마스터플랜을 보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왜 이게 이 토론에서 문제가 되느냐면요. 한반도 대운하의 기본 개념이 인천에서 부산까지의 내륙수운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청와대의 이모씨가 최초에 계획을 발표했을 땐 전 구간에 대한 사업계획을 제시했었죠. 당시 수자원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했던 건 두가지입니다. 쇄암준설과 취수문제였죠.

준설은 크게 토사준설과 쇄암준설로 나뉩니다. 일반적으로 준설이라고 하면 토사준설을 의미하는 건데 이는 말 그대로 모래를 퍼올리는 겁니다. 하지만 하상에 암반이 있는 경우 바위를 부수고 퍼올리는데 이를 쇄암준설이라고 합니다.
팔당 이후 구간에는 하상암반구간이 상당량 존재합니다. 쇄암준설을 피할 경우 제방을 쌓고 보를 올려 갑문을 통하면 되지 않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미 팔당 이후부터는 하천 단면적이 장난이 아니고 수몰지역이 너무 넓어서 시행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쇄암준설은 이렇게 넓은 범위에서 시행할 수 있는 게 아니구요. 영강 상류도 마찬가지입니다. 취수문제는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게 밝혀진 바 있구요.

만약 4대강 사업에서 대운하를 준비하려고 했다면 이런 부분에 대한 대비책을 제시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준설에도 쇄암준설을 해야 준설이 가능한 구간에는 아예 심도 확보를 포기했구요. 준설 내용도 전부 토사준설이네요. 배가 다니려면 최소수심이 전구간을 통해 확보되어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한겁니다. 김성곤 의원은 영강 구간이 리프트 계획 구간이어서 그런 거라고 주장하는데 만에 하나 우회해서 리프트를 설치한다고 해도 그 이후에 배가 갈 방법이 없는 겁니다.

그리고 김진애 의원이 제시한 도면 1장이랑 사진 1장, 예상도 1장도 봤는데요. 건축가 출신이셔서 잘못 보신 듯 합니다. 사진은 해외(네덜란드로 추정되는데요)의 다용도 보를 찍은 거구요. 예상도와 도면에 표시된 갑문은 배가 드나드는 일반갑문이 아니라 배수갑문입니다. 만약 일반갑문이라면 도면에 배가 머무는 독이 나와있어야 하는데 안보이거든요.

준설을 통한 하천정비는 지난 수십년간 계속 해왔던 겁니다. 홍수 피해 때문에요. 하상단면에 따라 홍수 피해는 극심해질 수 있거든요. 따라서 관련 조사는 이미 연례화 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현재 하천둔치에 수목을 하나 이식해도 수종, 연령등을 고려하고 위치등을 고려해서 수목 하나가 심어질 때 홍수시 수위에 미치는 영향까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하고 심을 정도로 관련 분야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료가 쌓여있는 상태에서 영향평가를 진행하는 것과 제로베이스에서 진행하는 것과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죠.

답변에 대한 설명이 충분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재질문해주시면 아는 범위 내에서 답변드리겠습니다.


질문남

아. 자다 깨서 쓰다 보니까 빼먹은 내용이 있네요.

4대강 계획 중 남한강의 경우 최소 수심이 3.3m인 구간이 있어 수운이 불가능한데요. 제방을 높이 쌓고 보까지 올렸으니 물만 채우면 쉽게 운하로 바뀌지 않느냐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런데 그건 불가능합니다. 지하수위 때문이죠.

아무 생각없이 강 바닥을 그대로 두고 물 높이만 올리면 주변의 지하수층 수위가 올라갑니다. 하천 유역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평야에 물빠짐이 없어지는 겁니다. 반대로 강 바닥만 파게 되면 주변 대수층으로부터 물이 나와서 주변이 마르게 됩니다. 그래서 수심은 함부로 변동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구요. 변동될 경우에는 주변 대수층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서 계산하게 됩니다. 반면에 홍수로 수위가 급격히 올라간다고 해도 이건 일시적이어서 지하대수층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닙니다.

그 래서 공사가 다 끝난 하천의 수위를 올리려면 단순히 물을 가두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하상 준설부터 다시 다 해야 하는 거죠. 4대강 공사가 운하로 이어지는 게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독일에 계시니까 지하대수층과 하천수간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궁금하시다면 라인 운하를 관리하고 있는 독일의 WSV(Wasser- und Schifffahrtsverwaltung des Bundes, 연방 운하 및 선박 관리청)의 운하 관리 예산 중 대부분이 운하 주변 토지 매입에 쓰이는 걸 확인하실 수 있을 껍니다. 수위의 변동이 없어도 수질 변화로 인해 주변 대수층이 오염되어 경작을 하지 못하게 되자 보상차원에서 토지를 매입하는 거죠.


빨간치마

친절한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영강에서 안동댐 구간은 원래 운하 구간이 아니잖아요? 나중에 사대강이 운하로 둔갑한다 하더라도 거기는 배가 다닐 구간도 아닌데 무엇 때문에 준설한답니까? 님께서 해외 사진이라고 하신 그 사진은 김진애 국회의원이 찍은 게 아니라 정부에서 업체에 설명자료로 제공한 거지요. 그 사진 뿐 아니라 도면에도 배 그림이 있는데 정부에선 왜 하필이면 이런 자료를 만든 걸까요? 일단 보를 건설하고 배수갑문을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배가 다니는 갑문으로 개조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님께서 지적하신 사안에 조목조목 대답하다 말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제가 님과 이런 토론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누가 더 많이 알고 있는지 시합하자는 건 아닐 게고, 사대강 공사가 운하 공사인지 아닌지를 증명하는 것이 중요한가?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는 사대강의 궁극의 목적이 대운하건 아니건 상관 없습니다. 사대강의 목적이 무엇이건 간에 저는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파헤치는 공사는 위험하고, 준비 없이 강행하는 태도는 무지하며, 법을 어기는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대강 공사의 목적이 대운하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무조건 공사부터 시작해서 건설회사와 은행과 투자자에게 이익을 주자는 게 목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 정부의 태도는 불성실해 보입니다.

님께서는 나무 하나를 심어도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할 정도로 수십 년에 걸친 연구 자료가 쌓여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그렇게 믿습니다. 그러나 대형 보를 16개나 세우는 계획은 현 정부 들어서 새로 생긴 아이디어입니다. 과거부터 오랜 세월 진행해온 시뮬레이션 자료가 존재할 리 만무합니다. 나무 하나를 심는데도 그렇게 철저하게 조사해온 나라에서 대형 보를 세우는 공사를 4개월만에 평가했다는 사실이 수상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이수와 치수는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지요. 세계 어디서나 커다란 과제로 떠오른 문제입니다. 그걸 해결하느라고 과거에 만들었던 둑을 부수고, 댐을 폭파하고, 강변의 땅을 사들여 다시 범람 습지로 환원하는 재자연화 공사는 비단 유럽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대세입니다. 그러면서도 남이 다 한다고해서 함부로 따라하지도 않습니다. 지역마다 환경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조사해서 실행하지요. 독일에선 고작 8km 구간의 이자강을 재자연화 하기 전에 모형과 컴퓨터를 동원해서 10년이나 조사했습니다. 외국의 자연에 비해서 우리나라 자연이 그렇게 간단합니까?

문득, 모르긴 몰라도 수리학 전문가이실 님께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해졌습니다. 우리나라 환경에서 운하는 부당하다고 생각하신다는 느낌을 제가 받았거든요. (제가 오해했나요?^^) 수리학 전문가로서 운하만 아니라면 지금 이 형태의 사대강 공사의 성공에 확신을 가지신 분인가요? 그렇다면 지식인으로서 정부가 법을 어겨가며 밀어붙이는 행위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거기에도 동의하시는지요?

점잖은 말투와 해박한 지식을 갖추신 분과 이렇게 의견 나누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독일 시간으로 일요일 오후네요. 고단한 한 주일이 저를 기다리고 있고 다음 주말에나 다시 접속할 수 있겠어요. 안녕히 계세요.


질문남

저도 기쁘게 생각합니다. :)

위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영강에서 안동댐 구간이 원래 운하 구간이 아니었기에 상관없다는 내용은 민주당 김성곤 의원이 제기한 주장과 동일합니다. 제가 첨부한 문제는 조령 리프트를 설치한다고 하더라도 팔당 이후부터 암사 전까지의 구간이 쇄암준설을 필요로 하는 구간인데 너무 넓어서 실제로 공사가 불가능하단 얘기고 그래서 인천까지 배가 나갈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4대강 마스터 플랜엔 팔당 이후부터는 강변 위락시설을 제외하고는 아예 공사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만약에 내륙에서 생산한 물품들을 실은 배가 운하를 통해 인천으로 나가질 못한다면 그걸 왜 하겠습니까?

그리고 그 사진은 예시에 지나지 않습니다. 배수갑문은 쉽게 생각하면 댐의 수문과 같은 것인데 갑문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해외에 설치된 대다수 다용도 보의 핵심 기능 중 하나가 만조시 해수가 역류하는 것을 막아 염해를 최소화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문은 늘 단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배수갑문은 수문의 기능에 역류시 차단하는 개념까지 도입되어 있는 겁니다.\

따라서 보에 설치되는 배수갑문은 수운용 갑문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수운용 갑문으로 변경하려면 도크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건 설계 자체가 완전히 바뀌는 큰 내용이지요. 이런 내용이 있다면 단순 예상도 뿐만 아니라 시방서에 관련 내용이 전부 첨부되어 있을 것이며 시방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면 관련 내용을 공개했을 껍니다. 도크의 규모부터 펌프, 전력 인입, 구동부, 제어부 등등에 대한 요구조건이 다 명시되어 있을테니까요.
그런데 도면에 조차 수운용 갑문에 필수요소인 도크에 대한 부분도 찾아볼 수 없었고 해외의 유명 다용도 보의 사진을 예시로 인용한 것이 전부라면 수운용 보를 요구했다고 보기엔 어려운 겁니다.

그리고 수자원 관리의 문제는 마치 불치병에 대응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놔두면 죽는 건 분명한데 시도하려는 여러가지 방법은 그 결과가 다 불확실하죠. 게다가 치료 중에 몸의 다른 부분에 일부 손실이 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구현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로 심사숙고 해서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게 치료의 목적입니다. 그리고 환자마다 치료방법은 다 다르죠. 물론 걸린 병도 다르구요.

예를 들어볼까요? 2008년 3, 4월에 한강, 금강, 섬진강, 낙동강의 댐 수문을 열고 대량 방류를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한강의 경우 한동안 유량이 평소 유량의 2배가 되었죠. 이 방법은 미국에서 수질개선을 위해 시도된 적이 있는 방법입니다. 콜로라도강의 수질개선을 위해 그랜드 캐년의 글랜 캐년댐을 열고 대량 방류를 한 결과 보호종의 증식이 관찰되는 등 생태계 전반에 개선 효과가 나타났었거든요. 우리나라의 대량 방류에서도 수질이 개선되는 등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났습니다만 어류 산란기 즈음에 대량 방류를 통해 알이 다 떠내려가 수중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의견도 제시되었습니다.

왜 수중 생태계에 끼칠 악영향을 감수하면서 까지 이런 방법을 시도했을까요? 그냥 놔두었을 경우 수질 악화로 초래될 손해보다는 악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았기 때문입니다.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이죠. 강바닥을 토사준설하면 당장 수중생태계에는 분명히 영향이 갑니다. 하지만 준설 이후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수질이 나아진 상태에서 복원되는 생태계가 훨씬 건강해진다고 보는 겁니다. 한강도 지난 수십년간 꾸준히 준설 등으로 관리를 해왔구요. 덕분에 상급수에서 관찰이 가능한 어종들이 돌아오고 있는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감내하는 악영향을 정치적인 이유로 과대포장하여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 일수록 과학적인 사실 관계의 확인이 더욱 중요한 것입니다. 주어진 정보가 왜곡되어 있으면 아무리 합리적으로 해결하려고 해도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니까요. 수자원 관리의 문제는 감성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닙니다. 과학적으로 득실을 따진 후 그 결과를 놓고 선택을 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현재 4대강 문제에는 과학적인 이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정치적 접근 뿐이니 배가 산으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오히려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잘못알고 있는 부분들을 수정하면 공학적이고 과학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쉽게 의견 합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엔지니어의 입장에서는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보다 우선되는 건 없거든요.

그리고 첨언하자면 대운하는 반대입니다. 윗글에서 말씀드렸듯이 팔당 이후의 쇄암준설이 불가능하고 취수량 확보도 불가능합니다. 팔당 취수장을 두물머리 북단으로 옮기는 건 이명박 정권과는 상관없이 취수량 확보를 위해 상당히 오래전부터 고려되어 온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여름 호우시 운하 구간의 물이 역류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의미가 없겠구요. 강변여과수 취수 역시 현재 취수량을 대체할 수 있지 않습니다. 현 정수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여 저급수를 정수 가능하다는 의견 제시는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진 않고 있습니다. 대수층 오염으로 인한 농업용수 오염으로 농경에 문제가 생기는 점도 현재 예산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구요.


질문남

쓰다보니 얘기가 하나 더 떠오르네요. 저는 군생활을 철원에 있는 백골부대 수색대에서 했습니다. 비무장지대에서 뛰노는 아주 거시기한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였는데요.

매년 봄에 북쪽에서는 서부전선 비무장지대에 불을 질러줍니다. 지르는 건지 실수로 불이 넘어오는 건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황사바람마냥 서풍을 타고 서에서 동쪽으로 넘어갑니다. 바짝 말라있는 비무장지대 전체에 불이 붙는 겁니다. 이걸 군에서는 사계(死界) 작전이라고 합니다. 풀이 자라 적이 보이질 않으니 풀을 제거해서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의미죠. 우리는 주로 낫이나 예초기로 풀을 베어냅니다만.

그래서 이때가 되면 전방은 상당히 분주해집니다. 연기로 시야확보가 안되어서 근무가 힘들어지구요. 불이 뒤로 넘어오지 않게 맞불작전도 해야 하구요. 이게 그나마 평야인 중부전선까진 쉬운데 동부로 넘어가면 완전 고역이랍니다. 가끔 이 불길을 놓쳐서 뒤로 넘어오면 강원지역 산불로 이어지곤 하구요. 한밤중에 보면 가끔 지뢰가 터지면서 불기둥을 보여주는데 그건 참 장관이죠.

어쩄든 중부전선 비무장지대는 완전 사파리입니다. 풀도 키 높이 이상으로 자라구요. 깽깽거리면서 고라니도 뛰어다니고. 동물의 왕국 사파리가 딱 비무장지대입니다.
그런데 이게 불에 죄다 타버리는 겁니다. 그리고 두달 안으로 다시 엄청나게 울창해집니다. 완전 복원되죠. 독수리 쫓아내는 까마귀에 까마귀 쫓아내는 까치도 그대로입니다. 매년 홀랑 타고 매년 다시 복원되고 있는 곳이 우리가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천혜의 자연’’ 비무장지대입니다. 덕분에 여름만 되면 GP의 외곽(날개 진지라고 하는데요.) 진지의 제초작업 하느라 늘 투덜대죠.

강바닥 준설이 수중생태계에 원자폭탄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초원에 불 놓는 것 보단 훨씬 친환경적입니다.
이해에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빨간치마

에그머니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나이까?^^ 강바닥 준설이 수중생태계에 원자폭탄이 아니라고요? 그게 원자폭탄인지 아닌지 미리 어떻게 압니까? 라인강의 경우, 19세기 후반에 자연하천이었던 강을 준설하고 직선화한 후부터 주변 토지의 지하수면이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했는데요, 자연의 생명력이 얼마나 끈질긴지 숲의 나무들은 지하수면이 8m씩 하강하는 상황까지 악착같이 버티다가 30년 후에야 줄줄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30년 동안 사람들이 뭐라고 말했을까요? “거 봐라. 아무 문제 없잖아? 문제 없다는 것이 이렇게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었잖아? 괜히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어. 등등….” 그로부터 100년 후의 자손들은 그로 인한 홍수와 갈수를 막기 위해서 엄청난 돈과 공을 들여 라인강을 옛날로 되돌리는 공사를 벌이고 있는 현실입니다. 참조 (운하) 라인강 인공개량의 후유증

전 지금 준설공사가 무조건 나쁘다고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전공자인 님께서도 준설공사는 무조건 이롭다고 말씀하시는 건 아닐 거라 믿습니다 . 준설공사도 할 데가 있고 하면 안 될 데가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어느 구간에 어떤 형식으로 준설을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미리 신중하게 조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에는 동의하시리라 믿습니다. 우리나라 사대강 공사의 환경조사가 4개월만에 끝났다는 사실은 세계 학계의 비웃음을 사고도 남을 일입니다.

님께서는 수리학을 전공하신 분으로써 과학 기술에 대한 확신에 의해서 사대강 사업 모든 세부 사항의 타당성과 성공을 믿고 계시는 듯합니다. (16개의 대형보 건설이 진실로 수질을 개선한다고 믿고 계신지 정말 다시 한번 묻고 싶습니다만) 전공자도 아닌 제가 님을 달리 설득할 이유도 필요도 없습니다. 단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사대강 사업으로 인해 우리나라에도 라인강 같은 피해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충분히 조사한 후에 땅을 파던지 바위를 깨던지 하라는 것을 정부 기관에 공학도로서 건의해주십사'‘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조사했다고 말씀하지는 말아주세요. 운하와 하천 기술의 역사가 깊은 독일에서 8km 구간을 조사하는데 10년 걸렸습니다. 하천을 건드리는 공사는 그렇게 신중해야 마땅한 사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634km의 하천 공사를 대통령의 임기에 맞추느라고 터무니 없이 짧은 조사 기간과 공사 기간이 책정되고 있는데요, 이건 뭐 요술도 미신도 아니고 정신 멀쩡한 사람에게 그게 상식적으로 먹히겠습니까?

앗, 사대강 얘기 하느라고 인사가 늦었습니다. 구정에 떡국은 맛나게 드셨는지요? 저희도 만두 빚었답니다. 떡이 없어서 만두국에 밥 말아 먹었는데 참 맛있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부디 우리의 후세를 위해서 신중하게 일하자는 건의를 상부에 드려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정부에서 차분히 조사하고 준비한다면 작금의 사대강 공사를 반대하는 저같은 사람도 (님께서 말씀하신) 정보의 공유와 지식의 축적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기여할 것입니다.

제가 한 말을 자꾸 또 하는 것을 보니 이만하면 서로 할 말은 다 나눈 것 같습니다. 그간 대화 즐거웠습니다. 감사드려요.


출처: 무터킨더 님의 독일교육 이야기
(무터킨더 님,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