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전에 우리나라 4대강 사업에 대해서 독일어로 쓴 글을 노시내 님이 한국어로 번역해주셨어요. 도대체 독일어로 무슨 소리를 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꽤 계셨지만 그간 다른 글 번역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제 글 번역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노시내 님께서 쾌히 번역해주셨답니다.

노시내 님은 “왜 인도주의는 전쟁으로 치닫는가”,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 “일본의 재구성”, “페트로폴리스"를 번역한 영어전문 번역가이신데 잠깐 일본에 살더니 하루는 난데없이 일본책 “다부진 나라 스위스에 가다”(공역)를 번역해서 저를 놀라게 한 사람입니다. 독일어권 오스트리아로 이사온지 얼마 안 되는데 이제는 또 독일어로도 번역을 하네요. 놀라워라. 독일어 공부도 할 겸 이 글을 번역하면서 사전에 불이 났다고 합니다. 저와 언니 동생하는 사이가 된 이 분을 저는 인터넷을 통해서 사귀었습니다. 저보다 어리지만 제가 존경하는 동생입니다. 고마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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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노시내 님 번역\

나는 최근 독어로 글을 한편 썼다. 우리 독일인 가족구성원들과 독일인 친구들에게 한국의 4대강사업의 실상을 상세히 알리고, 우리 한국인들이 현재 한국의 4대강사업에 관해 왜 그렇게 분개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나는 또한 이 글을 작성함으로써 이 4대강사업 반대운동을 위해 성금을 보내주신 독일인 배우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대한민국의 4대강 사업에 독일이 어떤 연관을 맺고 있을까?\

대한민국의 운하사업과 독일은 도대체 무슨 관계일까? 지금 한국이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4대강사업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계속 커져가는 가운데, 전국의 강에서 건설장비가 밤낮없이 가동되며 강바닥을 파고 10미터가 넘는 높이의 보를 건설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글로벌녹색뉴딜"이라는 명칭으로 등록된 이 초대형 건설사업은, 친환경 강 살리기를 명목상의 목적으로 내세운다.

기묘한 일은, 다른 나라에서는 강 살리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준설(浚渫)이나 보 건설이 아닌 전혀 다른 수단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에서는 물길에 콘크리트 쳤던 부분을 제거해 강을 얕고 넓게 하고 강기슭의 형태를 다시 자연스럽게 만드는 방식으로 수많은 강과 개울을 재자연화하고 있다. 뮌헨의 이자강도 그런 예 가운데 하나다. 흥미로운 점은, 독일이 한국의 4대강사업에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다. 4대강사업이 탄생해서 현재의 논란에 이르기까지 찬반론 양편 모두 독일을 참고할 국가로 인용해왔다. 처음에 독일은 (찬성측에 의해서) 본받아야 할 모델이었다가, 이제는 (반대측에 의해서) 4대강사업의 반대 모델, 즉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2006년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이명박이 라인-마인-도나우 운하를 참관하려 독일에 왔다가 이에 홀딱 반해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한국의 주요 강을 서로 이어 선박이 다닐 수 있는 대운하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2007년 말 대선에 이긴 이명박은 바로 이 일에 착수했다. 지극히 짧은 기간에 대운하사업이 구상된 것이다.

그러나 관련분야 교수와 과학자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각 도시가 바다와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도 않은 가로 200킬로미터 세로 500킬로미터의 작은 반도를 길게 일자로 관통하는 내륙운하가 무슨 소용이 있을지 의문을 표했고, 그 필요성을 둘러싸고 큰 논란이 벌어졌다. 아시아의 스위스라 불릴 정도로 전국의 70퍼센트가 산지인 한국은, 강에 곡선이 심하고 연간 강우량의 85퍼센트가 두 달 동안에 집중되는 까닭에 강의 수량 변동이 심하다. 강물의 저조위(低潮位)와 고조위(高潮位)의 비율이 어떤 강은 1 대 90인가 하면 어떤 강은 1 대 260에 달한다. 이에 반해 라인강은 1 대 14이다. 그와 같은 어려운 조건을 극복하는 것은 자연에 대한 극심한 간섭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산을 뚫고 지나갈 26킬로미터 길이의 양방향 수로터널과 19개의 보를 갖춘 깊이 6미터, 넓이 100미터, 길이 540킬로미터의 운하의 계획 및 건설은 불과 4년 내로 완성될 계획이었고, 이는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에 사업완료를 의도한 것이었다.

한국 국민들은 경제적으로 암울한 시기에 7퍼센트 경제성장을 약속하며 희망을 주던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긴 했지만 대운하사업을 원하지는 않았다. 사업비용이 세금으로 충당되지 않고 민간투자자의 돈으로 이루어진다 해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국민들은 식수의 85퍼센트를 지표수에서 얻는 이 나라의 식수원에 모터보트가 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한국에서 대운하사업 반대운동이 대규모로 일어나면서, 독일의 라인-마인-도나우 운하는 한국정부의 선전과는 달리 독일의 경제발전에 전혀 기여한 바 없고 오히려 현재 운영비의 10퍼센트밖에 회수되지 않는 실정이며 나머지 비용은 매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실정이라는 사실도 한국에 알려졌다. 선박이 다니는 라인강의 물길은 한국에서는 독일의 경제기적(“라인강의 기적”)과 동의어로 간주되지만, 사실 라인강 상류의 운하 건설은 중류와 하류에서 매년 발생하는 홍수사태의 원인임이 밝혀져 현재 라인강 상류에서는 고비용의 강 재자연화 사업이 이루어지는 중이다. 또한 독일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운하정책이 변화되어 이제는 강바닥을 파고 콘크리트를 치는 작업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방식으로 취급된다. 이에 대해서는 독일의 저명한 정치가, 환경운동가, 과학자, 언론인*들이 TV카메라 앞에서 한국의 시청자들에게 설명한 바 있다. 이랬다 저랬다 오랜 말 바꾸기 끝에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6월 대운하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최종 선언했다.

그로부터 4개월 후인 2009년 11월, 강에 첫 삽질이 시작되었다. 정부는 이를 대운하사업이 아니라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강 정비사업이라 설명했다. 4대강에 7미터 깊이로 준설하고 16개의 대규모 보를 건설할 예정이었다. 건설이 예정된 보 가운데에는 높이 13.2미터, 길이 953미터에 달하는 것도 있다. 정부는 이 사업을 깨끗한 식수 확보와 홍수 방지를 위해 필요한 친환경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대통령은 2주 후, 필요하면 앞으로 이 4대강을 서로 연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비쳤다. 물론 국민이 원할 경우에만 그렇게 하겠지만, 그러면 전국이 신속히 하나의 물길로 이어질 것이라는 거였다.

처음에 발표된 4대강사업의 총비용은 대운하 건설비용과 완전히 일치했다. 차이가 있다면 4대강사업은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점이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총비용은 원래 언급된 액수에서 60%나 증가하여 투입될 금액은 이제 190억 달러(약22조 원)에 달한다. 그러나 정부는 2009년 말 국회의 예산심의도 받지 않고 그해 11월 무조건 사업을 시작할 의도로 법까지 개정하여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았다. 총 634킬로미터에 달하는 구간에 대해 모형실험, 시뮬레이션 등을 포함한 환경영향평가는 불과 4개월, 문화재 조사는 불과 2개월에 끝났다. 전 국토의 생태계를 대규모로 침범할 사안, 그것도 다른 나라에서 이미 문제점이 드러난 방식으로 시행될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국내학계나 국제학술대회에서 과학적으로 신뢰할만한 토론은 전혀 없었다.

그동안 환경단체 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2500명이 넘는 교수들이 4대강사업 중단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종교계 인사들도 단체로 단식투쟁을 벌이고 천주교와 불교가 4대강사업 반대를 위해 연대하고 있다. 한국 5000년 역사상 최대규모, 최대비용의 이 건설사업에 국민의 72퍼센트가 반대하거나 회의적이다. 현재 정부의 4대강사업이 관련 법규를 위반했음을 근거로 국민이 정부를 상대로 국민소송을 제기해 그 절차가 진행중이다.

2010년 말까지 건설 공정의 60%가 완성될 예정이다. 많은 농경지, 고고학적 가치를 지닌 문화재, 동아시아 최대의 철새 도래지가 전부 강물 밑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공사 추진자들은 습지가 사라져도 요즘은 그 정도야 현대적 신기술로 전부 대체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한때 현대건설 사장이던 이명박 대통령은 현대기술의 열렬한 신봉자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이야말로 그 누구보다 이 사업에 대해 회의적이며 돌이킬 수 없는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고 있다. 각종 산업폐기물이 축적된 모래층을 부주의하게 파내는 준설 작업은 수질을 심하게 오염시키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믿음이다. 게다가 거대한 보는 강물의 자연스런 흐름을 방해하여 물의 자정능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2년 전만 해도 환경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흐름을 쫓던 정부측 연구기관 역시 이와 동일한 견해를 일부 내놓은 바 있다. 오로지 언론만 이 문제에 관해 고집스럽게 침묵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인터넷으로 얻은 정보를 통해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

인터넷은 국내외의 한국인을 하나로 묶는다. 블로거들 덕분에 한국인들은 인터넷을 통해 뮌헨 이자강의 현재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인들은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강둑을 재자연화하여 다시 살아난 이자강을 아름답다고 느끼며 성공사례로 여긴다. 이자강 사업의 목표는 4대강사업과 똑같았다. 홍수방지, 수질개선, 생태계보호, 휴식공간 조성. 그러나 사업의 이행방식은 정반대였다. 절차도 달랐다. 한국에서는 634킬로미터에 달하는 구간의 정비사업 기간을 불과 2년으로 잡고 있는 데 반해 뮌헨에서는 8킬로미터 구간의 정비를 계획하고 조사하는 데에만 10년, 그런 다음 또 공사에만 10년을 들였다. 독일에 사는 한국인들은 그게 결코 독일인들이 게으르거나 멍청해서가 아니라고 블로그에 적는다. 지구 반대편 사람들은 컴퓨터 화면으로 이자강의 모습을 보며 다시 블로깅으로 화답한다: ‘‘그놈의 불도저들만 없다면 우리도 이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상태를 아직 지킬 수 있을 터인데.’’ 이런 와중에도 건설장비는 밤낮없이 가동되고 있다.

Ⓒ 2010년 4월 17일, 뮌헨, 공학박사 임혜지


*폴커 하우프 전 독일연방 교통부 장관, 미하엘 크라머 유럽의회의원 (녹색당), 브룬힐데 이르버 독일연방 국회의원 (사민당), 후베르트 바이거 시민단체 “분트” 대표, 알베르트 라이프 프라이부르크 대학 교수, 호르스트 슈톨첸부르거 “쾰르너 슈타트-안차이거” 기자


4대강 공사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될 강산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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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이렇게 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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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위에 보여드린 풍경과 맞바꾸게 된 야심찬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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