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메일 받고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렇게 무리하셔서 어떡한대요? 목사님 건강이 몹시 염려되는군요. 저 역시 해야할 일에 비해서 시간이 턱없이 모자랍니다. 저도 며칠 전에 그런 생각을 했다지요. 사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은 많아도 실지로 행동하는 사람은 적다고. 끝없는 일더미에 깔려서 마음이 슬몃 슬퍼지려 했습니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대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얼마나 좋은 상황인가? 많은 분들이 공분하며 응원해주시는 지금의 상황은 예전에 저 혼자서 글 쓸 때에 비하면 호화스럽기까지 합니다. 사람마다 일할 수 있는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한 소수가 과제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그 소수가 해야할 과제가 늘어나는 것도 당연한 현상이겠지요.

그러나 두고 보십시오. 그냥 뜻을 같이하기만 할 뿐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듯 보이던 다수 대중이 언젠가는 판을 뒤집습니다. 그들이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사대강 사업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앞에 나서서 활동하는 소수는 시녀일 따름입니다. 시녀가 아무리 종종걸음을 쳐도 주인이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진실로 주인의 안녕을 바라고 주인을 섬기는 마음이 간곡해야만 진심이 통해서 주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저는 제가 행동할 수 있는 형편이 되는 시녀에 속하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시녀의 본분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다고 해서 제 몸과 정신을 혹사하지는 않으렵니다. 그건 저 자신, 그리고 저를 창조하신 하나님에 대한(흠, 이건 순전히 목사님의 언어를 빌려서 말씀드렸네요)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저는 웬만해선 모든 일을 저의 템포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래서 저를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창조력과 순발력이 언제 가장 뛰어난지는 제가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하고, 같은 노력을 들여 최선의 결과를 이룩하기 위해선 제 심신의 상태가 피폐해지지 않도록 조심할 책임은 바로 저에게 있습니다.

내 한 몸 바쳐서 사대강 사업을 막을 수 있다면 인당수에라도 뛰어들겠지만 지금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맑은 정신과 차가운 이성을 유지하고, 또 그런 정신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최소의 건강을 유지해서 서로서로 유익하게 쓰여야 할 때입니다. 지금은 화르르 타 없어지는 한 개비의 성냥개비가 필요한 시기가 아닙니다. 성냥개비 묶음 속의 한 가닥으로 견디며 언젠가 함께 타오를 날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야하는 귀중한 시기입니다. 외부의 힘에 꺾여서 부러져도 안 되고 제풀에 열불이 나서 소진되어도 안 되고, 가늘어도 좋으니 길고 끈질기게 그 곳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시기입니다.

암만 좋은 일을 위한 투쟁이라도 그 과정에서 인간성을 잃게 되면 그 운동은 빛을 잃는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다보면 아름다운 목적도 어느새 집착으로 변하고, 사람이 무엇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인간성이고 뭐고 눈에 뵈는 것이 없어진다는 것을 저는 스스로의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을 막을 수 있는 비결은 적당한 휴식을 통한 심신의 건강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인간의 육체는 화학공장이고, 거기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이 인간의 정신을 지배한다고 믿는 바, 저는 건강한 신체에서 건전한 정신이 온다는 설을 매우 신봉하는 편입니다.

범부중생인 저는 보통 인간이 가지는 정신력의 한계 이상은 상상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감히 목사님께 부탁드립니다. 열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시간이 목사님에게 있다면 여덟 사람만 설득하시고 좀 쉬시기 바랍니다.

2010년 4월 18일 주일에 뮌헨에서 임혜지 드림

PS: 목사님께서 아낌 없이 보내주신 귀한 사진은 아주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목사님의 메일을 받고 저도 다시 나가서 독일 사진을 또 준비했습니다. 곧 보내드리겠습니다.

이하 최병성 목사님께서 찍어서 보내주신 사진을 일부 소개합니다.

1HangangKl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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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JirisanKlein2

2JirisanKlein3

2JirisanKlein4

3NagdkongKlein2

3NagdkongKlein1

4ZugvogelKlein2

4ZugvogelKlein3

5Bauklein1

5Bauklein2

6PlanKlein1


위의 사진들은 사대강 사업으로 인해 앞으로 사라지게 될 우리나라의 고유한 경치입니다. 동아시아 최대의 철새도래지인 우리나라를 찾는 조류 중에는 국제적 멸종위기종도 많이 있습니다. 얕은 물에서만 서식할 수 있는 이 새들은 앞으로 수심이 깊어지는 사대강에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지금 사대강 공사를 벌이고 있는 현장의 사진을 보면서 인간이 참 무지막지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그림은 우리나라 정부가 위의 경치와 맞바꾸고자 하는 야심찬 작품입니다. 전 이걸 보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세계 사람들이 부러워할 천혜의 자연을 이렇게 국적불명의 흉칙한 흉물로 대체하겠다는 사람들의 품격이라니…

최병성 목사님이 쓰신 “강은 살아있다 - 4대강 사업의 진실과 거짓”(황소걸음 출판)에 더욱 많은 사진과 자료가 실려 있으며 아주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한국 책을 구하기 힘든 독일에서도 지금 열심히 돌려가며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